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약국 독자 여러분, 또 한 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줘서 고맙기까지 하더라고요. 인터넷에는 ‘32도인데 시원하다고 하는 한국인들’ 짤방이 돌기도 하더군요.
에어컨 바람 아래와 무더운 야외를 오가다 보면 냉방병이나 여름 감기, 각종 세균성 염증으로 약국을 찾는 분들이 부쩍 늘어납니다. 이때 처방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 바로 ‘항생제’입니다. 파마브로스(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약사들과 함께 쓰는 MK약국, 오늘은 항생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환자 10명중 9명은 “끝까지 다 먹어야”
약국에서 항생제를 받을 때 많이 들어본 멘트가 있죠? “증상이 좀 나아져도 처방받으신 항생제는 꼭 다 드셔야 해요” 아마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런데 정작 의학계에서는 ‘항생제 완복(끝까지 복용)’을 모든 질환에 권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의학 지침은 ‘최단 기간 맞춤 투여’로 진화했는데, 환자 10명 중 9명은 바뀐 사실을 모른 채 예전 수칙을 철칙처럼 믿고 있다는 최신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유타대 보건대 인구보건학과 알리스터 소프 교수 연구팀이 지난 13일 국제학술지 ‘감염병 공개 포럼’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요. 성인 1475명 중 무려 약 10명 중 9명에 해당하는 88%나 되는 사람들이 “증상이 나아져도 처방받은 항생제를 끝까지 다 먹는 게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미 개정된 최신 의학 지침은 다릅니다. 대표적인 세균성 질환인 폐렴만 해도 그래요. 요즘 의학 지침으로는 3~5일 정도 짧고 굵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게 일주일 이상 길게 먹는 것만큼 치료 효과도 똑같고 부작용 위험도 적거든요.
그런데 막상 조사해 보니 환자 10명 중 6명은 이미 바뀐 3~5일짜리 단기 처방보다, 구식 지침인 ‘일주일 이상 복용’을 훨씬 선호하더라고요. 최신 의학 정보와 대중의 상식 사이에 상당한 정보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과거 보건당국이나 의료진이 “끝까지 다 먹어라”라고 강조했던 건 약을 어설프게 먹다 중단하면 남아있는 세균이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임상 데이터가 대량으로 쌓이면서 의학계의 결론도 바뀌었답니다. 연구를 이끈 소프 교수는 “흔히 발생하는 감염 질환의 경우, 항생제 복용 기간을 줄이는 단기 치료가 장기 치료만큼이나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졌다”고 설명했어요.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오래 복용하면 오히려 유익한 장내 미생물까지 싹 사멸해서 설사나 위장 장애 같은 부작용이 생기기 쉬워요. 또 약에 오랫동안 노출될수록 독한 내성균이 생겨날 기회도 늘어나는 법이고요.
물론 그렇다고 ‘단기 처방이 무조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결핵이나 만성 감염처럼 완전히 균을 사멸시킬 때까지 길게 복용해야 하는 질환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에요.
용법·용량과 복용 시간 철저히 지켜
그렇다면 우리는 약국에서 받은 항생제를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요? 유튜브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를 운영하는 고상온 약사에게 핵심 주의사항을 들어봤어요.
고 약사는 “과거에는 항생제를 중간에 끊으면 내성균이 생긴다는 교육이 주를 이뤘지만, 최신 임상 의학은 질환과 환자 상태에 맞춰 꼭 필요한 최단 기간만 항생제를 투여하는 추세다. 단순 호흡기 감염이나 방광염 등은 3~5일 단기 요법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고 해요. 고 약사는 “뉴스나 기사를 보고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환자가 임의로 약을 딱 끊어버리는 건 정말 위험하다. 중이염이나 연조직염 같은 세균 감염은 여전히 정해진 기간을 꼬박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전문자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혼자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진료받을 때 의사 선생님 설명을 잘 듣고, 혹시 복용 중 부작용이 심하거나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임의로 끊지 말고 꼭 의사나 약사와 먼저 상담한 뒤 복용 기간을 조율하란 겁니다.
처방받은 용법·용량과 복용 시간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항생제는 몸속 혈중 농도를 유의미하게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게 치료의 핵심인데요. 하루 3번, 8시간 간격 등 안내받은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켜 복용해야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또 먹다 남은 항생제를 나중에 다시 꺼내 먹거나 타인에게 공유하지 않아야 합니다. 과거에 먹다 남은 항생제를 상비약처럼 보관하다가 비슷한 증상이 생겼을 때 스스로 먹거나 가족에게 건네는 행동은 오남용을 부르고 내성균을 키우는 가장 위험한 습관이랍니다.
설사나 속쓰림 같은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요? 무작정 참거나 임의로 끊지 말고 약사나 의사에게 문의하세요. 항생제로 인해 묽은 변이나 위장 장애가 생긴다면 곧바로 약사에게 증상을 알리고,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함께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약물 변경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항생제 복용 지침도 더 똑똑하고 안전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무조건 끝까지 다 먹는 것도, 마음대로 중간에 끊는 것도 아닌 ‘전문가와의 꼼꼼한 상담’이 올바른 약 복용의 첫걸음이라는 점, 잊지 마세요. 편안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도움말 : 고상온 약사. 200만 유튜브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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