처음 보는 명목GDP 고성장
국가채무비율등 확 떨어뜨려
포퓰리즘의 유혹 극대화될 듯
행운·저주 선택은 우리세대 몫
국가채무비율등 확 떨어뜨려
포퓰리즘의 유혹 극대화될 듯
행운·저주 선택은 우리세대 몫
비슷한 고민을 하던 차였다. 결론은 필자 의견과 다른 듯하지만 문제의식엔 공감할 대목이 있다.
조만간 돈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낯선 수치를 마주할 것이다.
첫째, 국가채무비율 급락이다. 채무비율은 정부부채 총액을 명목GDP로 나눈 값이다. 반도체 호황에 1분기 명목GDP성장률이 전년 대비 17.1%로 50년 만의 최고치다. 연평균 10%대로 전망된다. 분모가 커져 '국가채무비율 50% 초과' 논쟁은 일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당초 올해 채무비율 전망은 51.6%였다. 분모인 명목성장률을 10%로 가정하면 48.3%로, 12%면 47.4%까지 하락한다. 빚 걱정하던 나라가 돌연 재정여유국 행세를 할 판이다.
둘째, 가계부채비율이다. 역시 명목GDP 효과로 동반 하락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집계로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작년 4분기 88.6%였다. 1분기 추세대로라면 연내 80%까지 떨어질 수 있다.
셋째,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만달러에 근접한다. 작년 GNI는 3만6963달러로 12년째 3만달러대다. 그런데 1분기 전년 대비 GNI는 13.2% 늘어나 1988년 이후 최고치다. 가계 실질소득은 0.4% 늘었을 뿐인데 GNI는 날아간다. 환율이 변수긴 하지만, 4만달러가 되면 샴페인 터뜨리자는 목소리는 커질 것이다.
대충 생각나는 게 이 정도다. 더 많은 놀라운 수치들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지표들이 단순 착시는 아니다. 실제로 돈이 쏟아지니 말이다. 반도체산업에서만 법인세가 100조원 걷힌다는 전망도 있다.
주목할 점은 연속성이다. 과연 이 돈이 수십 년 계속 들어올 돈인가? 채무비율, 부채비율은 빚을 갚아 줄어드는 게 아니다. 교역조건 개선 덕이다. 계속될지 여부는 반도체에 달려 있다.
이런 담론은 결국 정치로 귀결된다. 얼마나, 어디에 쓰자고 전망하고 결정할 주체가 정치다. 표심에 절박한 정치권이 냉정하게 판단하고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 정부는 재정확장은 공언하면서도 막상 '채무비율 50%' 문턱에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부채비율이 급락하면 "빚은 줄이고 돈은 많이 번 유능한 정부" 명분을 가동할 수 있다. 기본복지·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 페달을 밟을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복지의 하방 경직성'을 감안해야 한다. 한번 늘린 복지예산은 줄이기 어렵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여 명목 GDP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어떤 상황에 직면할까. 채무비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고통은 다음 세대가 짊어진다. 사실 그 전에 물가 급등은 현세대부터 덮친다. 유동성을 풀면 화폐가치가 떨어져 국민 모두 가난해지는 역설이 생긴다. 취약계층일수록 고통스럽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미래 성장동력 재투자나 채무상환에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1969년 북해유전을 발굴한 노르웨이를 복기하자. 이익을 국부펀드(GPFG)에 적립하고, 매년 3%만 예산을 쓰는 원칙을 지킨다. 펀드는 자산이 3000조원에 육박해 노르웨이 후손들의 방파제가 됐다.
북해유전은 석유가 오래 채굴된다. 그에 반해 반도체는 몇 년 갈까. 생각보다 단기간일 수 있다.
믿을 만한 공무원, 논리적인 학자, 냉정한 언론이 역할을 해야 한다. 정답은 나와 있다. 화려한 수사로 돈풀기를 옹호하는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표에 약한 정치인들을 꽉 잡아줄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결국 민도(民度)가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김선걸 논설실장]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