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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현대차 김반장과 아틀라스 사원의 동거

피할 수 없는 로봇의 진격
기술을 막은 대가는 늘 컸다
노동의 종말 막으려면
저항 대신 공존을 설계해야
심윤희 논설위원
심윤희 논설위원
19세기 후반 미국 철도 노동자 존 헨리는 터널 공사 현장에서 새로 도입된 증기 드릴과 바위 뚫기 대결을 벌였다. 망치질로 기계를 꺾는 데 성공했지만, 승리 직후 심장이 멎어 숨지고 말았다. 기계를 이겼으나 생명을 잃은 그의 비극은 산업혁명기 인간이 느꼈던 공포의 결정체였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이 집단 저항으로 표출된 대표적 사례는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이다. 수공업자들은 방직기계를 파괴하며 일자리를 지키려 했지만, 거대한 기술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제 인간과 기계의 갈등은 더 이상 역사책 속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차의 '아틀라스', 테슬라의 '옵티머스'로 대변되는 휴머로이드 로봇의 진격은 노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아틀라스' 도입 계획을 두고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을 넘어, 생산 현장에서 인간과 피지컬 인공지능(AI)이 맞붙은 최초의 정면충돌이다. 대당 가격 2억원, 연간 유지비 1400만원으로 24시간 가동되는 로봇과 연봉 1억3000만원에 파업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노동자 중 기업이 누구를 선택할지는 자명하다. 노조가 배수진을 친 이유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반응은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마차 운행을 고집하던 마부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의 진보를 물리적으로 막아선 시도는 역사적으로 늘 처참한 패배로 끝났다. 과거 영국이 마차 산업을 보호하려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들고 뛰게 했던 '빨간 깃발법'은 결국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에 내주는 자충수가 됐다. 테슬라가 '옵티머스'를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견습생으로 배치하며 '제조 혁명'을 본격화하는 마당에, 우리만 기술에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차 공장의 반장격인 숙련공 '김 기술기사'와 신입사원 '아틀라스'의 동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은 베테랑과 최첨단 센서를 탑재한 로봇이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 영리한 신입을 '어떻게 쫓아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협업하며 살아남을 것인가'다.

AI 분야의 석학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반복 작업과 위험한 공정은 지치지 않고 정밀하게 움직이는 아틀라스에 맡기고, 김 기술기사는 로봇이 흉내 낼 수 없는 종합적 판단과 책임,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통제하는 '현장의 사령관'으로 진화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의 등장으로 마부라는 직업은 사라졌지만, 운전사와 정비사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했듯 로봇과 AI 역시 신산업 출현을 통해 고용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노동의 진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술의 진격을 멈추려 애쓰기보다 인간의 역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노동의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로봇 도입으로 절감된 비용과 생산성 증대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지, 노동자의 재교육과 직무 전환을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논의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지능이 높은 종도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갈파했다. '노동의 종말'이라는 서늘한 예언이 들려오는 AI 시대에도, 이 명제는 유효하다. 기술이 두려워 공장 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도태는 시작된다. 결국 생존의 열쇠는 저항이 아니라 적응이며, 관망이 아니라 선제적 선택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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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미국의 철도 노동자 존 헨리는 기계와 대결하여 승리했으나, 그 직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현대 자동차의 '아틀라스'와 테슬라의 '옵티머스'로 대변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은 노동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현대차 노조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기술의 진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로봇과 인간의 협업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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