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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관세 전쟁터에선 아군, 돌아와선 적군

기업 관세폭풍 뚫기도 벅찬데
규제·세금과 싸워야 할판
옥죄면 '기업 탈한국' 가속화
제조업 지킬 유인책 마련 시급
사진설명
외부와의 전쟁에서 나란히 서서 싸웠던 동지가 전쟁이 끝난 뒤 돌아와 내게 총부리를 겨눈다면? 그보다 황당하고 배신감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라는 큰 산을 넘은 지금, 기업들이 정부를 바라보는 심정이 딱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린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정부와 기업은 분명 한 팀이었다. 미국으로 총출동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핵심 기업 총수들은 정부 협상단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카드는 협상 타결의 비밀 병기였다. 글로벌 공급망을 쥐고 있는 기업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관세 전쟁에서 싸워보지도 못하고 밀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협상이 끝나자 판세는 급변했다. 기업이 마주한 현실은 새로운 무역 질서에 대비할 지원책이 아니라 규제와 증세라는 또 다른 전쟁이었다. 여당은 반기업 입법을 밀어붙이고, 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거론한다. 전쟁터에서의 아군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적군이 된 셈이다.

정부는 이번 관세협상에 대해 "선방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지만, 기업들의 위기감은 오히려 깊어졌다. 무관세였던 미국 시장에서 이제 15%의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3년 상장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3%라는 점을 감안하면, 15% 관세는 단순한 부담을 넘어 '수익 구조 붕괴' 수준에 가깝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미국 수입차에 25% 품목관세가 부과된 현대자동차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3%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15.8% 감소했다. 장사를 잘하고도 관세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관세 폭풍을 뚫을 전략을 세우기도 벅찬 기업들이 내부에서 투하되는 규제 폭탄과 싸우느라 힘을 소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더 센 상법'과 파업을 부추길 수 있는 노란봉투법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고, 8월 임시국회 처리가 예고돼 있다. 여기에 법인세율 인상을 담은 세재개편안까지 겹치면서 산업계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자동차 산업만 해도 수천 개의 협력업체가 원청의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이 법에 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경고한 이유다.

정부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관세협상 결과 그 자체가 아니다. 더 큰 위험은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줄이고 생산기지를 미국 등 해외로 옮기는 '탈한국' 현상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 한해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국내 제조업 유출을 가속화할 강력한 유인책이다. 만약 기업들이 투자 재원을 미국에 쏟아붓는다면 한국은 제조업 일자리 붕괴와 산업 공동화라는 거대한 파고에 직면하게 된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핵심 산업이 빠져나가면 지역 경제 붕괴와 기술 생태계 약화는 불가피하다. 과도한 규제와 세금으로 제조업의 해외 이전을 촉발해 산업 기반이 무너진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 실질적 유인책으로 제조업 쇠퇴를 막는 게 시급한데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위기 때는 기업을 '국익의 방패'로 삼다가 금세 '규제 대상'으로 몰아세우는 모순적인 행보는 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될 것"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고 누차 밝혀왔다. 지금이야말로 말뿐인 실용주의가 아니라 기업 성장을 뒷받침할 '진짜 실용주의'를 보여줄 때다. 기업은 적이 아니라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 경제를 지켜낼 유일한 파트너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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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마무리된 현재,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와 세금 증가에 직면하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선방했다"고 평가했으나, 새로운 무역 질서에서 기업들은 관세 부담 때문에 수익 구조가 붕괴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경우 한국의 제조업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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