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식당에는 주방과 배기시설 등 영업에 필요한 설비가 갖춰져 있다. 당장 생계를 마련해야 하는 이들은 기존 시설을 넘겨받아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 손쉬운 선택지이다 보니 식당 창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K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시대에 간판과 사업자만 바꾼다고 사정이 바뀌진 않는다. 식당도 하나의 엄연한 사업이다 보니 따져볼 게 많다. 유동인구, 임차료부터 상권까지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뛰어든다면 폐업은 예고된 수순일 수밖에 없다.
결제·재고 관리 시스템이나 키오스크 등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도 필수가 됐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경쟁력 있는 가게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이지, 망해가는 가게를 살려내는 처방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왜 수많은 사람이 준비되지 않은 채 자영업으로 뛰어드느냐에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꾸준히 창출된다면 생계 때문에 음식점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다. 즉, 자영업 과잉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생긴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존 일자리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9만명 이상 줄며 4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노동 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계속 자영업으로 내몰린다면 '비극의 회전문'은 더 빠른 속도로 돌아갈 게 뻔하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직무를 키우고, 산업 전환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자리로 노동자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이 신산업에 투자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경제 성장동력도 살려야 한다. 자영업을 선택하지 않아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노동 시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 '회전문 창업'을 막는 근본 해법이다.
[이호준 벤처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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