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나만의 AI 비서 마이에이전트 마이에이전트
오피니언 > 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증시를 바라보는 세가지 유형

韓 증시 재평가 반갑지만
모두가 시세창에 함몰되면
노동 가치까지 흐려질 우려
자산시장 변동성도 경계를
신헌철 경제부장
신헌철 경제부장
저녁 모임에서 계엄이나 탄핵 이야기는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코스피 5000이 차지했다. 요즘 아이스 브레이킹 소재는 정치가 아니라 주식이다.

몇 달간 대화를 돌아보면 증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것 같다. 먼저 능동적 참여형이다. 계엄 직후 하루 7조원대 초반까지 쪼그라들었던 코스피 거래대금이 최근 30조원에 육박한다.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계엄 무렵의 두 배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도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었다. 카지노로 치면 판돈이 커졌고, 하우스에서 돈을 빌린 사람까지 늘어나는 국면이다.

증시 긍정론자들은 한국이 인공지능(AI) 시대에 '후방 제조기지'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믿는다. 미·중 대결 속에 블록화가 진행되면 한국 제조업이 실리를 얻을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새 정부가 앞으로도 부동산에 계속 제방을 쌓고 증시로 시중 자금의 물길을 낼 것이라고 신뢰하는 부류다. 이들의 관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증시에서 돈을 벌어볼 일생의 기회를 놓치면 바보 아닌가. 최소한 지방선거 전까지는 주가가 오른다."

두 번째 유형은 자발적·비자발적 소외형이다. 주가 상승의 합리적 이유를 찾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을 주장할 근거를 찾는다. 마음 한쪽에는 나만 소외된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엿보인다. 그런데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애써 밀어내며 스스로 위로한다. 이 유형에는 정치적으로 이재명 정부나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들의 주된 논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개선 외에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기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한다. 이들은 AI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서학개미 증가를 막기 어렵다고 본다.

문제는 비자발적 소외형에 있다. 주택 마련에 올인했거나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은 증시에 투자할 여윳돈 자체를 만들지 못한다. 이들에게 증시 랠리는 초대받지 못한 축제다. KB금융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0.9%인 47만6000여 명이다. 이들이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61%를 차지한다.

마지막 유형은 거리의 철학자형이다. "누구라도 돈을 좀 벌었을 테니 내수도 나아지지 않겠냐"는 관조적 시선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박스피를 벗어나 국민이 용돈이라도 벌 수 있게 만든 것은 새 정부가 잘하는 일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이들도 노동의 가치가 훼손될 것을 염려한다.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시세창에 함몰돼 있더라는 얘기다. 어느 공무원은 수억 원의 빚을 내 SK하이닉스에 투자한 무용담을 직장인 앱인 블라인드에 올렸다. 어느 기업 경영자는 젊은 직원들이 주식시장만 바라보는 현실을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으로 돈을 번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자산 증식 기회를 막아설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증시를 바라보는 시선에 차이는 있지만 공통 과제는 존재한다. 석유화학, 철강은 물론 부품 산업까지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이 시급한 업종·기업이 수두룩하다. 주가가 착시를 불러와선 안된다.

정부와 업계는 지금 랠리를 성과로 소비하는 데 그쳐선 안된다. 국내 증시의 체질을 개선해 장기 우상향을 뒷받침해야 한다. 상장 종목 관리, 파생상품 정비, 장기 수급 개선 등 시장 자체의 '품격'을 올리기 위한 로드맵을 민관이 함께 만들 필요가 있다. 간과해선 안될 게 또 있다. 한국 증시는 갈라파고스가 아니다. 'AI 버블' '사스포칼립스' 같은 유령들이 글로벌 시장을 배회하고 있지 않나. 세계 자산시장의 변동성에 경계심을 가질 때다. 투기 구간에 진입하면 언제나 막차를 탄 사람들이 손실을 안게 된다.

[신헌철 경제부장]



핵심요약 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저녁 모임에서 정치적 이슈보다 주식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증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증시 긍정론자, 자발적·비자발적 소외형, 거리의 철학자형으로 나뉘며,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최근 증시 랠리의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는 현재의 주가 상승에 안주하지 말고, 증시의 체질 개선과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경제 회원전용
서비스 입니다.
기존 회원은 로그인 해주시고,
아직 가입을 안 하셨다면,
무료 회원가입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해주세요
무료 회원 가입
로그인

Shorts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
  • MK_Shorts 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