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잡힌 가방 대신 자연스러운 실루엣
FW 트렌드로 떠오른 ‘실용적인 럭셔리’
“축 처지면서도 가벼워 보이는 그런 가방이죠.”
출근길 직장인들이 메는 가방이 달라졌다. 각 잡힌 가방 대신 가죽이 자연스럽게 늘어지고 부드럽게 형태가 무너진 가방이 눈에 띄고 있다. 출근용으로도 손색없는 넉넉한 크기에 힘을 뺀 실루엣을 갖춘 이른바 ‘슬라우치(slouchy) 백’이 올 가을 핸드백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다.
최근 패션업계에 따르면 2026년 가을·겨울(FW) 핸드백 시장에서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실루엣과 실용성을 강조한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방의 형태다. 그동안 핸드백 시장에서는 몸체가 단단하고 각이 잡힌 구조적인 디자인이나 작은 크기의 미니백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 가을 겨울에는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슬라우치 실루엣이 부상하고 있다.
슬라우치 백은 가죽이나 소재 자체의 유연성을 살려 가방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기고 아래로 처지는 것이 특징이다. 딱딱하게 형태를 유지하기보다 몸에 맞춰 자연스럽게 모양이 변하기 때문에 편안하면서도 힘을 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는 최근 패션 전반을 관통하는 ‘조용한 럭셔리’와도 맞닿아 있다. 로고나 화려한 장식으로 브랜드를 드러내기보다 소재와 실루엣, 마감 등 본질적인 디자인에 집중하는 흐름이 핸드백에도 반영된 것이다.
지난 봄·여름(SS) 시즌 인기를 끌었던 이스트-웨스트(East-West) 실루엣도 가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형태와 크기는 한층 실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출근부터 여행, 일상까지 하나의 가방으로 해결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넉넉한 수납력을 갖춘 ‘커뮤트(Commute) 백’이 주목받고 있다. 작은 소지품만 담을 수 있는 미니백보다는 노트북이나 태블릿PC, 파우치 등을 넣을 수 있는 ‘빅백’이 다시 존재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패션업계에서는 단순히 큰 가방을 드는 것을 넘어 ‘실용적인 럭셔리’가 올가을 가방 트렌드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출근길에는 업무용품을 담고, 퇴근 후에는 일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활용도가 높은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색상에서는 버건디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블랙과 다크 브라운 사이에서 은은한 포인트 역할을 하는 깊이감 있는 레드 계열로, 가을·겨울 특유의 무게감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재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었던 스웨이드는 올가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부드러운 터치감의 레더와 표면을 가볍게 긁어 질감을 살린 브러시드 텍스처 소재 등이 더해지며 ‘만지고 싶은 가방’이 주목받고 있다.
고급 라인에서는 크로커다일과 리자드 등 이그조틱 레더를 활용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가을·겨울 시즌성을 강조한 퍼 소재 가방 역시 포인트 아이템으로 제안되면서 소재를 통해 차별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은정 LF 헤지스 엑세서리 BPU 팀장은 “결국 올가을 가방의 핵심은 ‘힘을 빼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형태는 자연스럽게 처지고, 크기는 커졌으묘, 소재는 더 부드럽고 풍성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눈에 띄게 브랜드를 드러내기보다 좋은 소재와 편안한 실루엣으로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것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흐름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