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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공감(共感)의 부재

여야에 말실수 경쟁이라도 붙은 모양이다. 최근 '폐버스·돌려차기' 논란이 그렇다. 한 여당 의원은 청년 주거 대책으로 '폐버스 개조'를 제안했다가 비판받았고, 야당 의원들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가볍게 입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맥락은 다르지만 두 사안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선명히 읽힌다. 공감(共感)의 부재. 비좁은 버스 안에서 살 청년의 표정, 범죄 피해자가 겪었을 공포를 잠시라도 생각했다면 쉽게 뱉을 수 없는 말이었다.

주인인 유권자를 잊는 것부터가 공감 부재의 단면이다. 선거철이면 골목과 시장을 누비던 정치인이 배지를 단 뒤에는 유권자의 삶에서 멀어진다. 국민의 눈높이보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민생보다 다음 공천과 계파의 이해관계를 앞세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공감 수준이 법과 제도의 품질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공감이 결여된 법과 제도는 사회적 약자를 '투명인간'으로 만들 위험이 크다. 최근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그 예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빈자리를 급하게 메운 조항에는 정작 그 법의 영향을 받게 될 국민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가 형소법 개정안을 비판했던 이유다.

언행과 조문으로 확인되는 공감의 부재는 2023년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의 연설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부작용으로 장애인 학대 범죄가 묻힐 가능성을 지적하며 '코이(비단잉어)' 사례를 들었다.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 속에서 10㎝ 남짓 자라지만 강에서는 1m까지 성장한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물고기가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만난다.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좋은 법과 제도는 사회 구성원이 꿈꾸고 가능성을 펼칠 공간을 넓혀준다는 게 김 의원의 호소다.

공감은 인간의 품격을 넘어 좋은 입법의 출발점이다. 정치가 사람의 얼굴을 놓쳐선 안 된다. 여야는 물론 정부와 청와대 인사들이 2023년 김 의원의 연설을 찾아 들어보기를 권한다.

[이재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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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말실수 경쟁이 최근 '폐버스·돌려차기' 논란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공감의 부재가 이들 사안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지적받고 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삶에서 멀어지고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현실은 법과 제도의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재철 논설위원은 김예지 국회의원의 연설을 통해 공감이 좋은 입법의 출발점임을 강조하며, 정치가 사람의 얼굴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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