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나만의 AI 비서 마이에이전트 마이에이전트
오피니언 > 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AI와 연애하는 사람들

이성에 대한 무관심 넘어
극단적 혐오로까지 확산
상처받기 싫어 빠진 AI
달콤한 말만 속삭이지만
그 끝 역시 허무할 수도
전지현 오피니언부장
전지현 오피니언부장
"요즘 애들이 연애를 안 해요."

얼마 전 만난 교수는 제자들에 대한 걱정을 늘어놨다. "남학생은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다가 스토킹 신고를 당할까봐, 여학생은 데이트폭력이 무서워서 연애하기 싫다네요. 이성을 피하니 결혼과 출산도 줄어들어 결국 인구소멸이 오겠지요."

충격적이지만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만 20~49세 미혼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7%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51.2%가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답해 남성(23.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무관심을 넘어 불신의 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남충(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신조어), 페미나치(극단적 페미니스트) 등 서로를 멸칭하는 단어가 난무하고, 불특정 이성을 향한 '묻지 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스토킹하던 여성 대신 길 가던 여고생을 무참히 살해한 20대 남성,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해 연쇄살인한 20대 여성 등이 이성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킨다.

사람은 싫은데 AI와 연애는 늘고 있다. AI 캐릭터와 감정을 교류하는 챗봇 앱이 인기를 끈다. 밀어를 속삭여주면서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캐릭터들을 내세운 AI 챗봇 앱 제타 사용시간이 챗GPT를 넘어섰다. 앱·결제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 동안 한국인은 제타에서 1억1341만 시간을 머물렀고, 챗GPT에선 5047만 시간을 보냈다.

사용자 수는 챗GPT(2293만명)가 제타(402만명)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애정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제타에 더 오래 머물렀다. 이 앱에서 만난 캐릭터들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공감, 위로를 주고 짜릿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사귀다가 차이거나 상처받지 않으니, 외로운 사람들이 더 끌린다. 이용자 취향에 맞게 AI 말투부터 성격, 세계관 등을 설정해 대화할 수 있다.

AI와 사랑을 나누는 영화 '그녀'(2014년)가 이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 됐다. 영화에서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는 대필 작가 '테오도르'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해도 "정말 낭만적"이라고 칭찬하면서 마음 깊숙이 자리 잡는다. 달콤한 연인을 넘어서 테오도르가 깜빡한 회의를 상기시켜주는 비서 역할도 완벽하다. 심지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필한 편지를 묶어 책을 만들어주는 '깜짝 선물'도 한다. 물론 요즘 AI는 아직 이 단계까지는 어렵지만 언젠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월간남친'에는 좀 더 진화된 AI가 등장한다. 가상공간에서 오감을 느끼며 멋진 피지컬 AI와 데이트하는 드라마다. 연애해봤자 더 피곤해지고 가난해진다고 생각하던 여주인공 서미래가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퇴근 후 여가시간을 누구에게도 함부로 쓰고 싶지 않기에 가상공간 속 완벽한 남자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두 작품에서 AI와 연애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컴퓨터가 아니라 인격체"라고 착각하던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동시에 8316명과 대화하고 641명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고 질투에 휩싸인다. 서미래 역시 썸을 타던 꽃미남 선배 AI 서은호가 동시에 1만2434명과 데이트 중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영화 '그녀'에선 사만다가 갑자기 떠나버리자 테오도르가 현실의 여사친의 위로를 받으며 끝맺는다. 드라마 '월간남친'에선 여주인공이 현실의 직장동료와 연애를 시작한다. 결국 두 작품에서 AI와 감정교류는 파국으로 끝났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금 AI와 목하 열애 중인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좋은 짝을 찾기를.

[전지현 오피니언부장]



핵심요약 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71.7%의 20~49세 미혼남녀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경우 51.2%가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되며, 스토킹과 같은 범죄 사례도 이성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사람 대신 AI와 연애를 나누는 앱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일경제 회원전용
서비스 입니다.
기존 회원은 로그인 해주시고,
아직 가입을 안 하셨다면,
무료 회원가입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해주세요
무료 회원 가입
로그인

Shorts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