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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시스템 에어컨이 고장났다

여름마다 추앙받는 캐리어
120년전 혁신이 축복 됐다
기후위기는 절망적이지만
과학·공학자가 해결해주길
신찬옥 과학기술부장
신찬옥 과학기술부장
작년 이맘때도 참 더웠다. 칼럼을 쓰려고 '폭염 살인'을 읽고 있었는데, 진짜 살인 예고장이라도 받은 듯 공포스러웠다. 선진국에 사는 내가 설마 '더위' 때문에 죽겠어?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이 쓴 현장 보고서 같은 책은 그런 죽음이 정해진 미래이고,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킴 스탠리 로빈슨이 쓴 SF소설 '미래부'를 읽고 있다. 때는 2025년, 인도 북부에 열파가 덮치고 2주간 무려 2000만명이 사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 지구적 재앙에 대항할 국제기구 '미래부'가 만들어지고, 이후 2053년까지 약 30년간 인류가 맞이할 미래가 펼쳐진다.

이 더위에 읽는 묵시록은 소설 같지 않다. SF 거장의 거대한 상상을 따라가는 것은 짜릿하지만, 인류 종말의 예언서를 훔쳐보는 듯 섬찟하다. 먼저 읽은 독자들은 '올해 단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며 열광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폭염은 인류 전체에게 날아든 청구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사용량과 무관하게 똑같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가장 약한 사람들이 먼저 쓰러진다. 국가로 치면 개발도상국, 사회적으로는 노년층과 빈곤층, 지구 전체로 보면 미래 세대다. 흥청망청 쓴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고통은 n분의 1이라니, 게다가 그 대가가 목숨이라니, 이런 억울한 일이 있나.

소설에서는 폭염에 가족을 잃고 앙심을 품은 사람들의 분노가 어디를 향하는지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지금 내가 에어컨 빵빵한 실내에 있다고 해서, 앞으로도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행여 에어컨이 고장이라도 나면 이 폭염을 피해 어디로 도망칠 것인가. 이미 전 지구적 시스템 에어컨은 망가진 지 오래다.

보통 날씨가 더워지면 기후위기 담론이 힘을 받는다. 기업들은 탄소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하고, 환경 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인류가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다'는 자포자기 상태가 아닌가 한다.

덥고 짜증나 죽겠는데 절망적인 소리만 하려는 건 아니다. 너무 거대해서 대응할 엄두가 안 나긴 하지만 '기후위기 해법은 있다'고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말한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인류에겐 돈도 있고 기술도 있다. 좋은 정책과 실천만 있다면, 수백 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물론 전 인류가 각성해 적극 실천에 나설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캐리어 선생님, 어느 쪽에 계신가요. 절 올리고 싶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이런 밈이 돈다. 에어컨의 시초가 된 '공기 조화 기술'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에게 센스 있는 네티즌들이 보내는 찬사다. 캐리어 박사가 '공기 취급 장비(Apparatus for Treating Air)'라는 이름으로 미국 특허를 등록한 것이 1906년이라고 하니, 120년 전의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내년에는 더 덥겠지?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사냐"고 푸념하면서 생각한다. 지구 어딘가에 기후위기를 해결할 기술이 이미 태동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지금 열공하고 있는 학생들 중 누군가가 해법을 찾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한 큐에 해결하면 좋겠다고. 전 세계가 자원을 쏟아붓는 인공지능(AI)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업을 꼽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이 아닐까.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일지 모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최근 24시간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녹조를 제거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사람이 일일이 제거할 때보다 1760배나 빠르게 작업한다고 한다. 과학자와 공학자가 이렇게 세상을 바꾼다. 캐리어 박사도 공학도였다.

[신찬옥 과학기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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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위협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인류는 그 대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저자는 SF소설 '미래부'를 통해 이러한 재앙의 미래를 묘사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도 소개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자동 녹조 제거 로봇처럼, 기술적 접근이 기후위기 대응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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