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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 타보니…“현대차 못 타겠네”

웃돈 주고도 못 구한다는데…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26.08.14 16:00:01  
웃돈 주고도 못 구한다는데…

발단은 10분 남짓의 시승이었다. 지난 6월 한 기업체 대표 A씨는 별 뜻 없이 나간 지인 모임에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마침 옆에 있던 사람이 자기 차로 태워주겠다고 했다. 테슬라 모델X였다. 서울 외곽으로 향하는 10분 남짓한 길. A씨는 조수석에 앉아 별 기대 없이 창밖을 봤다.

그런데 곧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차주의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화면을 몇 번 두드린 뒤로는 그냥 무릎 위에 얹혀 있었다. 그 사이 차는 앞차의 속도를 읽고 스스로 감속했고, 옆 차선이 비자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꿨다. 신호등 앞에서 멈췄고, 좌회전 대기 행렬 뒤에 알아서 줄을 섰다. 골목에서 튀어나온 배달 오토바이에는 사람보다 반 박자 빠르게 반응했다.

A씨는 그날 10분 내내 운전대를 잡지 않은 운전자를 지켜봤다. 비결은 FSD다. FSD란 테슬라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으로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이 주변 차량과 보행자, 신호등을 인식해 자율주행한다. 레이더나 라이다 없이 카메라 영상만으로 판단, 현재 한국에 나와 있는 차 중 가장 진일보한 자율주행 기술이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A씨가 던진 첫 질문은 “이거 얼마냐”가 아니라 “이거 지금 살 수 있냐”였다. 답은 ‘아니오’에 가까웠다(?). 모델X를 만들던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은 지난 5월 생산을 종료해서 국내에서도 제한적으로 물량이 풀렸기 때문.

A씨는 그날부터 중고차 앱을 붙들었다. 매물은 올라오기 무섭게 사라졌다. 전화를 걸면 이미 예약이 잡혀 있었다. 몇 주를 그렇게 보낸 끝에 그가 잡은 매물은 부산에 있었다. 서울에서 400㎞. 그는 KTX를 타고 내려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그 차를 직접 몰고 올라왔다. 붙은 웃돈은 4000만원이었다. 중형 세단 한 대 값을 얹은 셈이다. 언뜻 상식적인 소비는 아니다. A씨의 대답은 짧았다.

“차를 산 게 아니라 시간을 산 겁니다.”

그런데 지금 중고차 시장을 들여다보면, A씨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남들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다.

FSD가 적용된 테슬라 모델들은 중고차에 웃돈이 형성돼 거래되고 있다. (AP=연합뉴스)
FSD가 적용된 테슬라 모델들은 중고차에 웃돈이 형성돼 거래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진설명

신차보다 비싼 중고차 왜?

FTA 덕에 미국 기준 FSD 가능

지난 7월 말 기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는 FSD(완전자율주행·감독형) 적용이 가능한 2026년 5~6월식 테슬라 모델X AWD 매물이 1억7000만~1억8000만원대에 올라와 있다. 신차 출고가가 1억3500만원이니 대당 3000만~4500만원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행거리 1000㎞ 이하 신차급 모델X는 4000만원을 더 주고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출고가 1억2500만원부터 시작하는 모델S 역시 신차급 중고에 2000만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넘어서려면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성립해야 한다. 그 차를 꼭 사야 할 이유(수요)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다른 방법으로는 구할 수 없어야 한다(공급). 모델X와 모델S에는 지금 그 두 조건에 부합된다.

먼저 수요 쪽을 보면 이 차들은 국내에서 미국과 동일한 방식의 FSD를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차량이다. 근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국 정부는 FTA 체결 과정에서 미국에서 인증받은 차량의 안전기준을 국내에서도 인정하는 상호인정 특례에 합의했다.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통과한 차량은 한국 정부 인증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자율주행 기능 역시 이 특례의 우산 아래 들어간다.

