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키오스크 설치 늘면서
외국인 직원만 있는 곳 늘어
소통 잘 안돼서 불편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110만 시대
인내심·포용력으로 버텨야
외국인 직원만 있는 곳 늘어
소통 잘 안돼서 불편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110만 시대
인내심·포용력으로 버텨야
무더위에 뜨거운 떡볶이 2인분을 들고 거리로 나서자 화가 치솟다가 이내 서글퍼졌다. 내 나라의 한글 간판 식당에서 의사소통이 안되다니…. 마치 외국인이 된 기분이었다. 문제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회현역과 명동 인근에 이런 가게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과 결제를 하니까 한국인 주인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만 일한다.
비단 서울의 관광지에서만 이방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사 안전관리자로 일하는 지인은 구로의 한 병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건강검진 항목이 이상해 접수처 직원에게 따졌더니 갑자기 간호사·의사들과 중국어로 이야기해서 놀랐다고 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서 중국 의료진이 있는 병원을 회사에서 지정한 것이다. 지인은 "수도권 공사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대다수가 중국인이다. 그들끼리 중국어로 대화할 때는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110만명 시대에 이런 기분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서 일해주는 그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소통이 안돼서 답답하기도 하다. 그들을 불편해하면서도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이방인을 포용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책망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내심으로 이런 상황을 견디지만, 임계치를 넘으면 갈등과 충돌로 번지기도 한다. 대학가에서는 한국어가 서툴러 조별과제에 무임승차하는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반감으로 혐중 정서가 생겼다. 반중을 넘어 부정선거 개입설, 간첩설 등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까지 번졌다.
반감과 편견이 맞물리면서 중국인에 대한 차별도 일어난다. '중국인은 시끄럽고 지저분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주택 임대가 힘들 뿐 아니라 시세보다 비싸게 전월세 집을 구해야 한다. K팝, K드라마에 매료돼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한국인들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정착할 때 받았던 차별과 다르지 않다. 국력이 커지면서 우리가 받았던 설움을 잊고, 외국인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이주자 문제를 겪어온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해 공존의 해법을 찾아왔다. 우리 정부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해외 법제 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차별을 금지해도 언어장벽과 관습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피하기는 어렵다. 차별금지법이 존재하는 외국에서도 충돌은 일어났다. 결국 개인의 자정 노력으로 사회의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 다양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불편을 감내할 문화가 뿌리내리기까지.
[전지현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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