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국가부채 증가세
프랑스 넘어 한국이 1위
재정준칙 마련·증세 없인
개혁 가망없는 나라 전락
프랑스 넘어 한국이 1위
재정준칙 마련·증세 없인
개혁 가망없는 나라 전락
프랑스는 국가부채 문제로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비율은 115%로 미국 120%, 일본 250%, 이탈리아 135%에 비해 오히려 낮다. 그럼에도 프랑스에 부채대란이 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 또 하나는 국가발행채권의 자국민 소유 비율이 48%로 일본 87%, 미국 78%에 비해 낮은 약점 때문이다.
프랑스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72%로 한국 43%보다 크게 높아 연간 예산의 20%를 연금에 퍼부어야 한다. 마크롱은 연금 수령 나이를 64세로 2년 늦추고 연금 붓는 기간을 1년 더 늘리는 개혁을 의회 결의 없이 비상 헌법조항(49조3항)으로 결정했다. 그러자 파리시민들은 폭발했다. 성난 군중이 세금이 부족하면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거두라고 대들자 의회는 '2년 중단'으로 항복했다. 국제신평사들은 "프랑스는 가망이 없는 나라"라며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내년 예산 기준 51.6%로 선진국 평균 110%의 절반 수준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2025~2065년 중장기 재정계획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끝나는 2030년에는 65%로 올라갈 것이다. 얼핏 보면 좀 더 부채를 늘려도 괜찮은 듯하여 기재부는 '재정 주도 성장'으로 포장했다. EU는 재정안정 요건으로 국가부채 60%, 연간 GDP 대비 재정적자 3%를 한도로 정했다.
한국의 국가부채에 무슨 약점이 담겨 있나. 내년 예산을 보면 적자가 109조원, GDP 대비 적자율이 4%를 넘는다. AI, 방위비 예산을 대폭 늘렸다지만 지역화폐, 농촌기본소득, 주4.5일제 지원금 같은 3대 포퓰리즘 퍼주기가 들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율인데 지난 10년간 10.6%로 프랑스를 능가하는 세계 1위 증가 속도다. KDI도 '슈퍼 예산'이라며 비판했다.
기재부의 재정계획에 따르면 국가부채비율은 2045년 98%, 2065년 156%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다. 20년 후면 프랑스만큼 부채비율이 올라간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신생 미국이 건설될 무렵 단기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있다 하여 부채를 늘리는 유혹에 빠지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는데 한국이 딱 그 지경이다.
나폴레옹 전쟁 직후 국가부채비율은 영국 260%, 프랑스 180%였고, 2차 대전 때 미국은 120%를 넘겼지만 이들 국가는 1970년께 부채를 20%쯤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2차 대전 후 자동차 조선 철강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베이비붐으로 젊은 노동인구가 급팽창했다.
두 가지가 어우러져 GDP 성장률 10~20%를 달성한 나라가 흔했다. GDP 증가는 부채 축소의 특효약이었다. 그러나 한국처럼 인구고령화, 저성장에 빠진 국가가 국가부채를 줄이는 시대는 영영 지나갔다.
국가부채가 30%대로 낮은 스위스 스웨덴 대만 등은 세대 간 싸울 일이 없어 평화롭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처럼 고부채 국가들은 진영 싸움으로 날을 새운다. 독일은 헌법에 적자를 0.35% 이내로 규제하고 스웨덴은 재정흑자를 내도록 의무화한다.
한국도 불과 20년 후 프랑스와 같은 세금내전을 막자면 재정준칙 제정이 시급한데 민주당이 막고 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7.6%로 주요국 평균 26%보다 크게 낮아 국가부채를 낮추자면 증세도 필요하다. 이 정부의 부채 증가 속도를 보면 한국은 가망이 없는 프랑스처럼 걱정스럽다.
[김세형 논설고문]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