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최고수익 냈지만
기금운용 지배구조 그대로
지속가능성·신뢰 확보 위한
독립성·전문성 확대 시급
기금운용 지배구조 그대로
지속가능성·신뢰 확보 위한
독립성·전문성 확대 시급
당시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은 주요국 가운데 꼴찌였고 수익률을 높일 대안이 필요했던 때였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문가들의 제안은 당시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됐다. 위험자산 투자를 늘리고,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우라는 것이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국내채권 비중이 50%를 넘을 정도로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하고 있었다. 주식투자·대체투자·해외투자, 즉 위험자산 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당연해 보였다. 또 한 가지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것은 국민연금 기금의 독립성·전문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국민연금 기금의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는 크게 늘었고, 국내채권 비중은 줄었다. 그 결과 수익률도 개선됐다. 지난해 수익률은 18.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최근 3년간 수익률 평균도 6.98%로 대폭 개선됐다. 수익률 개선은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춘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연금 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다. 재정경제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부·고용노동부 차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5명이었던 정부 당연직 인사는 최근 6명으로 늘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기획예산처 차관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위원장까지 포함하면 7명이 정부 고위 관료나 기관장으로, 정부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사용자 대표 3명, 근로자 대표 3명, 지역 가입자 대표 6명, 관계 전문가 2명 등 분야별로 골고루 자리를 나눠주다 보니, 총 21명의 위원 가운데 자산운용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기금운용위원회가 투자 정책 방향, 전략적 자산 배분, 위탁운용 비중 등을 결정하는 기구인데도 말이다. 기금이 보유한 주식의 주주권 행사, 책임투자 관련 사항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기금위 산하에 설치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역시 기업 지배구조나 투자 전문가 비중이 작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수익률이 높아졌으니 지배구조도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지만, 단기간의 수익률이 모든 단점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초장기적으로 운용돼야 하는 만큼 정치적 외풍을 막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지속가능성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첫 회의를 갖고 올해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38.9%에서 37.2%로 줄이고,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4%에서 14.9%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국내채권 비중을 높이고, 외화채권도 발행하기로 했다. 기획예산처도 140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의 벤처·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금운용평가지침을 변경했다. 원화가치 하락 방어와 국내 증시 띄우기에 국민연금이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에 나온 결정이라 예사롭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세부적인 논의 과정을 4년간 비공개한다는 결정이 함께 내려진 것도 공교롭다.
[이은아 논설위원]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