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혁 칼럼
-
[황인혁칼럼] 캐슈너트 그릇과 레버리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교수를 만난 건 9년 전 일이다. 시카고대 연구실 책장에는 희한한 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다. 캐슈너트 모형을 담은 그릇이었다. 그는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바로 캐슈너트"라고 운을 뗐다. 학창 시절 그는 친구와 함께 캐슈너트를 폭풍 흡입했다. 중독성 강한 캐슈너트를 끊으려 그릇을 부엌에 숨기려는 순간 깨달았다. 사람은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절제와 탐욕 사이의 아찔한 줄다리기에 지친
2026.08.12 17:31
08.12
2026 -
[황인혁칼럼] 광주 반도체 팹의 성공조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경제 규모(지역내총생산·GRDP)는 55조원. 세종과 제주를 빼면 전국 최하위권이다. 산업 기반이 빈약한 이곳에 800조원 반도체 투자가 실행되는 건 천지개벽의 기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반도체 팹 4기를 완공한다면 광주는 5·18 성지에서 반도체 성지로 타이틀을 갈아타게 될지 모른다. 이재명 정부는 메가 프로젝트를 꼭 성사시켜 호남권 경제발전의 신기원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야권에선 무리한 관치 개입이라는 날 선 비판을
2026.07.15 17:30
07.15
2026 -
[황인혁칼럼] 레버리지 충격, 버틸 자신 있는가
일본 버블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숫자가 닛케이지수 3만8915다. 1989년 12월 29일에 세운 이 기록은 무려 34년간 깨지지 않았다. 그 뒤의 일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를 버티지 못한 일본 증시는 이듬해인 1990년 초부터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더 치명적인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일본인들은 깊은 고통에 빠졌다. 잃어버린 30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반면 같은 시기 미국에선 401K의 저변이 확산되고 있었다. 월급의 일
2026.06.17 17:43
06.17
2026 -
[황인혁칼럼] 삼성 성과급 잔치, 씁쓸한 뒷맛
2003년 현대차를 출입했을 때다. 현대차 노조는 그해 6월 13일 임단협 결렬을 선언했다. 하투(夏鬪)는 치열했다. 생산차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사측이 추산한 손실 규모가 1조원대였다. 당시 사측 교섭위원이었던 김동진 사장이 "고질적인 노사 분규만 없다면 현대차는 당장 글로벌 톱5에 진입할 수 있다"며 안타까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의 중재 노력 끝에 절충점을 찾은 건 천만다행이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무엇보다 사상
2026.05.20 17:32
05.20
2026 -
[황인혁칼럼] 낮은 울타리, 밀려드는 中전기차
'7년 vs 11개월'. 1995년 BMW가 한국에 진출할 당시 그해 판매량은 200대에 불과했다. BMW가 누적 1만대를 돌파한 건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02년이다. 반면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는 불과 11개월 만에 같은 고지를 넘었다. BYD에 이어 지커, 샤오펑, 체리 등이 줄줄이 한국에 상륙할 채비를 하고 있다. 샤오펑은 지난달 중국을 찾은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홍보에 열을 올렸다. 현재도 전기차 구매자 3명 중 1명
2026.04.22 17:25
04.22
2026 -
[황인혁칼럼] 노란봉투법의 역설
"진짜 사장 나와라." 교섭을 촉구하는 하청 노조의 외침에 대기업 노무 담당자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지난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에 경영계가 몸서리치는 이유는 법 해석의 모호함과 노조의 과잉 행동 때문이다. 한화오션의 급식·청소 하청업체인 웰리브 노조는 거제사업장 앞에서 천막 시위를 벌였다. 한화오션이 선박 생산 하청업체에 지급한 성과급을 '우리한테도 달라'는 요구다. 한화 측은 선박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다른 기관들과 거래 실
2026.03.25 17:41
03.25
2026 -
[황인혁칼럼] K반도체 속도전은 끝났나
"6개월 안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끝내시오."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은 성건평 건설본부장에게 추상같은 지시를 내렸다. 선진국도 최소 18개월이 걸리는 공사를 3분의 1로 단축하라는 명령이었다. 1983년 9월 12일에 착공해 1984년 3월 말에 완공해냈다. 명절 휴가도 반납하고 24시간 불철주야 매진한 끝에 거둔 쾌거였다. 이렇게 탄생한 기흥 반도체 1라인은 64KD램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56KD램을 주 제품
2026.02.25 17:18
02.25
2026 -
[황인혁칼럼] 쿠팡이 놓쳐선 안 될 한가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쿠팡 정보유출 사태가 '양패구상(兩敗俱傷)'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한미 통상 마찰이 가열된다면 한국 정부나 쿠팡 모두 패자로 전락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독일에서 쓴맛을 봤다. 이 회사는 1997년에 유럽 진출 교두보로 독일을 택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했던 방식대로 초저가와 효율성을 추구했다. 하지만 가격 덤핑을 제한하는 공정경쟁 제도와 강한 노동조합 등 독일 정서와 정면 충돌하면서 내내
2026.01.28 17:33
01.28
2026 -
[황인혁칼럼] 한국, 기술전쟁서 생존할 수 있을까
13세기에 세계를 제패한 몽골은 평원 전투에서 압도적이었을 뿐 아니라 성에 들어가 빗장을 걸어 잠근 상대를 격파하는 데도 탁월했다. 강대국의 성장사를 다룬 책 '강자의 조건'은 하루에 160㎞를 이동하는 놀라운 기동력과 살상력 높은 화살 외에도 투석기와 공성술을 비결로 꼽았다. 변방의 유목민들은 어떻게 최신 기술을 손에 넣었을까. 칭기즈칸이 북중국에 위치한 서하를 공격할 때였다. 중국 군대가 거대한 돌덩이를 날리는 투석기를 사용하는 걸 본 몽골은 중국의
2025.12.31 16:50
12.31
2025 -
[황인혁칼럼] 600조 투자 길 트는 게 특혜인가
SK하이닉스의 600조원 투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 회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초대형 팹 4기를 만들 작정이다. 1기를 짓는 데 150조원이 소요되니까 4개면 600조원이다. 향후 10여 년간 진행될 대공사다. 급팽창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려면 조속한 투자가 필수다. 눈앞의 난관은 자금 조달. SK하이닉스가 매년 수십조 원의 이익을 거둔다고 해도 자체 현금흐름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프로젝트다. 외부 자금 수혈이 시급한
2025.12.03 17:45
12.03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