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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칼럼] 정답의 값이 0이 되는 AI 시대

"수학 발전과정은 난리법석"
정답 아닌 오류가 창조 동력
한개의 질문에 열개 반론
IB 교실 난리법석 흔해지길
김인수 논설위원
김인수 논설위원
내가 정답 찾기 교육에 익숙한 꼰대인 탓일까.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담은 책 'IB를 넘어 KB로'를 읽으며 든 첫 생각은 '진도는 언제 나가나'였다. 제주 표선고 졸업생은 모교를 "한 개의 질문에 열 개의 답이 아니라 열 개의 반론이 나오는 학교"라고 소개했다. 한 학생이 답을 말하면 새로운 질문이 쏟아진다. "왜 그렇게 생각해?"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근거의 한계는?" 그러다 보니 수학 시간에 '미분이 뭐냐'는 질문 하나로 두세 시간을 쓰게 된다. 수업이 '난리법석'이겠다 싶었다.

그런데 얼마 뒤, 흉으로 쓴 그 단어의 격을 찬사로 바꿔놓은 사람을 만났다. 지난달 23일 웅진재단(이사장 신현웅) 수학영재 장학생 멘토링 행사에서 김민형 에든버러대 교수는 수학의 발전 과정을 "난리법석"으로 정의했다. 나 같은 문외한에게 수학은 한 치의 오류도 허락하지 않는 엄밀함의 세계. 그런데 그 분야 석학이 수학의 역사를 그렇게 부르다니 깜짝 놀랐다.

사례가 걸작이다. 수학계 최고 권위인 필즈상 수상자인 게르트 팔팅스가 1988년 발표한 'p진 호지 이론' 논문은 논리적 비약과 오류가 많아 당대에 제대로 읽어낸 사람이 없었단다. 그 틀린 논문이 한 세대의 연구 주제가 됐다. 질문이 반론을 낳고 반론이 다시 질문을 낳은 24년의 난리법석 끝에 페터 숄체가 '퍼펙토이드 공간'이라는 새 개념을 제시하며 필즈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팔팅스의 틀린 논문 때문에 필즈상이 하나 더 나온 셈"이라고 했다.

예외 아니냐고? 김 교수는 아니라고 했다. "항상 맞는 논리를 통해 수학이 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잘못된 추측과 결함 있는 논리를 통해서, 이를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좋은 수학이 나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류야말로 창조의 동력이다.

이런 '생산적 오류'야말로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존재 이유일 수 있겠다. 정답을 내는 건 AI가 훨씬 잘한다. 클릭 한 번에 정답이 쏟아진다. 흔해진 재화의 가격은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정답의 가격은 0에 수렴할 것이다.

경제학의 오랜 원리가 기억난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0에 수렴하면, 보완재의 가치가 높아진다. 계산기 덕분에 계산이 흔한 일이 되자, 무엇을 계산할지 판단하는 능력이 소중해졌듯이.

마찬가지다. 정답이 흔해지면 그 정답에 반론을 제기하고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집단 안에서 더 많은 질문과 반론이 오갈수록 더 많은 가치가 창조된다. 그런 난리법석의 판이야말로 창조의 현장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말미에 "이 난리스러운 발전 과정이 AI로 재현될 수 있는가"라고 물었던 것이리라.

반면 한국 교육은 거꾸로다.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정답이 요구된다. 맞힌 학생은 칭찬을 받고, 틀린 학생은 주눅이 든다. 오답은 씨름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의 대상이다. 난리법석은 수업 붕괴의 또 다른 이름으로 격하된다. 가격이 0으로 수렴하는 재화를 생산하라고 학생을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이제 내게 IB 교실이 달리 보인다. '미분이 뭐냐'로 보낸 두세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뉴턴이 그 개념을 창안하며 던졌을 질문과 반론을 재연한 시간이었다. 박하식 전 민사고 교장은 일반 공립학교 학생들이 명문대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는,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힘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 원천은 '왜'를 묻고 '반론'을 세우는 훈련이었을 것이다.

한국 교육도 답을 맞히는 교육에서 반론을 세우는 교육으로, 오답을 지우는 교실에서 오답과 씨름하는 교실로 바뀌어야 한다. 교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난리법석이어야 한다. 진도부터 걱정하는 나 같은 꼰대에게는 삼키기 어려운 결론이지만 삼켜야 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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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표선고 졸업생은 모교를 "한 개의 질문에 열 개의 반론이 나오는 학교"라고 소개하며, IB 교육의 방식이 질문과 반론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를 촉진한다고 밝혔다.

김민형 에든버러대 교수는 수학 발전 과정에서의 '생산적 오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잘못된 추측이 훌륭한 수학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교육 시스템은 정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반론을 허용하는 교육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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