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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혁칼럼] 캐슈너트 그릇과 레버리지

한탕주의에 빠진 투자자들
레버리지 쏠림은 위험천만
제도와 교육의 두 축으로
자산 다스릴 통제력 키워야
황인혁 국차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황인혁 국차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교수를 만난 건 9년 전 일이다. 시카고대 연구실 책장에는 희한한 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다. 캐슈너트 모형을 담은 그릇이었다. 그는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바로 캐슈너트"라고 운을 뗐다. 학창 시절 그는 친구와 함께 캐슈너트를 폭풍 흡입했다. 중독성 강한 캐슈너트를 끊으려 그릇을 부엌에 숨기려는 순간 깨달았다. 사람은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절제와 탐욕 사이의 아찔한 줄다리기에 지친 사람들은 자신의 비이성적 행동을 제어해줄 규율을 갈망하게 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호기롭게 발을 담갔다가 절망에 빠진 투자자들이 그런 심정일 것이다. 지난 5월 27일 출시 후 상당수 투자자가 삼전닉스 레버리지로 과도하게 몰렸는데, 본주(本株)의 거듭된 급락세에 반 토막 손실을 본 사람이 부지기수다.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이 상품의 진입장벽을 높이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투자가 한풀 꺾였다고 해서 사태가 진정된 게 아니다. 국내 지수형 레버리지나 한층 자극적인 미국의 SOXL(디렉시온 반도체 3배 레버리지)로 거래가 몰렸다고 한다.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종전의 투자 실패를 단숨에 만회해보겠다는 심산인데 아예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월가의 샛별로 떠오른 레오폴트 아셴브레너도 최대 4배 레버리지를 쓰다가 한순간에 추락했다. 인공지능(AI)의 미래를 꿰뚫어 본 통찰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무리한 차입 투자가 몰락을 자초했다.

대박을 꿈꾸는 이들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극심한 단타 거래와 코인 몰빵 투자가 단골 사회 이슈였다. 안타까운 건 이번 삼전닉스 레버리지 허용이 고위험 파생상품의 대중화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 같아서다. 변동성과 중독성을 맛본 투자자들, 특히 2030세대가 안정적 투자처로 회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물론 제도와 규율만으로 사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순자는 인간의 욕망을 후천적인 배움과 수양으로 다스리는 걸 '화성기위(化性起僞)'라고 했다. 그래서 청소년 금융 교육이 절실하다.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투자의 복리효과가 뭔지, 자산의 포트폴리오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가르쳐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했다. 영국은 2014년부터 중등 교과과정에 이를 의무화했다. 미국에선 많은 주가 고교 졸업 요건으로 저축·투자 전략·부채 관리 등 개인 금융 교육 이수를 내걸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교육열을 자랑하는데, 그 열의가 대학 입시에만 집중돼 있다. 그러니 조선시대 왕의 순서나 화학 주기율표를 달달 외우는 게 능사였다. 이제 정규 과정의 금융 교육은 차원이 달라야 한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사회·경제 과목의 일부가 돼선 곤란하다. 단순 지식을 넘어 금융 리스크를 줄이고 부를 평생 관리하는 생존 기술로 격상시켜야 한다. 더구나 인간의 노동이 갈수록 대체되는 AI 시대에는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하지 않는가.

일각에선 봉급만으로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현실이 한탕주의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이건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젊은 세대가 노동과 저축, 장기 투자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을 회복시키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다. 한국은 아직도 이 해묵은 과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캐슈너트 그릇을 치워 줄 수는 있으나, 캐슈너트를 멀리하는 자기 통제력을 갖추는 것만큼 확실한 장치는 없다.

[황인혁 국차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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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캐슈너트라는 사실을 알리며,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을 제어할 규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새로운 고위험 상품으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의 금융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젊은 세대가 노동과 저축, 장기 투자를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사회적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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