여기에 하드웨어 조건이 맞아떨어졌다. FSD를 구동하려면 테슬라의 4세대 컴퓨팅·센서 시스템 ‘HW4’가 탑재돼 있어야 하는데, 2023년 이후 생산된 모델에는 이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즉 차량을 뜯어고칠 필요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한 번이면 자율주행이 열린다. 미국 공장에서 나온 모델X·모델S는 규제(FTA 특례)와 하드웨어(HW4)라는 두 관문을 이미 통과한 상태로 국내에 들어와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앞서 소개한 대로 국내에서 FSD를 쓸 수 있는 모델X·모델S의 총량은 제한되다 보니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차 시장에서 테슬라 약진 역시 뚜렷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 기준 테슬라의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는 5만6139대, 수입차 전체의 30.5%다.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1만1119대로 수입 승용차 3만8059대의 29%를 한 브랜드가 가져갔다. 7월에는 점유율이 33%까지 올랐고, 베스트셀링 상위 3개 모델을 모델Y 프리미엄(6612대), 모델Y 프리미엄 롱레인지(2092대), 모델3 프리미엄 롱레인지(1239대)가 모두 차지했다. 5월에는 모델Y 두 개 트림 합산 물량(8708대)이 2위 BMW의 전체 판매량(6555대)을 넘어섰다. 단일 차종이 한 브랜드 전체를 앞선 것이다.

업계는 돌풍의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가격이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LFP 배터리 탑재 모델Y RWD의 가격 경쟁력이 결정적이었다. 보조금까지 얹으면 국산 준중형 SUV와 경쟁 구간이 겹친다.

둘째, 누적된 가격 인하와 라인업 확장이다. 4월 출시된 모델Y L이 가세하며 선택지가 넓어졌다. 셋째, 그리고 최근 가장 강력해진 변수가 FSD다. 중국산에는 아직 FSD를 장착할 수 없는데도, 향후 장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7월 10일 감독형 FSD ‘v14 라이트’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북미에 이어 한국이 세계 두 번째 출시국이다. 이 역시 이례적인 속도다.

한국이 앞자리에 선 이유는 FTA 상호인정 특례에 더해, 도로 환경과 소비자 성향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수도권의 복잡한 도심 주행과 상습 정체 구간은 FSD의 효용을 즉각 체감시키는 조건이다. A씨가 10여분 시승에 지갑을 열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래서다. 여기에 한국 소비자는 신기술 수용도가 높고 OTA 업데이트라는 개념에 익숙한 소비층이 두껍다.

테슬라가 수입차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가 수입차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기아차 위기감 급등

“테슬라서 다른 차 옮기기 힘들어”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아요. 차량 인테리어나 마감 같은 건 좀 걸려요. 그럼에도 자율주행을 겪어보고 나서는 다른 차를 살 마음이 안 들게 되네요.”

테슬라X 차주 B씨 얘기다.

이 지점에서 시선은 현대차그룹으로 향한다. 하드웨어 품질과 디자인에서는 이미 글로벌 수준에 올라섰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하드웨어에 더해 스타링크를 통해 자율주행 레벨을 4단계까지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그 사이 현대차는 소프트웨어에서 헤매고 있다.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도입 자체가 2028년이라고 하는데 FSD를 이미 경험해본 한국 소비자가 현대기아차를 택할 이유를 서둘러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증권가도 같은 신호를 읽는다. 삼성증권은 최근 현대차 목표주가를 7.1% 내린 65만원으로 조정했다.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동차 수출 급증과 테슬라 FSD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유럽에 이어 한국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고, 한국에서는 현대차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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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프리미엄 계속될까

당분간 이어질 수도

테슬라를 향한 구애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FSD 요금제 개편 때문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FSD 구독제 전환 시점을 8월 21일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904만3000원인 FSD 일시불 구매는 20일까지만 가능하다. 21일부터는 월 15만원 구독형으로 바뀐다.

