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권 부동산 정책 실패
세제·대출규제 집착한 탓
4년 남은 李정부, 기회 있어
靑 주택공급단 설치 어떤가
세제·대출규제 집착한 탓
4년 남은 李정부, 기회 있어
靑 주택공급단 설치 어떤가
첫째, 공급 부족이 지금 훨씬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5월 서울 입주 물량은 1만3111가구. 지난해보다 41.6% 줄었다. 한 해 평균 3만가구 안팎인 서울 아파트 입주가 향후 3년간 매년 1만2000가구 정도로 깔때기처럼 줄어든다. 반면 수요는 역대급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만 40조원이 풀린다. 부동산으로 꽤 흘러갈 것이다.
둘째, 국민들의 학습효과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대출을 옥죄었지만 서울 아파트 값은 5년간 80% 올랐다. 문재인 정부도 고강도 세금·대출규제가 포함된 26차례 대책을 냈는데 119% 뛰었다(경실련 집계). 수요 억제는 집값을 올린다는 사실을 이젠 모든 국민이 확신한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가장 다른 것은 문재인 정부는 이미 끝났고, 이 정부는 4년이 남았다는 점이다.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말로 시작해보자.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집값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공급이다. 그런데 왜 역대 정부는 세금, 대출 같은 수요 억제에만 매달릴까.
'정책과 효과의 시차(lag)' 탓이 크다. 택지 지정부터 입주까지 통상 4~5년, 오늘 삽을 떠도 박수는 후임자가 받는다. 반면 세금·대출 규제는 즉시 시행되고 와글와글 일하는 느낌을 준다. 예전에 한 당국자가 "주택 공급은 임기 이후라 나와 상관없다"고 말하는 걸 봤다. 이 정부는 '시차'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다행히 4년은 공급정책으로 충분히 승부 가능한 기간이다.
노·문 정부의 전철을 피하려면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째, 국민이 정부를 믿으면 공급은 계획만으로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가 증거다. 1989년 발표 이후 2년 반 만인 1991년부터 한 해 30~40%씩 폭등했던 집값이 누그러졌다. 기다리면 싼 집을 살 수 있는데 비싼 구축을 살 사람은 없다.
지금도 의지만 있다면 집 지을 땅은 널렸다. 예를 들어 국유지인 용산공원은 면적이 약 300만㎡다. 1만가구를 짓겠다는 인근 국제업무지구(49.5만㎡)의 6배다. 곧바로 착공하면 공원 일부에 2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종로·을지로 낙후지에 고층을 올리는 재건축·재개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둘째, 공급이 가능하려면 전문가가 리드해야 한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동산 차르'에 시장을 압도하는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 지역구 행사나 어슬렁거리는 정치인은 안 된다. 가칭 '주택공급본부'를 청와대에 두면 어떤가. 국토부는 주민 반대와 지자체 이견에 부딪히면 손을 놓으니 개발에 10년 걸린다. 이해관계 조정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급을 밀어붙일 수 있는 조직은 청와대밖에 없다.
청와대가 주도한 역대 사업은 분기점마다 있다. 1968년 청와대 직속으로 경부고속도로를 추진해 2년 반 만에 완공했다. 1991년 청와대 직속 '사회간접자본투자기획단'은 교통세·민자유치제도의 마중물이 됐다. 이를 통해 인천국제공항(2001년)과 경부고속철(2004년) 완공 성과를 이뤘다. 지금도 비슷한 전환기다.
역대 정부들은 주택 공급을 미뤘다. 부동산 시장은 터지기 직전이다. 이 정부는 4년 남았다. 특히 2년 뒤에 총선이 있다. 수도권 집값은 뇌관이 될 것이다. 이 정부에도 국민에게도 공급이 정답이다.
23일 부동산 토론회가 열린다. 세금 인상은 공정 과세나 소득 재분배에 관한 것이지 부동산대책은 아니다. 주택 공급. 밀린 숙제를 해야 할 적기다.
[김선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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