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이 국가운명 가르는데
D램 기술 유출은 통탄할 일
우린 무슨 방어수단 갖고 있나
첨단기술 개발도 규제 덫 빠져
D램 기술 유출은 통탄할 일
우린 무슨 방어수단 갖고 있나
첨단기술 개발도 규제 덫 빠져
칭기즈칸이 북중국에 위치한 서하를 공격할 때였다. 중국 군대가 거대한 돌덩이를 날리는 투석기를 사용하는 걸 본 몽골은 중국의 공성무기 기술자들을 적극 포섭했다. 투석기를 수천 ㎞ 끌고 다닐 수는 없는 일. 몽골은 중국 기술자들을 유럽 원정까지 데려가 적들의 견고한 성을 무너뜨릴 투석기를 신속하게 만들어냈다. 당시 최고의 기술자와 무기를 움켜쥐면서 전황을 지배하고 정복자로 호령할 수 있었다.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힘의 근원은 예나 지금이나 기술력이다. 그것이 군사 기술이든, 산업 기술이든 국가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전장이라면 예외가 없다. 그래서 자체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외에도 타국의 기술을 빼앗으려는 스파이 활동은 여전히 집요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알려진 D램 기술 유출 사건도 그런 사례다. 삼성전자 전 임직원들이 중국 반도체 회사에 넘긴 기술은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대 D램 공정이었다. 이 핵심 정보를 손으로 베껴 중국 창신메모리에 빼돌렸다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검찰이 추산한 피해액은 최소 수십조 원이지만, 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 산업 최후의 보루인 K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삼성·SK를 비롯한 반도체 생태계와 국가 경쟁력은 순식간에 추락할 게 자명하다. 기술은 한번 넘어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은 기껏해야 1%. 아시아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30년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던 일본보다 못한 성적표다. 우리는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나마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술의 유출을 최대한 막고, 다른 한편에선 연구개발의 효율과 속도를 끌어올려야만 한다. 기술 보호와 창출은 생존의 문제다.
한국의 매력적인 기술은 또 다른 탈취 시도에 노출되고 있을 것이다.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너무 부실한 탓이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 유출 범죄는 처벌 형량이 높지 않다.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단도 충분치 않다. 산업 스파이에 대해 경제간첩죄를 엄히 적용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선진국들은 기술을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 자산의 관점에서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기술 유출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판단해 수십 년의 징역과 거액의 벌금으로 다스리며 경제간첩죄를 적용한다. 독일도 첨단산업의 기술 유출을 사실상 간첩 행위로 간주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묻는다. 함부로 감행하다가 적발되면 인생 끝이라는 신호를 분명히 보내는 셈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개발에 몰두할 여건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지만 연구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법안조차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규제 하나 못 풀어내는 정치권과 정부라면 선진 한국을 말할 자격이 없다. 강성 노조의 눈치만 살피다 중국에 굴복당한 뒤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땐 기업과 근로자 모두 공멸일 뿐이다.
정치 논리가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던 기술력마저 잃게 만드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매국 행위다. 병오년 새해에 우리는 기술 강국을 향해 질주할 붉은 말의 등에 올라탈 수 있을까.
[황인혁 국차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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