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가 상승, 반영 말아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 측은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분할 규모가 과도하다는 점을 주장하는 한편, 확정 판결을 미룬 사이에 분할금을 위한 현금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14일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단은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을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받기 위해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몫으로 책정된 재산 비율이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2024년 5월 2심은 두 사람의 공동재산 중 노 관장의 지분을 35%로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노태우 비자금’ 등 노 관장의 기여분 일부를 제외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지만, 지난달 파기환송심은 노 관장의 몫을 3분의 1(약 33%)로 2심과 거의 비슷하게 정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노 두 사람의 이혼이 확정된 후 SK㈜ 주가 상승분을 재산분할 비율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변동성이 큰 주가를 분할비율에 반영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당시 80만원대였던 SK㈜ 주가는 현재 50만원대로 하락했다.
재산분할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점도 어려움으로 꼽았다. 최 회장 측은 조정 과정에서 재산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노 관장 측은 전액 현금 지급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9440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하기 위해 SK㈜ 주식을 매각할 경우 그룹 경영권에 타격이 생기고, 단기간에 대규모 물량을 매도하면 증시에도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분위기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29.4%의 가치를 7500억원으로 평가해 나누도록 한 점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을 2017년 매입했다. 노 관장과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고 외부에도 알려진 시점이다. 노 관장이 SK실트론 매입 계약에 관여하거나 재산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공동재산으로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SK실트론은 두산이 매입해 최 회장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고, 향후 지분을 매각하면 세금이 발생해 7500억원 가치도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 재상고로 판결 확정을 늦추고 그 사이에 현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에 의해 최 회장이 SK㈜ 지분을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 매도하려면 최소 30거래일 전에 공시해야 하는 점도 상고의 이유로 꼽혔다. 재상고 없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9440억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즉시 연 5%의 지연이자가 붙는다. 총액 기준 연 472억원, 하루에 1억 2932만원 수준이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중 만나 인연을 맺고 1988년 결혼했다. 현직 대통령의 딸과 대기업 총수 일가의 아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고 이들은 세 자녀를 뒀다.
최 회장이 2015년 혼외 자식의 존재를 밝히며 두 사람의 파경 소식이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렬돼 이듬해 2월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2022년 12월 서울가정법원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인 공동재산이 아닌 상속·증여로 받은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액과 위자료를 각각 1조3808억원과 20억원으로 1심보다 20배로 늘렸다. SK그룹 성장에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흘러들어갔으므로 이를 노 관장의 기여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실재했더라도 불법 자금이므로 소송에서 이를 보호해줄 수 없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최 회장이 이혼소송 전 친인척 등에 지급한 1조 1116억원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선택이었으므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봤다. 공동재산 규모는 2심에서 인정한 4조115억원에서 2조8999억원으로 줄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심이 인정한 노 관장의 재산 비율 35%를 1/3(33.3%)로 줄였다. ‘노태우 비자금’을 계산에서 빠졌지만 노 관장이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면서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됐다. 2024년 4월 16일 2심 변론종결일 당시 SK(주) 주가가 주당 16만원이었지만 지난 6월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에는 주당 81만원까지 5배 이상 치솟은 점도 참작됐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