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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혁칼럼] 광주 반도체 팹의 성공조건

원전과 댐은 진보 진영 금기
이걸 깨는 정책 유연성 필요
투자 속도전에 뛰어든 정부
초심 잃지 말고 난관 뚫기를
황인혁 국차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황인혁 국차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경제 규모(지역내총생산·GRDP)는 55조원. 세종과 제주를 빼면 전국 최하위권이다. 산업 기반이 빈약한 이곳에 800조원 반도체 투자가 실행되는 건 천지개벽의 기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반도체 팹 4기를 완공한다면 광주는 5·18 성지에서 반도체 성지로 타이틀을 갈아타게 될지 모른다.

이재명 정부는 메가 프로젝트를 꼭 성사시켜 호남권 경제발전의 신기원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야권에선 무리한 관치 개입이라는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 외에 새로운 생산거점을 지금 준비해야 한다는 김용범 정책실장의 설명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관건은 정부가 초심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느냐다. 전력 해결을 위해 원전을 가동하고, 용수 확보를 위해 댐을 확충하는 일처럼 진보 정권의 정체성을 뛰어넘는 '정책 유연성'을 과감히 발휘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승부처다.

임무 완수까지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수많은 이해 당사자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용지로 낙점된 광주 군공항 이전은 미군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광주기지에 군사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한미군이 언제 이전에 협조하느냐가 중요한 관문이다.

전력도 가시밭길이다. 반도체 팹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 원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활용도를 높여야 하는데 여전히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를 충분히 사용하려면 간헐성을 해소하기 위해 수조 원에서 수십 조원 수준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안전 리스크도 부담이다. 전체 6.3GW의 소요 전력 중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너무 높게 가져가지 않도록 검토해야 한다.

용수 문제는 어떤가. 호남 반도체 산단에 하루 65만t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동복·주암·장흥 등 인근 댐 활용 계획을 내놨다. 영산강 물을 끌어쓰는 과정에서 반도체 팹에 공업용수를 우선 배정하고 리사이클링을 거쳐 농업용수로 내보내자는 아이디어도 나오는데 환경단체와 농민들의 불만을 잘 달래야 한다.

그 밖에 송배전망이나 생산인력 확보 등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이 모든 걸 최대한 신속하게 풀어내면서 정부 바람대로 2030년에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반도체 업계는 2030년 공장 착공에만 들어가도 의미 있는 성과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정부가 무리한 타임라인을 설정해 불확실성을 키우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는 게 현명하다. 그래야 삼성과 SK가 공장 설계, 설비 발주, 양산 일정 등을 정확하게 수립할 수 있다. 경영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반도체업의 특성은 타이밍이다. 이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한결같은 지론이었다. 철강 조선 화학 같은 중후장대 산업은 기술교체 주기가 길지만 반도체는 1~2년마다 주도 기술이 바뀐다.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은 생산량이 수율을 결정한다고 했다. 양산을 먼저 개시한 기업이 유리한 수율을 확보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굳힐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기를 잡아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를 단축하면 나중에 열흘, 100일을 벌 수 있다는 자세로 빠르게 진행해달라"고 주문했다. 말 그대로 중앙과 지방, 기업이 한 몸처럼 뛸 수 있을지, 정부의 투자 속도전이 통할지 세계가 지켜볼 것이다. 국익만을 바라보고 이를 해낸다면 이 정부 최대의 치적이 될 건 확실하다.

[황인혁 국차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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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경제 규모는 55조원으로, 전국에서 최하위권에 속하지만 반도체 분야에서 800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새로운 반도체 팹 완공이 광주를 반도체 성지로 탈바꿈시킬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호남권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력 및 용수 문제,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정부의 정책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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