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재 양성 취지와 달리
영재고 입학생 17% 의대行
전교 1등이 공대 가는 中과
AI인재 전쟁 이길 수 있나
보상체계 개편이 급선무
영재고 입학생 17% 의대行
전교 1등이 공대 가는 中과
AI인재 전쟁 이길 수 있나
보상체계 개편이 급선무
하지만 이렇게 입학한 학생 서너 명 중 1명은 의대에 지원하고, 6명 중 1명은 의대에 진학한다. 2021~2025학년도 영재고 출신 의대 진학자는 667명에 달했다. 과학고까지 포함하면 그 인원은 1000명을 넘어선다. 교육비 환수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재수를 하거나 대학 진학 후 진로를 바꾸면 교육비를 토해낼 필요도 없다.
특목고인 외국어고나 자율형사립고가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여러 차례 폐지 위기에 내몰렸을 때도 영재고만은 무풍지대였다.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명분을 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영재고가 의대 진학 준비 기관으로 변질됐으니 '배신'이라 할 만하다.
의대 쏠림이 대학 교육을 황폐시키고 있는 것 역시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23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자퇴한 학생은 2126명이나 된다. 이들 중 62%는 자연계 학생이며, 자퇴 사유 대부분이 의대 진학이다. 카이스트에서도 의대로 재입학하기 위한 자퇴가 줄을 잇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 진학률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어렵게 키워놓은 인재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에서 공부한 실력 있는 인재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AI) 인재는 인구 1만명당 0.36명이 빠져나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다. 한국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 중 40%는 해외로 떠났다는 집계(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도 있다.
1970~1980년대에는 해외에서 공부하던 인재들이 귀국해 과학기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고, 공대 전성시대였던 1990년대 대학에 다닌 인재들은 현재 한국의 과학계를 지탱하고 있다. 그런데 AI 시대 인재 전쟁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인재 절벽을 맞닥뜨리게 됐다.
원인은 모두 알고 있는 대로 보상 체계다.
올해 기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3개 정부출연연구원 연구직의 평균 연봉은 9424만원이다. 초임은 평균 4503만원으로, 억대 연봉을 받기까지는 10~15년이 걸린다. 전문의는 평균 연봉이 2억원을 웃돈 지 오래다. 한국과 달리 전교 1등이 공대에 가는 나라인 중국에서는 졸업 후 급여 상위 50개 전공 중 49개가 이공계다. 27명의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해 노벨상의 계절이면 우리가 부러워하는 일본은 기초과학자를 국가의 전략자산으로 대접한다.
1949년 일본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는 "진정으로 일본 과학의 발전을 기뻐하고 한층 더 높은 진보를 원한다면 일반 과학자들의 생활 문제를 진심으로 생각해주기 바란다"는 수상소감을 통해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생활 문제로 연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70년이 훌쩍 지난 지금 한국에도 여전히 유효한 당부다. 인재는 결국 기대보상이 높은 곳을 향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게 마련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