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코스피 질주만 보고
'전과 다르다' 착각해선 안돼
코스피 피크아웃보다
코리아 피크아웃 걱정해야
'전과 다르다' 착각해선 안돼
코스피 피크아웃보다
코리아 피크아웃 걱정해야
대통령이 된 후에도 운이 따랐다. 실적을 부르는 사람을 영미권에서는 '레인메이커'라고 한다. 주가 상승분에서 정부 기여분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이 대통령은 레인메이커 자격이 있다. 반도체 사이클이 달아오르던 시점에 코스피 2770에서 임기를 시작해 8000을 넘겼다. 누구는 그것을 운이라 하고 누구는 실력이라 한다. 낙종한 기자들만 남의 특종이 운인지, 실력인지 따진다. 남은 임기 중 이 대통령의 운이 한국의 운과 일치할지, 그 전에 운이 얼마나 더 갈지가 중요하다.
하필 1주년 회견 날 코스피는 8% 넘게 급락해 8000이 무너졌다. 이튿날 최대 상승폭으로 반등하고 다음 날엔 또 크게 떨어졌다. 반도체 경기가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도달했을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시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운에도 피크아웃이 올 것인가. 그것보다 걱정되는 것은 꼭지 찍은 국운, '코리아 피크아웃'이다.
반도체 호황 덕에 코스피는 세 배쯤 뛰고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0.5% 성장했다. 50년래 최고다. 그래도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만달러를 못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환율이 너무 올랐다. 환율은 자체가 실력이어서 복불복으로 돌릴 수 없다. 이 정부에서 잘 안 되고 있는 또 몇 가지 지표가 있다. 24개월째 하락하는 청년 고용률, 다시 오르는 서울 집값, 고물가…. 코스피는 명품으로 갈아입었는데 그 안의 속옷은 누덕누덕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돈은 D램에서 번다. 중국과 D램 기술 격차는 종이 한 장이다. 인공지능(AI) 큰 장이 서는 바람에 경쟁이 필요 없는 구간을 지나고 있지만 언제 따라잡힐지 알 수 없다. 그 와중에 노조는 영업이익의 N%를 상여금으로 받아 갔고 정부는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1.85%에서 올해 1.66%, 내년에는 1.52%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가 주는 데야 방도가 없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으로 최저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0.80명대로 올랐다. 갈 길이 멀고 그나마 일시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정부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반년 이상 '방치'하더니 그가 사임하고 나서도 3개월간 자리를 비워 뒀다. 후임은 인구 관련 이력이 없는 방송기자 출신이다.
한국은 건국 이래 '멈추면 추락'이라는 두려움에 앞만 보고 달려온 나라다. 며칠 전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관련 기사에서 이를 '반영구적 편집증(semi-permanent paranoia)'이라고 표현했다. 실은 이런 노심초사가 한국이 피크아웃을 겪지 않은 원동력이라는 취지였다. 반도체 호황과 고속질주 코스피는 우리로 하여금 실체 이상의 자신감에 취하게 하고 있다. 코스피는 내렸다가도 오르지만 국운은 한 번 꺾이면 반등이 어렵다. 이 대통령이 코스피 1만 달성보다 코리아 피크아웃을 늦춘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노원명 논설위원]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