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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40년 '족쇄'…"남자옷 팔다 여자옷 팔면 탈락"

멀쩡한 가업상속까지 발목
① 727개 업종만 공제되는데
업종전환도 사실상 불가능
② 피상속인 경영기간 3배 늘려
작년기준 中企 67%가 미달
③ 겸업하면 주업종만 인정
中企 신사업 걸림돌 작용
사진설명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안을 놓고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빵 굽지 않는 베이커리 카페' 등 일부 업종의 허점은 정교한 핀셋 규제로 보완해야 마땅하나, 이를 명분 삼아 경영 기간 요건을 30년으로 대폭 강화한 것은 그동안 승계를 준비해온 유망 기업들의 사다리를 걷어찬 격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기업 생존을 위한 업종 전환마저 정부 심사위원회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상속 이후 10년 동안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억죄는 사후관리 규제를 다시 강화함으로써 제도의 안정성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 1997년 도입 이래 꾸준히 늘어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앞서 한국재정학회 주최 '2026년도 세제 개편안 평가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 출석해 "가업상속공제의 핵심 요건인 경영 기간이 1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강화되면서 그동안 차근차근 승계를 준비해온 10~20년 차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기술과 산업 환경 속에서 업종 전환 시 위원회 통과를 의무화하거나, 사후 경영 기간을 10년으로 다시 묶어둔 것은 20년 가까이 이어온 제도의 지속성을 훼손하는 무리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가업상속에 적용되는 기업들은 대체로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1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가업으로 물려받아 5년 이상 유지하면 가업상속공제에 해당된다. 문제는 가업 영위 기간을 30년 이상으로 3배 늘렸다는 점이다. 사후관리도 10년으로 2배 늘어났다. 이를 놓고 3분의 2 이상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염려가 크다.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 중 3분의 2는 피상속인의 가업 영위 기간이 30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세청의 국세통계 '가업 영위 기간별 가업상속공제 결정 현황'에 따르면 2025년 상속세 결정 기준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는 총 257건이다. 가업 영위 기간별로는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91건으로 전체의 35.4%였다.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82건으로 31.9%, 30년 이상은 84건으로 32.7%였다. 10년 이상 30년 미만 구간을 더하면 총 173건인데, 전체 결정 건수의 67.3%다.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결정 10건 중 약 7건이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30년 경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허시원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1년에 20억원이란 공제한도가 신설되는 만큼 피상속인 가업 경영 기간은 기존 기준인 10년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면서 "20~30년으로 늘리면 대상자가 지금보다 확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세분류라는 '외통수'

세세분류로 개편해 업종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가업승계를 '외통수'에 밀어넣는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대·중분류 내 1205개 업종이 해당되는 적용 요건은 세세분류 기준 727개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해당 업종만을 영위해야 가업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가령 남자용 겉옷 소매업과 여자용 겉옷 소매업은 업종코드가 각각 47411과 47412로 다른데, 남자용 겉옷을 팔던 기업은 계속 남자용 겉옷만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강정호 세무법인 센트릭 파트너는 "한 가지 업종을 30년 하면 된다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여러 업종의 사업을 병행하거나 비슷한 업종으로 바꾸는 사례가 많다"며 "과거 대·중분류 아래에서는 분류 업종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지만, 개편안의 세세분류 727개에선 그게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세분류로 30년을 유지하라는 것은 영세 사업자에 굉장히 가혹한 조건"이라며 "업종 전환이 가능하다지만 민관 위원회를 통해야 한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위원회 제도를 둘러싸고 기업의 핵심 경영 정보가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가업 해당 여부와 업종 전환의 적정성을 심사받으려면 과거 경영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전략 등 고도의 대외비 정보를 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가업상속공제가 우리나라는 1년에 200여 건인데 독일은 1만건에 달한다"면서 "국제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원래도 엄격했는데, 이번 개편으로 앞으로 더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 나현준 기자 /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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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안이 경영 기간 요건을 30년으로 대폭 강화하여 유망 기업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기업의 업종 전환이 정부 심사위원회의 승인 없이는 어려워지며, 사후관리 규제 강화가 제도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세세분류로의 개편이 업종 전환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 중소·중견기업에 가혹한 조건을 부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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