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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와 장동혁의 비슷한 선택, 다른 믿는 구석 [노원명 에세이]

시안 사건을 일으켜 국공 합작을 요구한 장쉐량(왼쪽)과 장제스.
시안 사건을 일으켜 국공 합작을 요구한 장쉐량(왼쪽)과 장제스.

1931년 일본이 만주를 침략한 이후에도 난징에 수도를 두고 있던 장제스의 국민정부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때 장제스 군은 장시(江西) 성에서 공산군을 몰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본군을 상대하기 위해 만리장성 북쪽으로 병력을 보낸다면 공산당 격멸은 포기해야 했다. 장제스는 말했다. “공산당이 ‘심장병’이라면 일본인은 ‘피부병’이다 .” 큰 병인 공산당부터 해결하고 나서 일본을 상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장제스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때 중국의 인구는 약 5억명으로 일본보다 7~8배 많았다. 일본군 전력은 세계적이었지만 넓은 중국 대륙을 구석구석 점령하기엔 절대 수가 부족했다. 보통 중국인들은 이런 경우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장제스도 그랬다. 그는 만주 따위는 잊어버렸다.

이런 상황은 1936년 12월 장쉐량이 시안에서 장제스를 납치할 때까지 이어졌다. 장제스는 2주 동안 버텼지만 결국 “공산당과 항일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장쉐량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듬해 중·일 전쟁이 발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을 제명한 것은 일본군에 앞서 공산당부터 소탕하겠다는 장제스의 결정과 일맥상통한다. 먼저 내부의 적을 없앤 연후에 고토 회복에 나선다…. 그런 생각이거나 그런 생각처럼 보이고 싶은 듯하다.

장 대표는 6월 지방선거에는 별 뜻이 없어 보인다. 뜻이 있다면 한동훈을 제명하지 말았어야 했다. 서울시장을 잃으면 충격은 크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이 몇 배 몇십배 중요하다. 그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장 대표에게 지방선거는 잃어버려도 어쩔 수 없는, 장제스에게 있어 만주 땅 같은 것이다. 내가 살아야 외적과 싸울 기회가 있다. 심장병부터 해결하고 피부병을 고친다. 뭐 그런 계산.

장제스의 믿는 구석은 5억 인민이었다. 중국에 배치된 일본군은 1938년 85만명이 최대였다. 전투에서 이기고, 지역을 점령할 수는 있어도 통치하기는 버거웠다. 일본이 태평양으로 전선을 넓히지 않고 중국 전선에만 집중했더라면 전쟁에서 승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래 지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륙 버전의 베트남전이 지속되지 않았을까.

장동혁이 믿는 ‘5억 인민’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국갤럽 기준 20%대로 나오는 지지율? 어떤 경우에도 국회 교섭단체는 만들어줄 대구·경북? 이는 전체 보수의 시각에선 참 알량한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마지노선이 아니라 최대치 같기도 하다.

장동혁 체제의 국민의힘은 넓은 스펙트럼이 특징인 포괄적 보수정당과 결별하는 중이다. 극우 유튜버와 아스팔트 교회 세력이 이 당의 중심이 된 지 꽤 됐다. 영국으로 치면 보수당에서 나이절 패라지의 극우 ‘영국개혁당’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극우화한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혼란해지고, 민생이 파탄 나고, 가치가 무너지는 세상에선 극우나 극좌에게 기회가 온다. 독일 나치당은 그렇게 집권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나라에서 이런 정당이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트럼프 1기 이후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득세하면서 극단 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극우화한 국민의힘도 집권을 꿈꿀 수 있다. 좌파 정부 임기 중 IMF급 경제위기가 닥치거나 한다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국민의힘이 좁아진 스펙트럼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지지율은 최대 20%대가 아닐까. 성적표는 본인만 불만이지 대개는 실력을 반영하는 법이다. 2년 후 총선에서 22대 총선 때 얻은 108석을 지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구·경북 이외 나머지 지역은 꿈꾸기 어렵고 TK도 석권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 결과 국민의힘은 주류 정당에서 ‘부티크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20%와 TK는 마지노선이 아니라 최대치다.

국민의힘이 빠진 자리를 지금 여권이 가져갈지, 대안 보수세력이 가져갈지 잘 모르겠다. 후자가 가능하려면 먼저 대안 보수정당이 서야 한다. 한동훈 제명 사태에 임하는 제(諸) 세력들의 행태와 실력을 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민의힘에는 시안 사건을 일으킨 장쉐량만한 인물도 없다. 대안세력이 안 나온다면 그나마 국민의힘이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래봐야 20%, TK 정당이겠지만. 나는 장동혁의 믿는 구석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안 보수세력은 없다는 믿음.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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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일본의 만주 침략 당시 장제스는 공산당을 먼저 소탕한 후 일본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이는 현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한동훈 제명과 유사한 맥락을 지닌다.

장동혁 대표의 결정은 지방선거에는 큰 의도가 없어 보이며,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극우화하면서 얻을 수 있는 지지율은 최대 20%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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