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높은 지지율 순풍
장특공·공소취소는 맞바람
큰 이슈 정면승부 나섰어야
오세훈 "저는 미쳐있는 놈"
장특공·공소취소는 맞바람
큰 이슈 정면승부 나섰어야
오세훈 "저는 미쳐있는 놈"
역대 관훈토론의 정수는 후보 간 날선 맞토론이다. 그러나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피하면서 토론회는 순차 진행하는 '더블헤더'가 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오전 9시, 정 후보는 11시였다. 정 후보는 토론 전 티타임에서 "후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털어놨다. 캠프가 전략적으로 맞대결을 피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캠프는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묻어가는 전략인 듯했다.
지지율은 순풍이었다. 그러나 정 후보는 무거운 짐도 지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선거 두어 달 전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야당이 세금 폭탄이라 비판하자 "논리 모순이자 명백한 거짓 선동"이라며 몰아세웠다. 연일 SNS에 올리는 대통령 메시지는 명료했다. 실거주 아닌 집주인의 양도세 감면 혜택을 없애겠다는 것.
2024년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그해 전국 장특공제 중 서울시민이 85.5%인 5362억원의 혜택을 차지했다. 건당 평균 공제액은 2억6000만원이다.
서울에서 실거래 가격 12억원 초과에 주인이 비거주하는 주택은 20만~25만채로 추정된다. 장특공제가 박탈되면 이들은 나중에 집을 팔 때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가족까지 포함해 수십만 명의 유권자가 이해관계자다. 집 한 채가 전부인 중노년에게 갑자기 세금이 늘어나면 큰 부담이다. 특히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한다고 하지만 수만 종류의 케이스를 투자와 실수요로 나누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 후보는 이 폭발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 "1주택자에 대해선 현행 권리가 보호돼야 한다"고 애매한 입장을 밝혀왔다.
토론이 시작됐고 그 질문을 했다. "후보의 소신이 대통령의 뜻과 다른데, 당선된다면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습니까?"
정 후보는 "투기 목적이 아닌 1주택자는 보호받도록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일부러 한 번 더 물었지만 대답은 비슷했다.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수십만 유권자가 촉각을 곤두세운 대목이다. 정 후보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거나 대통령을 설득할 방법을 말하거나 구체적 대안을 내놨어야 했다. 아니라면 반대로 대통령 뜻을 따라 유권자를 설득하거나. 애매함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토론 이후 정 후보의 본심을 묻는 시민들이 많았다.
유권자가 리더를 선출하는 이유는 대표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전 시장이 반발을 뚫고 청계천 공사를 감행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의 저항에도 한미 FTA와 이라크 파병을 결단한 것처럼.
정 후보는 민감한 이슈는 눙쳤다.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서도 대답을 피했다. '부자 몸조심'이 뚜렷했다.
반면 이날 오 후보는 지나칠 정도로 간절했다. 그는 마무리 발언에서 "저는 미쳐 있는 놈입니다"라고 했다. 이례적인 비속어였다. 이어 "시민이 편리함과 안전함을 누리는 삶의 질 세계 3위 도시를 만드는 데 미쳐 있는 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바꾼다면 대선은 안 나가도 좋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정 후보와 달리 장동혁 당 지도부와 단절했다. 아예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선거 결과는 오세훈 49.22%, 정원오 48.07%. 1.15%포인트에 갈렸다.
정 후보는 이슈를 회피했고 유보했다. 정면 승부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돌아보니 그가 넘어야 할 산은 오세훈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속한 캠프와 당이 아니었을까.
[김선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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