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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광풍 못 멈추면 '아시아의 병자'는 시간문제

미·중은 목숨건 체제 경쟁
'목이 부러질 정도'로 급변
극단적 정쟁만 판치는 韓
경제현안 한발짝도 해결못해
송성훈 지식부장
송성훈 지식부장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정치적 광풍. 이것을 멈춰 세우는 순간이 있다.

"Have you no sense of decency, sir?" 의원님, 염치(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라는 것조차 잊으신 겁니까? 매카시즘 광풍은 이 한마디로 끝나버렸다.

1954년 6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던 '육군-매카시 청문회'를 유튜브로 다시 봤다. 조지프 웰치 육군 법률자문관은 자신의 젊은 변호사 중 한 명을 근거도 없이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을 향해 중저음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호소했다. 눈물마저 어렸다. 무고한 젊은이에게 빨갱이라는 누명을 씌우는 정치적인 암살을 멈춰달라고 했다. "충분히 했으니 이제 그만하시죠"라는 마지막 말에 매카시는 순간 멍하니 웰치를 바라볼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광풍은 멈춰 섰다. 대중은 등을 돌렸고, 상원에선 매카시 비난 결의안을 채택했다. 대법원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면서 뒷받침했다. 법과 제도로, 특유의 미국식으로 빠르게 정상화시켰다.

10년 뒤.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이라는 광풍이 일었다. 10년 넘는 광풍을 멈춰 세운 건 마오쩌둥 사망이었다. 일찌감치 복권시켜뒀던 덩샤오핑이 1977년 실권을 장악하면서 중국식 정상화가 시작됐다. 한때 시골의 트랙터 공장으로 내쫓겼던 그는 개혁·개방정책으로 중국 대개조에 나섰다. 제조업 중심의 근대화다.

오래전 정치적 광풍의 역사를 꺼낸 것은 이번주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문이다. 오는 30일 마주 앉는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최근 국가개조 경쟁이 흥미로워서다.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은 6년여 만이고,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13년6개월 만이다.

미·중 양국을 심도 있게 분석해 올해 8월 말 발간한 '브레이크넥(Breakneck)'이라는 책이 화제다. 제목은 목이 부러질 정도로 빠른 속도를 뜻한다. 중국계 캐나다인 저자 댄 왕은 미국을 '변호사 사회', 중국은 '엔지니어 사회'로 구분한다. 최고 권력층 구성이 그렇다는 것인데, 그 차이가 양국 체제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변호사 사회는 법적 절차와 규정을 중시하다 보니 아무래도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디다. 다만 자율성을 강조해 혁신과 금융이 강하다. 반면 엔지니어 사회 중국은 대규모 자원을 동원한 생산, 제조업에 강하다. 방향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한 돌진형으로 속도도 빠르다.

최근 양국은 공교롭게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서로의 장점을 따라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의 압도적 제조업 생산능력 복원을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관세를 비롯한 모든 권한을 뒤흔들어서라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겠다고 외친다. 반면 중국은 과잉 생산에 따른 경제 악순환을 막기 위해 '판네이쥐안(反內卷)'에 나섰다. 의미 없는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다. 경직적인 엔지니어 사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집단적 사고체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사다.

이처럼 미·중 양국은 목이 부러질 정도로 빠른 변화와 개혁의 한가운데에 섰다. 반면 한국은 변호사 사회와 엔지니어 사회 양쪽의 단점만 갈수록 커지는 사회로 후퇴 중이다. 제조업 핵심 기반이 해외로 급속히 빠져나가도, 산업의 생명줄인 고압 전력선 하나 제대로 연결하지 못해도 속수무책인 게 현실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양극단의 광풍부터 멈춰 세워야 경제가 산다. 그래야 연금개혁, 노동개혁, 원전 문제도 실용적 관점에서 제때에 풀 수 있다. 한 발짝도 제대로 진전 못 시키는 경제구조라면, 한국이 '아시아의 병자'로 내몰리는 건 시간문제다.

[송성훈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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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광풍은 역사의 반복 속에서 멈춰세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 간의 최근 정상회담은 두 나라의 체제와 특성을 다시금 부각시키며, 한국의 상황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국은 갈등이 심화된 정치적 환경 속에서 경제 구조의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아시아의 병자'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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