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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명칼럼] 애튼버러와 최불암 … AI로는 안되는 것

새끼고릴라를 응시하는
경이·애정·호기심의 눈
배려·절제의 웃음 '파하'
호모 사피엔스만 가능한 일
노원명 논설위원
노원명 논설위원
1979년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마운틴고릴라를 찍기 위해 아프리카 르완다 정글을 찾았을 때 고릴라와 스킨십을 나눌 계획은 없었다. 갑자기 마주친 고릴라 가족에 놀란 그는 풀숲에 드러누웠다. 잠시 뒤 무릎이 묵직해졌다. 세 살배기 새끼 고릴라 '파블로'가 그의 다리에 걸터앉아 인간 아기처럼 장난을 쳤다. 애튼버러 이전에도 고릴라를 가까이서 연구한 학자가 있었지만 두 영장류의 만남이 방송 카메라에 찍힌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애튼버러는 조카를 처음 대하는 삼촌 같은 얼굴로 파블로를 바라보고 어미는 옆에서 무심하게 나무순을 뜯는다. 이 경이로운 조우를 수억 명이 화면으로 보았다.

이달 8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튼버러에 관한 2개 기사를 실었다. 하나는 4단 기사로 100세를 맞은 애튼버러의 업적을 반추하는 내용, 하나는 '애튼버러: 자연의 위대한 전달자'가 제목인 사설이다. 영국 신문은 우리와 스타일이 다르지만 생존 인물의 생일을 기념해 사설을 쓰는 것은 어떤 기준에서도 이례적이다.

애튼버러를 영국인들은 '국보'라 부른다. 1952년 BBC 입사 후 흑백 TV가 VR 시대가 될 때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다. 우리가 알았든, 몰랐든 한국인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KBS가 1970년부터 방영해오고 있는 '동물의 왕국' 상당 편수가 애튼버러가 취재하고 내레이터를 맡은 작품인 것을 이번에 알았다(나는 작고한 이완호 성우의 더빙을 거쳐 그의 해설을 접한 세대로 사바나에 관한 지식 대부분을 '동물의 왕국'을 보고 배웠다).

애튼버러는 '주 퀘스트(Zoo Quest)' '지구 위의 생명(Life on Earth)' '플래닛 어스(Planet Earth)' 등을 거쳐 넷플릭스 '우리의 지구(Our Planet)'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걸작 다큐를 통해 자연의 경이를 인류에게 선보였다. 근년에는 기후 위기와 해양 플라스틱 오염 개선을 위해 뛰고 있다. 이 비범한 100세 노인의 특징으로 BBC 동료들은 호기심과 친절, 헌신을 꼽았다. 또 '급변하는 세상에서 드물게 변하지 않는 존재'라고 평했다.

지금 르완다 숲속에는 파블로의 증손 세대가 살고 있다. 그동안 인간은 고릴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축적된 지식을 재빨리 쏟아내는 능력에 있어 인공지능(AI)은 애튼버러를 능가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엔 애튼버러와 파블로가 도달했던 신뢰, 영장류적 동질감이 주는 감동이 없다.

영역은 달라도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물이 한국에도 있다. 최불암 연기 인생 68주년을 맞아 MBC가 이달 방영한 다큐의 제목은 '파하, 최불암입니다'다. 표정 변화에 비해 소리가 작은 특유의 '파하' 웃음을 최불암은 오래전 인터뷰에서 '노모를 의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젊은것들끼리만 재미난 얘기를 하는 것으로 여기실까 신경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절제와 배려, 인격이 만들어낸 그 웃음은 참으로 호모 사피엔스적이다.

최불암 역시 내레이션의 대가다. 그가 나온 작품 중 '한국인의 밥상'을 특히 좋아하는데 최불암 해설, 정확히는 음색을 듣기 위해 봤던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있으면 내 가족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다. 그가 방송을 중단한 이후로는 마음 줄 채널을 못 찾고 있다. 한결같은 호들갑, 말장난, 진부함이라니…. 진정성이란 덕목이 최불암과 더불어 사라져버린 듯하다.

바라건대 애튼버러와 최불암이 오래오래 활동했으면 좋겠다. 그들처럼 호기심과 열정, 유머로 충만한 사람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인류는 어느 시대에나 그런 인간적 자질에 매혹됐다. AI 시대에는 더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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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고릴라와의 경이로운 만남을 담은 것은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의 100세 생일을 맞아 FT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사와 사설을 실었으며, 영국인들은 그를 '국보'라 부른다.

최불암과 같이 애튼버러의 인간적인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신뢰와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물들이 오래 활동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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