구독은 중고차에 승계되지 않기 때문에 ‘일시불 FSD가 탑재된 미국산 매물’은 20일을 기점으로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나온 고가 매물 상당수는 등록가일 뿐 실제 체결가가 아니다. 기대감이 과하게 반영된 특이 사례일 수 있다. 중국산 차량에 대한 국내 인증이 완료되는 순간 희소성 프리미엄은 빠르게 소멸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지금의 프리미엄은 테슬라에도 마냥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

첫째, 자기잠식이다. 중고 미국산이 신차보다 비싸게 팔린다는 건 신차 수요 일부가 중고 시장으로 새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신형 모델Y를 샀는데 중국산이라 팔고 미국산 구형으로 갈아탈까 고민한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온다.

신뢰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같은 값을 치른 소비자의 차량 기능이 생산지에 따라 갈리는 상황이 길어지면 브랜드 신뢰에 균열이 생긴다. 구독제 전환이 두 차례 미뤄진 것도 소비자 불신을 키웠다.

안전과 규제도 여전히 확인해봐야 할 점이다. ‘완전자율주행’이라는 이름과 ‘감독형’이라는 단서 사이의 간극이 사고 한 건으로 터질 경우, 지금의 열기는 순식간에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사업 모델 자체도 시험대 위에 있다. 일시불에서 구독으로 옮겨가는 전략은 테슬라의 장기 수익성에는 유리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총소유비용을 끌어올린다. 쉽게 말해 FSD를 한 번에 약 900만원을 받던 것을 매달 15만원씩 받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5년만 타도 구독료 합계가 900만원을 넘어선다.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싶게 한다는 말이다.

현대차 SDV 어디까지 왔나
테슬라엔 2~3년, 벤츠에도 1년 뒤져

현대차그룹의 도심 자율주행 상용화 시계는 아직 2028년을 가리킨다. 올 연말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에 레벨2+(고속도로에서 차선 유지와 자동 차선 변경 등이 가능하지만 운전자가 계속 손과 시선을 유지해야 하는 단계)를 적용한다. 도심 주행까지 지원하는 레벨2++(신호등과 교차로가 있는 일반 도로에서도 차가 스스로 주행하되 책임은 여전히 운전자에게 있는 단계. 테슬라 FSD가 여기에 해당)는 2028년 제네시스 대형 SUV, 기아는 2029년이 목표다. 벤츠 계획보다 1년, 이미 판매 중인 테슬라보다는 2~3년 늦다.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은 뚜렷하다. 올해 2월 박민우 사장이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에 취임한 뒤 애플·테슬라 출신 김동욱 전무가 SDV플랫폼개발센터장에, 애플·토요타·엔비디아를 거친 제레미 마 전무가 AVP실리콘밸리 조직을 맡았다.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제품화를 담당한 권정현 부사장은 자율주행개발센터장 겸 포티투닷 자율주행 디비전 총괄로 합류했다. 여기에 엔비디아에서 미국·유럽 레벨2·레벨2+ 제품 출시를 이끈 박진석 수석 기술프로그램관리자도 상무급으로 영입돼 신설 센터를 맡을 전망이다. 실주행 데이터를 다시 제품 개선으로 연결하는 주기를 단축하는 역할이다.

인프라 투자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AX 성과 발표회에서 새만금에 500㎿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2030년까지 구축하고 엔비디아와 협력해 GPU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제품과 직결되는 영역은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직접 개발하고, 사내 업무 영역은 외부 기술을 쓰는 투트랙 전략이다.

그럼에도 과제는 남는다. 하나는 기술 종속 우려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외부 기술을 활용하면 부족한 데이터와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특정 업체 의존도가 높아지면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기 어렵다”며 “협력하되 종속되지 않는 독자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하나는 데이터 자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은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실증 실험을 늘려야 해외에 비해 크게 부족한 주행 데이터를 쌓을 수 있어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3호(2026.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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