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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아칼럼] '필리핀 이모' 정책실험이 남긴 메시지

'노인돌봄' 문제 해결하려면
외국인 인력 활용 불가피
서비스 비용 못 낮추면
필리핀 가사관리사처럼
보통 가정에 혜택 안돌아가
이은아 논설위원
이은아 논설위원
2024년 8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한국 땅을 밟았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자녀 돌봄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시작한 외국인 가사 관리사 시범사업의 첫 발걸음이었다.

한국에 온 젊은 가사관리사들은 고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었다. 필리핀 정부가 인증하는 돌봄 자격증을 땄고, 영어가 유창한 사람도 많았다. 한국인 도우미들이 기피하는 집안일까지 맡아준다는 장점도 있어, 이들을 고용하려는 한국 가정이 줄을 섰다. 필리핀 현지에서도 지원자가 580명이나 몰렸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

그러나 사업은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했다. 비용이 문제였다. 논의의 시작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통한 '월 100만원대 가사관리사'였지만, 당초 구상과 달리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하루 8시간 기준 월 이용료는 250만원이 넘었다. 30대 여성 중위소득이 308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접근 가능한 서비스는 아니었다. 영어 노출 효과를 기대하는 수요가 집중되면서 '강남 영어 가정교사'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서비스를 이용한 148가정 중 90%가 만족했고,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74%도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가 본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보통 가정에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었다.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가정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가사와 돌봄을 사회적 문제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실험은 아니었다. 육아 도우미 못지않게 부족한 노인 돌봄 인력 확충을 위해서도 정책 실패 원인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간병과 돌봄은 이미 심각한 문제가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3년 1.5~1.9명이던 요양보호사 1인당 서비스 수요자는 2030년 1.9~2.4명, 2040년 3.0~3.7명으로 증가한다. 2023년 기준으로 요양보호사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인력은 2033년 33만2000명, 2043년 99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안은 외국인 인력 활용이다.

정부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요양시설에 취업한 국내 대학 졸업 외국인 유학생에게 특정활동(E-7) 비자를 발급하는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는 유학생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노인돌봄 분야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을 필요한 총량에 맞춰 선발하는 방식 등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KDI의 제안이다.

경제적 이유와 해외 생활에 대한 기대로 한국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 수요는 존재한다. 시범사업 종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가사 관리사 75명이 아직 한국에 남아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미 입국한 가사관리사들은 다른 E-9 노동자와 동일하게 취업 활동 기간 연장 허가를 받았다.) 다른 선진국에도 돌봄 노동자는 외국인이 많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가정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전 세계적으로 7560만명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이주민 여성이다.

관건은 비용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221만원)의 1.7배 수준이다.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육아·간병비용은 여성의 경제활동 위축과 저출생, 노노(老老) 케어 등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많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려면 비용이 낮아져야 한다. 최저임금 예외 적용이라는 민감한 쟁점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서는 돌봄 혜택이 보통 가정에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에서 확인됐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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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가사관리사 100명의 시범사업은 자녀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월 이용료가 250만원을 넘는 등 높은 비용으로 인해 이 사업은 일반 가정을 위한 접근이 어려워 실패로 돌아갔으며, 정부는 본사업 추진을 포기했다.

이 시범사업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가사와 돌봄 문제를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저출생 및 고령화 사회에서의 근본적인 돌봄 인력 확보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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