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은 일본의 만화잡지 주간 소년점프 2026년 33호였다. 지난달 슈에이샤는 일본의 국민만화 '원피스'의 연재 29주년을 기념해 해당 호에 원피스 카드게임 한정판 카드를 동봉했다.
자칭 리셀러, 통칭 되팔이, 타칭 공공의 적들은 부록 카드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고, 사재기에 나섰다. 해당 호가 완판됐다는 소식과 함께 화물차 짐칸을 가득 채운 소년점프 인증샷은 마니아들을 공분케 했다. "30여 년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소년점프를 사 왔는데, 되팔이 때문에 못 샀다"는 한탄이 나왔다.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는 판매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카드 매물들이 올라왔다. 여기서 엔딩이었다면 씁쓸했겠지만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주간 소년점프 편집부는 공개 사죄하며 부록 없는 종이잡지 추가 인쇄, 전자판 구매자에게도 부록 제공 이벤트 등 대책을 내놨다. 부록 카드의 중고가는 즉각 폭락했다. 중고매장에서는 매입가를 1엔(약 8.9원)으로 제시했다. 졸지에 되팔이들은 악성재고 만화잡지를 수십, 수백 권씩 쌓아놓은 '원피스 사랑단'이 됐다.
원피스 사랑단 사재기 사건은 두 가지 성격의 사재기가 물고 물린 결과다. 먼저 한정된 재화를 되팔아 차익을 노린 투기적 사재기가 있다. 이 매점매석이 '곧 물건이 동난다'라는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고 예비적 사재기, 패닉 바잉으로 번진다. 개개인의 합리적(처럼 보이는) 소비가 집단적 비이성을 만든다. 사회 전체가 정보 폭포(information cascade)에 휩쓸리는 것이다.
100만부씩 찍어내는 잡지에 희소성을 기대해? 하하 바보들-이라고 한껏 비웃고 돌아앉아서는 핫딜 게시판을 둘러본다. 왜 이렇게 싸게 나왔지? 이 가격이면 '아묻따' 사야 한다고? 곧 품절이라고?
냉동만두 1+1 번들과 100개쯤 있는 충전 케이블과 이미 가진 책의 새 판본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결제를 마치고 꺼진 휴대폰 화면에 비친 것은, 자신이 현명하다고 믿는 소비 사랑단의 얼굴이었다.
[홍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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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잡지 주간 소년점프의 '원피스' 29주년 기념 한정판 카드가 사재기를 촉발하며 큰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주간 소년점프 편집부는 부록 없는 잡지 추가 인쇄와 전자판 구매자 대상 부록 제공 등 대책을 발표하며 사죄했지만, 결과적으로 카드 가격이 폭락하고 되팔이들이 악성재고를 안게 되었다.
이 사건은 투기적 사재기와 패닉 바잉이 경합하며, 정보의 폭포 현상으로 이어진 현대 소비 시장의 집단적 비이성을 드러내고 있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