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전시장서 예술여행
유물부터 팝아트 거장까지
미술관서 만나는 세계 문화
낯선 생명체·사진 속 일상도
전시관 투어 뉴노멀로 인기
유물부터 팝아트 거장까지
미술관서 만나는 세계 문화
낯선 생명체·사진 속 일상도
전시관 투어 뉴노멀로 인기
동남아시아의 휴양지로 떠나는 대신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태국 불교미술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을 통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태국 대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전시에는 방콕국립박물관 등 태국 국립박물관 21곳에서 모은 국보급 문화재 239점이 나왔다. 현지에서도 한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다. 일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해외로 나왔다.
가장 큰 볼거리는 14세기 수코타이 왕국 시대의 '걷는 부처'다. 한국의 반가사유상이 명상하는 부처라면, 태국의 걷는 부처는 중생을 향해 직접 걸어가는 부처를 형상화했다.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 든 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정적인 동아시아 불상과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AI시대의 사유…수원시립미술관
무더위를 피해 조금 더 깊은 사유를 하고 싶다면 수원시립미술관이 좋은 선택이다. 호주 작가 패트리샤 피치니니는 사람도 동물도 아닌 낯선 생명체를 극사실주의 조각으로 만든다. 머리카락과 피부 질감까지 재현한 작품은 처음엔 기괴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이상하게 따뜻하다.
전시 제목인 '킨쉽(Kinship)'은 본래 혈연이나 친족 관계를 뜻한다. 작가는 단순한 혈연관계를 넘어 유전자 조작 생명체나 기술이 탄생시킨 비인간 존재까지도 우리가 관계를 맺고 보듬어야 할 대상으로 넓혀 바라본다.
전시장 초입의 '바쳐진 존재'는 몸을 웅크린 털복숭이 형태로 언뜻 낯설고 기괴해 보이지만,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며 다가갈수록 갓 태어난 아기처럼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대표작 '의심하는 토마스'는 한 소년이 낯선 생명체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을 포착하여, 미래 사회가 맞닥뜨릴 윤리적 화두와 따뜻한 포용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는 인간과 인공지능(AI), 생명공학이 공존하는 시대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
스페이스K서 즐기는 치유여행
석촌호수의 거대한 풍선 조형물 '컴패니언'과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의 앨범 표지 작업으로 친숙한 작가 카우스(KAWS)가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을 갖는다. '21세기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카우스의 이번 전시 '친구, 그리고 이웃'은 작가의 대표 캐릭터가 등장하는 신작 회화와 조각 등 20여 점을 소개한다.
이전 작품들이 주로 서로를 안아주거나 기대는 위로의 정서를 담았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캐릭터들이 서로 다투고 경계하는 대립적 구도가 돋보인다. 작가는 두 아이의 일상을 관찰하며 갈등이라는 모티프를 염두에 두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팬데믹 이후 현대 사회에 짙어진 경계심과 타인과의 마찰을 은유적으로 투영했다.
신작 회화 '치유'는 11명의 캐릭터가 각자 바다 풍경이 담긴 캔버스를 들고 서 있는 작품이다. 각각의 조각을 따로 보면 개별 그림이지만, 캔버스들을 한데 이어 붙이면 하나의 거대한 바다 전경이 완성된다. 이는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와 연결을 통해 비로소 마음의 치유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포토투어는 서울시립사진미술관
마지막 추천 코스는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마틴 파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작가 별세 이후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는 사진 504점, 영상 1점, 사진책 90권 등 총 595점이 출품돼 그의 50여 년 사진 인생을 집대성했다.
보도사진가 단체 매그넘 포토스 소속으로 활동했던 마틴 파는 전쟁이나 혁명 같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아닌 슈퍼마켓, 해변, 휴양지 등 평범한 생활상을 프레임 안에 담아내며 사진 다큐멘터리의 문법을 새로 쓴 인물이다. 강렬한 원색 컬러와 유머러스한 풍자로 현대 소비사회의 민낯을 렌즈에 포착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남한과 북한 연작이다. 작가가 1997년 방문한 평양의 풍경은 정치적 상징과 통제된 일상이 교차하는 묘한 긴장감을 전한다. 반면 1998년부터 2007년 사이 촬영한 서울의 대형마트 풍경은 형형색색의 소비재로 가득 찬 쇼핑카트를 통해 고도성장기의 소비문화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세계 곳곳의 관광지를 누비며 사진을 찍는 휴가객을 담은 '작은 세계' 연작은 여가마저 상품이 된 현대 사회의 단면을 위트 있게 보여준다. 오늘날 소셜미디어(SNS)에서 매일 마주하는 셀카, 음식 사진, 여행 인증샷의 원형을 마틴 파의 렌즈를 통해 확인하며 시원한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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