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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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희칼럼] 시장은 공급·대출을 묻는데, 답은 또 세금
"진보 정권은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소유를 제한한다든지 수요 억제책을 썼지만 시장이 이걸 이겨내더라. 이제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 불과 1년여 전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이 이전 정부와는 다른 길을 걸을 것임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고 유휴용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당시 공약의 핵심축이었다. 그러나 지난 23일 이 대통령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확인된 국정 기조는 그 약속과
2026.07.28 17:50
07.28
2026 -
[매경포럼] 양손에 떡을 쥘 순 없다
글로벌 테크기업 오라클은 지난 4월 전체 직원의 10% 이상인 2만~3만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회사의 실적 악화나 적자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런 흐름은 오라클뿐만이 아니다. 최근 메타 역시 AI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며 8000명을 줄였고, 아마존도 지난해 말부터 3만명을 감축했다. 물론 사전 예고도 없이 새벽에
2026.06.22 16:59
06.22
2026 -
[매경포럼] 네덜란드병과 '삼전닉스 공화국'
주말 오후, 카페에 앉아 있다가 묘한 장면을 목격했다. 양옆 테이블의 대화가 약속이라도 한 듯 '반도체'로 수렴하고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익률을 증명하는 '계좌 인증'부터 애널리스트를 뺨치는 수급 예측과 주가 전망, 그리고 '역대급 성과급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정의로운가'를 둘러싼 설전까지. 바야흐로 '전 국민의 반도체 전문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두 회사의 주가가 곧 국운이 된 나라. 우리는 어느새 '삼전닉스 공
2026.05.11 17:26
05.11
2026 -
[매경포럼] 고유가 쇼크와 성난 사람들
#장면1. "벌써 2시간째인데 전화는 도대체 언제 연결되는 거야." 지난달 31일 항공사 콜센터는 마비될 정도로 문의가 폭주했다. 일부 항공사는 접속자가 몰리며 앱마저 다운됐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4월 1일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3배로 뛴다는 소식에 티켓을 미리 끊으려는 '발권 전쟁'이 벌어진 탓이다. 인천·뉴욕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는 3월 발권 시 19만8000원이지만, 4월에는 60만6000원으로 뛰고, 5월에는 100만원까지
2026.04.06 17:17
04.06
2026 -
[매경포럼] 현대차 김반장과 아틀라스 사원의 동거
19세기 후반 미국 철도 노동자 존 헨리는 터널 공사 현장에서 새로 도입된 증기 드릴과 바위 뚫기 대결을 벌였다. 망치질로 기계를 꺾는 데 성공했지만, 승리 직후 심장이 멎어 숨지고 말았다. 기계를 이겼으나 생명을 잃은 그의 비극은 산업혁명기 인간이 느꼈던 공포의 결정체였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이 집단 저항으로 표출된 대표적 사례는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이다. 수공업자들은 방직기계를 파괴하며 일자리를 지키려 했지만, 거대한 기술의 흐
2026.01.26 17:26
01.26
2026 -
[매경포럼] 탈모와 생존 사이
대한민국 중년 남성 셋 이상이 모이면 대화는 대체로 세 갈래 중 하나로 수렴한다. 주식, 골프 그리고 탈모다. "약값 한 달 치가 5만원이니 1년이면 60만원이더라" "튀르키예가 모발 이식 성지라는데 단체 관광이라도 갈까" 같은 말들이 오간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 속엔 은근한 절박함이 묻어 있다. 거울 앞에서 넓어지는 이마를 마주하는 당사자들에게 탈모는 분명 재난에 가까운 고통일 것이다. 이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내밀한 고민이 국정의 정중앙으로 소환된
2025.12.22 17:21
12.22
2025 -
[매경포럼] 김부장은 왜 우리를 울리는가
"중년 남성의 불안을 그린 하이퍼리얼리즘이다." 제목부터 강렬한 화제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서울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이라는 조건은 한국 사회에서 '성공'의 종착지로 여겨지는 상징들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조명하는 것은 성공의 빛나는 정점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흔들리는 중년 남성의 퇴직 공포와 가장의 불안이다. 성공한 줄 알았던 김 부장의 짠 내 나는 '처량함'에 많은 이들이 공감 버튼을 누르는 이
2025.11.24 17:18
11.24
2025 -
[매경포럼] '영포티' 혐오의 이면
대한민국 40대가 조롱과 야유의 표적이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밈으로 소비되고 있는 '영포티(Young-Forty)' 얘기다. 인공지능(AI)이 묘사한 영포티의 모습은 이렇다. 슈프림 모자에 스투시 티셔츠와 청 반바지, 나이키 조던 농구화를 착용하고, 손에는 오렌지색 신형 아이폰을 들고 있다. '젊은 척하며 과시적 소비를 하는 꼰대'를 희화화한 것이다. 이 부정적인 밈은 SNS라는 증폭 장치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다. 10년 전 등장한 영포티란 단어
2025.10.13 17:10
10.13
2025 -
[매경포럼] 기업·노동 '양날개론'… 균형 잃으면 추락
"기업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양날개론'은 진보 지식인 고 리영희 교수가 남긴 통찰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공동체가 건강하게 존속하려면 대립하는 가치인 좌와 우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쪽 날개만으로는 결코 비상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양날개론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활력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고, 노동자의 권익은 사회적 안정과 연대의 토대라는 현실
2025.09.08 17:49
09.08
2025 -
[매경포럼] 관세 전쟁터에선 아군, 돌아와선 적군
외부와의 전쟁에서 나란히 서서 싸웠던 동지가 전쟁이 끝난 뒤 돌아와 내게 총부리를 겨눈다면? 그보다 황당하고 배신감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라는 큰 산을 넘은 지금, 기업들이 정부를 바라보는 심정이 딱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린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정부와 기업은 분명 한 팀이었다. 미국으로 총출동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핵심 기업 총수들은 정부 협상단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
2025.08.11 17:32
08.11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