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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킬러문항 없는 李 성장 전략

이재명 정부 첫 경제성장전략
규제 혁파 빠진 '반쪽' 청사진
코로나서 터진 보복소비처럼
기업 억눌린 성장혈 뚫어줘야
이재철 논설위원
이재철 논설위원
숫자는 힘이다.

요즘 우리를 괴롭히는 고환율도 결국 '빈약한 숫자'의 결과다. 한 해 '영끌'한 경제성장률이 1%대인 나라의 통화가치를 후하게 쳐줄 수 없다.

그래서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총량 지표를 무시하기 어렵다. 성장판이 열릴 때 죽기 살기로 노를 저어야 한다. 모두가 'K자 양극화'를 걱정하는데, 지난해 이맘때 한국 경제를 압도한 심리가 '피크(peak) 코리아'라는 절망의 서사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작년 10월. 매일경제가 뉴욕에서 글로벌 금융리더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비관적 경기 전망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뜻밖의 낙관론을 펼쳤다. 인공지능(AI)이 이끄는 기술 혁신이 다른 불확실성을 상쇄해 미국 잠재성장률이 2030년 4%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닥터둠'도 놀라는 AI발 성장 국면에서 한국은 천운처럼 삽과 곡괭이를 판다.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의 중심 국가다.

역사적 메모리 수요를 기반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상당한 기세로 반등할 수 있다.

지난 팬데믹 때 '보복소비'로 불리는 이연 수요(pent-up demand)가 나타난 것처럼, AI발 순풍을 이용해 억눌린 성장 욕구를 분출하고 GDP 기세를 올려야 한다. 비유하자면 '이연 성장(pent-up growth)'을 노려볼 만하다.

코로나발 보복소비의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제약된 지출이 수요의 땔감이 됐다.

대형 쇼핑 매장 앞에 줄이 섰고, 해외여행 예약이 쇄도했다. 굶주린 소비가 숫자의 도약을 이끄는 이례적 현상이었다.

마찬가지로 억눌린 성장이 분출하려면 공격적 재정이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나라 곳간을 마음껏 열 형편이 못되니, 재정 부담 없이 성장 기세를 올릴 여우 같은 지혜가 요구된다. '규제 완화'다.

기업 숨통을 조이는 주52시간,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만 합리적으로 개선해도 기업들은 투자 대비 수익성을 다시 계산해 시설투자와 고용을 늘릴 것이다. 올해 정부가 올려 잡은 '2% 성장' 달성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얼마 전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경제 성장 전략에는 이런 까다로운 킬러문항이 없다. '20조원 국민성장펀드'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재정 동원책 일색이다.

한정된 곳간 현실에서 돈으로 메우는 정책은 쓸수록 기대효과와 가용 여력이 작아지는 구성의 오류를 만난다.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면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경제팀은 이재명 경제팀보다 정직해 보인다. 트럼프노믹스는 관세, 재정(감세)과 함께 규제 완화를 3대 축으로 삼았다.

트럼프 행정명령 14192호는 각 부처에 '규제 하나당 기존 규제 열 개 삭제'를 요구한다. 이재명 정부의 성장 전략 자료에는 재정의 승수효과를 키울 이런 과감한 주문이 본문과 각주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성장펀드 계획만 봐도 그렇다. 성장은 공급 측면에서 '자본·노동·기술'의 생산함수 변화로 결정된다. 20조원이 자본의 땔감이 되겠지만, 노동과 기술에 투입할 연료가 빠졌다.

최소한 펀드 투자 대상 업종만큼은 '주52시간 규제 예외'를 인정하는 문제풀이가 최선의 답이 될 것이다. 피투자 기업은 규제 완화라는 혁신의 처방에 힘입어 양질의 연구개발(R&D) 인력을 마음껏 쓰고 세상에 없던 혁신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한다.

규제는 잘 쓰면 보약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성장의 혈을 막는다. 막힌 혈을 건드리는 킬러문항 풀이가 없기에 이재명 정부의 첫 성장 전략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실력이 충분한데 문제를 풀지 않는 건 의지와 태도의 문제다.

[이재철 논설위원]



핵심요약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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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경제는 고환율과 저조한 성장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GDP와 같은 경제 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공격적 재정 정책 대신 규제 완화와 같은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최근 경제 성장 전략은 이러한 킬러문항을 다루지 않아 실질적인 개선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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