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전 여친 살해계획 털어놔
“가질수 없으면” “가족도 죽일거야”
오픈AI 신고에 덜미…회사서도 해고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전 여자친구를 강간·납치·살해하겠다는 계획을 반복적으로 입력한 미국 남성이 오픈AI의 신고로 체포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사우스팜비치에 거주하며 골드만삭스 웨스트팜비치 지점에서 금융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대런 저우(25)는 지난 3월 챗GPT와의 대화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상세히 털어놨다가 결국 붙잡혔다고 IT 전문매체 퓨처리즘과 현지 신문 팜비치포스트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저우는 6개월간 사귄 21세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챗GPT에 이별 후의 감정과 질투심, 상대의 취미와 자주 가는 장소 등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화는 곧 구체적인 폭력 계획으로 번졌다.
법원 기록에 남은 메시지에서 그는 “이달 말까지 그녀를 죽일 것”,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다”라고 적었다. 전 여자친구가 다니는 체육시설 주차장에서 꽃을 들고 기다리다가 거절당하면 총을 꺼내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상대를 총으로 위협해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인질로 삼겠다는 계획, 경찰이 출동하면 여러 발을 쏜 뒤 자살하겠다는 내용, 상대의 가족 전체를 살해하겠다는 언급까지 있었다.
저우는 챗GPT에 AR-15 계열 소총과 글록 권총, 산탄총을 구입했다고 말하고, 전 여자친구에게 총기와 케이블타이(지퍼타이), 라텍스 장갑 사진을 보냈다고 밝혔다. “오늘 밤 강간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라는 대목도 있었다.
실제로 그는 여러 전화번호와 애플리케이션을 동원해 전 여자친구에게 집요하게 연락하며 위협·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 여성은 저우의 “충동적이고 질투가 심하며 통제적인 행동” 탓에 전화로 이별을 통보했으며, 그의 반응이 두려워 신고를 못하고 메시지를 스크린샷으로 모아 뒀다고 진술했다.
오픈AI는 이 대화를 긴급 상황으로 판단해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FBI는 지난 5월 팜비치 카운티 보안관실에 두 달 치 대화 기록을 넘겼다. 기록을 검토한 한 보안관보는 이를 “막연한 감정적 분출”이 아니라 계획과 예행연습을 반복한 패턴으로 평가했다.
저우는 5월 체포돼 이틀간 구금됐다가 보석금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를 내고 풀려났다. 골드만삭스는 6월 초 사건을 인지한 뒤 그를 해고했다고 퓨처리즘에 확인했다.
그는 가중 스토킹, 살해 위협 서면 작성, 범행을 위한 통신기기 불법 사용 등 최대 25년형에 해당할 수 있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8월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실형과 중범죄 유죄 판결을 피하는 플리바겐(유죄 협상)에 합의했다. 법원은 피해 여성이 합의를 승인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받아들여 선고를 유예하고 보호관찰 8년을 선고했다. 저우는 첫 2년간 전자발찌를 차고, 가정폭력 가해자 개입 프로그램 이수와 정신건강 평가·치료를 받으며, 전 여자친구와의 접촉 및 총기·약물·알코올이 금지된다.
저우 측 변호인은 그가 노스이스턴대를 마그나 쿰 라우데(우등)로 졸업한 전과 없는 인물로, “매우 힘든 정신건강 위기”를 겪었을 뿐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메시지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총기를 소유하지 않았다고도 해명했다.
오픈AI는 이용자가 타인을 해치려는 정황이 감지되면 훈련된 소규모 검토팀이 대화를 별도로 살피고, 타인에 대한 급박한 신체적 위해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면 법 집행기관에 넘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이 회사는 자해 사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오픈AI가 과거 신고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된 사례와 대비된다. 지난 4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텀블러리지 총기 난사 사건 유족들은 범인이 공격 수개월 전 챗GPT에 폭력적 대화를 남겼는데도 오픈AI가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며 회사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NPR 보도에 따르면 오픈AI의 자동화 시스템은 2025년 6월 당시 18세였던 범인의 계정을 총기 폭력 관련으로 이미 표시해 뒀으나, 오픈AI는 당시 대화가 법 집행기관 이첩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으로 9명이 숨졌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