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거래세 동시 인상은
매물 잠김·거래 위축 부른다
집값·전세난 잡으려면
손에 잡히는 공급 청사진부터
매물 잠김·거래 위축 부른다
집값·전세난 잡으려면
손에 잡히는 공급 청사진부터
불과 1년여 전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이 이전 정부와는 다른 길을 걸을 것임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고 유휴용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당시 공약의 핵심축이었다. 그러나 지난 23일 이 대통령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확인된 국정 기조는 그 약속과 거리가 멀었다. 이 대통령은 "당장 제일 급한 것은 조세제도"라며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려면 최소 3배는 올려야 한다"고 했다. 시장은 어디에, 얼마나, 언제까지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 실수요자의 대출 숨통은 어떻게 틔울 것인지를 묻고 있었지만 정부가 먼저 꺼낸 카드는 '부동산 증세'였다.
향후 정책은 소위 '똘똘한 한 채'를 비롯한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용 1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데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초고가 주택 보유세 인상이 현재 집값 과열과 극심한 전월세난을 해소할 실효성 있는 카드가 될지 의문이다. 현금 소득이 적은 고령층 등이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내놓는다면 40억~50억원대 초고가 주택 시장은 일시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서울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것은 초고가 주택이 아니라 중산층 실수요가 몰리는 10억~15억원대 아파트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5억원 이하(6억원), 15억~25억원(4억원), 25억원 초과(2억원)로 차등 제한하자, 대출 여력이 큰 15억원 이하 주택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강력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토론회를 앞두고 접수된 '국민 정책 제안'에는 규제 완화 요구가 빗발쳤지만, 획일적인 대출 규제에 대한 개선책은 나오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시장 정상화의 핵심 키인 '공급'에 대한 정부의 회의적인 태도다. 이 대통령은 "어디에, 어떻게 늘릴지 마땅치 않다"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주민 반대와 환경 훼손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서도 공급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역대 정부에서 고공행진하던 집값을 꺾은 해법은 예외 없이 '압도적 공급'이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 등 그린벨트를 풀어 밀어붙인 보금자리주택은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물량 자체도 중요했지만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저렴한 집을 어디든 지어 공급한다"는 신호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웠던 것이다.
서울 도심 내 신규 택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그렇다면 기존 도심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사업 속도를 높여주는 게 상식이다. 기존 주택 시장에서 나오는 매물 역시 공급인 만큼,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 유통 물량을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까지 검토하며 거래세마저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경험했듯 거래 비용 증가는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뿐이다.
세금과 대출만으로 수요를 억누르겠다는 접근은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보다 '지금 아니면 더 오를 것'이라는 조급함만 키울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용지를 찾기 위해 "헬기를 타고 수도권을 둘러보겠다"고 말했다. 그 의지만큼 중요한 것은 손에 잡히는 공급 청사진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앞으로도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고 원하는 때 집을 사고팔 수 있다는 믿음이다. 집값은 세금만으로 잡히지 않는다. 시장을 안정시키는 힘은 결국 공급에서 나온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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