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에 반발해 오픈AI 퇴사
엔트로픽·퍼플렉시티 등 창업
글로벌 AI 생태계 쥐락펴락
구글 딥마인드 출신 파리행
‘유럽판 챗GPT’ 돌풍 이끌어
테슬라(일론 머스크)·유튜브(스티브 챈)·링크트인(리드 호프먼)·팰런티어(피터 틸). 세계를 주름잡는 기업들 공통점은 창업자가 모두 ‘페이팔’ 출신이라는 것이다. 한때 같은 회사에 다녔던 이들끼리 서로 인적·물적 지원을 해준 덕분에 ‘페이팔 마피아’라는 별칭도 생겼다.
최근 테크 업계에서는 ‘구글 마피아’ ‘오픈AI 마피아’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인공지능(AI) 진보를 이끈 대표 기업에서 뛰쳐나와 굴지의 스타트업을 차려 자신들만의 AI 생태계를 만들고 있어서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들은 역시 챗GPT로 세계를 뒤흔든 ‘오픈AI 마피아’다. 이들의 특징은 페이팔 마피아와 달리 오픈AI 운영 방침에 대한 이견으로 퇴사한 인물이 많다는 것이다. 오픈AI에서 뛰쳐나와 앤트로픽을 세워 ‘청출어람’을 입증한 다리오 아모데이가 대표적 인물이다. 아모데이는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과 인사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했던 미라 무라티도 시장이 주목하는 대표 인사다. 그가 세운 싱킹머신스랩은 지난 15일 새 AI 모델 ‘잉클링’을 공개하면서 주목받았다. 챗GPT와 달리 개방형 AI로서, 이용자들이 모델 내 가중치(웨이트)를 조절해 사용할 수 있다. 소수 기술 기업이 AI를 독점하는 현재의 폐쇄형 구조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최근에는 오픈AI의 수석 과학자이자 회사를 공동 창업했던 일리야 수츠케베르도 상업적 이익을 배제하고 안전한 AGI(범용인공지능) 개발만을 목표로 내건 스타트업 SSI를 세우기도 했다. 상업 서비스로 나아가는 챗GPT와는 결을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인기 AI 서비스 퍼플렉시티 창업자인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역시 대표적인 오픈AI 마피아다.
‘구글 마피아’들도 오픈AI 마피아만큼이나 영향력이 막강하다. 구글에서 생성형AI 서비스 기반이 된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의 저자 8인 중 하나인 에이든 고메즈는 ‘코히어’를 창업했다. 코히어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AI 기업 휴메인과 사우디 주권형(소버린) AI 모델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휴메인은 사우디국부펀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번 사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같은 논문의 저자인 노엄 샤지어는 사용자가 원하는 페르소나를 부여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챗봇 서비스 ‘캐릭터AI’를 창업해 실리콘밸리의 총아로 떠올랐다. 구글은 샤지어를 재영입했지만, 복귀한 지 2년이 채 안 된 지난달 18일 오픈AI 합류 소식을 전했다.
구글 딥마인드를 떠난 아르튀르 멘슈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미스트랄AI’를 창업했다. 미스트랄AI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벌써 약 33조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유럽 내에서도 최정상급 AI 서비스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거대 플랫폼 내에서 역량을 쌓은 뒤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는 ‘이산’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회사 규모가 커질 수록 본인의 방향성을 펼칠 여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터플랫폼 딜룸에 따르면, 오픈AI 마피아의 기업 가치는 총 2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페이팔 마피아의 3조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과거 단일 결제 서비스에서 출발한 페이팔 마피아가 핀테크, 소셜 미디어, 우주 항공 등으로 퍼져나가 현대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면서 “AI 기업에서 배출된 ‘차세대 마피아’들이 폭발적인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마피아’가 만든 혁신은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 정보통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혁신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지금도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스타트업들이 ‘네카오’ 출신으로부터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AI 선두기업 중 하나인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다. 김 대표는 네이버에서 AI서비스 클로바를 총괄하며 핵심 기술 고도화를 이끌었다. 그가 동료들과 함께 설립한 업스테이지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직장인들의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만든 팀블라인드의 문성욱 대표, 유튜브 누적 조회수 1위라는 기록을 쓴 ‘아기상어’의 아버지 더핑크퐁컴퍼니 김민석 대표 모두 네이버 기획자 출신이다. 거대 플랫폼에서 능력을 키운 뒤 이를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로 승화시킨 사례다.
카카오 출신들은 모바일 환경과 밀착된 실생활 플랫폼에서 유독 강세를 보인다. 전국민 지역 커뮤니티로 성장한 ‘당근’의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는 카카오 재직 시절 사내 게시판에서 활발히 이뤄지던 직원 간 중고 거래에서 착안해 창업 아이템을 발굴했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를 창업한 심상민 대표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를 두루 거친 개발자다. 사용자 간 연결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카카오의 사업 모델과 닮았다. VR(가상현실) 콘텐츠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어메이즈의 이승준 대표도 카카오 출신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카오에서 수천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직접 운영해본 경험은 창업자들의 큰 자산”이라면서 “이들이 주도하는 연쇄 창업 생태계가 곧 한국 시장을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