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빙수 대신 ‘컵빙수’ 인기
“이번 여름도 컵빙수로 버텨야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올여름, 빙수 시장에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커다란 그릇에 담긴 빙수 대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컵빙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컵빙수’는 얼음과 토핑을 잔뜩 올린 기존 빙수와 달리, 작은 컵 안에 빙수를 담아낸 제품이다.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 저가 커피 브랜드는 물론, 스타벅스와 팀홀튼까지 컵빙수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컵빙수 열풍은 판매량만 봐도 알 수 있다. 메가MGC커피는 올해 컵빙수 3종을 출시한 뒤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5만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간당 3000잔 이상 팔린 셈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재료가 동나 품절되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서울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 모양(17)은 “먹기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자주 사 먹어요. 또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어서 편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컵빙수가 이렇게 주목받는 배경에는 요즘 물가 사정이 있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밖에서 사 먹는 음식 값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어서다. 한 끼를 사 먹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컵빙수는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컵빙수 가격은 저가 브랜드가 4000~5000원대, 고가 브랜드가 6000~8000원대이다. 반면 대형 빙수는 1만~2만원대로, 청소년 지갑 사정엔 부담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취업도 쉽지 않은 시기에 대형 빙수 한 그릇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컵빙수는 물가가 오른 만큼 지갑 사정은 챙기면서도, 여름은 여름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대안인 셈이다.
그런데 컵빙수 쪽으로 지갑이 더 쉽게 열리는 이유는 가격 자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 돈을 ‘어디에 쓴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도 부담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만~2만원대 대형 빙수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한 끼 식사’로 여겨져서 밥값이랑 비교된다. “이 가격이면 그냥 파스타를 사 먹고 말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반면 4000원대 컵빙수는 ‘간식’으로 여겨져서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비교된다. 김영준 동국대 조리외식경영학전공 교수는 “같은 빙수라도 ‘한 끼 식사’로 보느냐, ‘간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지갑을 여는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5000원과 1만원 사이에는 숫자 차이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심리적 거리가 있다. 김영준 교수는 “소비자는 절대적인 금액이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는 ‘적정 가격(준거 가격)’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기준으로 비싸다, 싸다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는 갈수록 늘고
이유 있는 ‘혼빙’ 열풍
요즘 카페에 가면 카페 메뉴판에서 ‘컵빙수’를 쉽게 볼 수 있다. 저가 브랜드는 물론 고가 브랜드까지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하다. 단순한 유행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숨어 있다. 기업들은 왜 이렇게 앞다퉈 컵빙수를 출시하는 것일까?
여름철 대표 디저트로 자리 잡은 빙수는 시대 흐름에 따라 계속 모습을 바꿔왔다. 빙수는 원래 얼음을 통째로 갈아 팥만 올리던 단순한 형태였다. 시간이 지나며 우유를 함께 갈아 만든 우유빙수가 등장했고, 과일과 인절미 등 다양한 토핑이 올라간 화려한 빙수로 발전했다.
요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손에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컵빙수’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혼밥’처럼 혼자 즐기는 빙수라는 뜻의 ‘혼빙(혼자 빙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대학생 A씨는 “예전에는 빙수를 먹으려면 나눠 먹을 친구부터 불러야 했는데, 컵빙수는 혼자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무엇보다 제가 먹고 싶은 맛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개인화된 형태로 바뀐 데에는 코로나19 팬데믹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스크를 쓰고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큰 그릇 하나를 여럿이 함께 떠먹던 방식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예전에는 상 앞에 둘러앉아 나눠 먹는 게 당연했다면, 이제는 각자 자기 몫을 따로 챙기는 방식이 더 익숙해진 것이다.
김영준 동국대 조리외식경영학전공 교수는 “팬데믹 이후 음식을 나눠 먹는 것에 대한 감각이 달라졌고, 동시에 개인 취향도 세분화됐다”며 “이 세대에게 하나의 큰 그릇을 함께 떠먹는 방식은 위생과 취향 양쪽에서 불편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달라진 식사 감각은 가구 구성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더 굳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025년 기준 전체 가구의 36.6%까지 늘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각자 먹는 소비’가 익숙해지는 사회적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가구원 수 자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명에서 지금은 0.8명대가 되었고, 이에 따라 형제자매 수도 크게 줄었다. 형제자매가 많았던 세대에게는 함께 나눠 먹는 한 그릇이 당연했다면, 형제자매 수가 줄어든 요즘 세대는 애초에 자기 몫을 따로 챙겨 먹는 데 더 익숙하게 자란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외동인 경우가 많아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나누기보다는 자기 몫을 온전히 갖는 데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직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크지 않은 10·20대일수록 소비의 만족을 ‘한 번의 크기’보다 ‘경험의 다양성과 빈도’에서 찾는 편이다. 2만원짜리 빙수를 한 번 먹기보다 4000원짜리를 다섯 번 다르게 경험하는 쪽을 선택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예산 제약과 결합하면 소용량·저가 상품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매일 다른 맛의 컵빙수를 먹어본 후기를 남기며 다양한 맛을 비교하는 게시물도 흔하게 보인다.
실제로 컵빙수는 카페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컵빙수 한 개의 가격은 낮지만, 그만큼 손님들이 부담 없이 하나 더 담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만 사먹던 손님이 컵빙수까지 함께 담아가면, 한 사람이 한 번 방문할 때 쓰는 돈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이렇게 손님 한 명이 한 번 올 때 쓰는 평균 금액을 ‘객단가’라고 하는데, 원래 커피만 주문하던 손님이 컵빙수까지 함께 사면서 이 객단가는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다.
김덕식 기자·김주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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