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노조 대기업 고령화 심각
한번 채용하면 해고 힘든 구조
철밥통 노조가 청년채용 막아
임금체계·고용유연성 논의를
한번 채용하면 해고 힘든 구조
철밥통 노조가 청년채용 막아
임금체계·고용유연성 논의를
고민의 출발은 우리 경제 성장률의 급격한 둔화다. 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노동 투입을 늘리거나, 자본 투입을 확대하거나, 요소 투입의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심각한 저출산과 이미 목까지 차버린 자본집약도를 감안할 때 현실적인 방법은 총요소생산성(TFP) 제고밖에 안 남는다. 하지만 총요소생산성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2010년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전체 성장률 하락을 생산성 급락이 주도했다고 읽힐 정도다.
보고서는 생산성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중요하게 꼽았다. 과도한 정규직 보호와 경직적인 임금 체계, 획일적인 근로 시간 규제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보호지수를 국가별로 줄세워 보면 한국은 북유럽 국가들보다도 오히려 높을 정도다. 그만큼 근로자 해고가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번 채용하면 좀처럼 해고를 할 수 없다 보니 선뜻 채용에 나설 수 없다. 채용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사회초년생 신입 공채는 거의 사라지고, 실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경력 직원 수시 채용에 쏠리게 된다. 청년 취업대란이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대로 직원 입장에서는 한번 입사하면 잘릴 걱정이 없다 보니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 입사에 목숨을 건다. 온갖 사교육을 받으며 좋은 대학 입학을 목표로 달리는 배경이다. 일단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높아지고, 취업만 하면 안정된 소득으로 은퇴할 때까지 해고당할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도 사교육은 수익률이 나쁘지 않은 투자다. 하지만 그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추가적인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일찌감치 다 포기하고 채용시장을 떠나는 청년이 늘어나는 이유다. 고용시장 양극화다.
근무 연수에 따라 저절로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적 임금 체계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다. 생산에 대한 기여와 보상의 불일치가 심각하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공지능(AI) 혁신은 노동 수요마저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고용시장 유연성 확대를 통한 생산성 제고가 최대 현안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노동 정책은 생산성 제고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동시에 청년 일자리는 줄이는 방향이다.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노동 관련 법 개정을 계기로 산업 현장에선 '추투'에 불이 붙었다. 생산성과 무관한 일괄적인 임금 인상 요구가 쏟아진다.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임금은 줄지 않는 정년 연장, 덜 근무하더라도 임금은 유지할 수 있는 주 4.5제 도입 목소리가 거세다. 연공형 임금 체계 개편이나 고용 유연성 확대 논의는 전무하다. 이들 기득권 노조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청년 일자리는 더욱 위축된다.
때마침 8월 고용통계가 나왔다. 전체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다. 반면 29세 이하 청년 고용률은 16개월 연속 감소했다. 구직 활동을 아예 포기해 '쉬었음' 통계로 분류되는 30대가 33만명에 육박했는데, 역대 최대치다. 20대는 43만명을 넘어섰다. 철밥통 지키기에 나선 중장년층이 청년을 밀어내고 얻어낸 고용률 상승이다. 청년 세대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송성훈 산업부장]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