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래 78%가 15억 이하
하반기들어 대출문턱 높아져
매수가능 가격대도 함께 하락
매물 쏙 준 구리·기흥·권선…
호가 오르기 전이 매수 시점
하반기들어 대출문턱 높아져
매수가능 가격대도 함께 하락
매물 쏙 준 구리·기흥·권선…
호가 오르기 전이 매수 시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3만9489건 가운데 15억원 이하 거래는 3만588건으로 77.5%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2.0%에서 5.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지역별 온도차는 더 뚜렷하다. 도봉구 거래량은 161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8% 늘었고 금천구(71.9%), 노원구(64.6%), 중랑구(60.3%), 강북구(52.3%)가 뒤를 이었다. 반면 성동구는 66.2%, 마포구는 56.1%, 광진구는 50.3% 줄었다. 같은 서울 안에서 거래가 급증한 곳과 반 토막 난 곳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거래가 몰린 단지는 가격도 뛰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매매가 가장 많이 거래된 곳은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로, 전용면적 84㎡ 중위 거래가격이 1월 6억8200만원에서 6월 8억2500만원으로 반년 만에 21.0% 올랐다. 거래량 2위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에서는 6월 전용 84㎡가 10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최고가가 9억원이었으니 반년 만에 1억원 이상 뛴 셈이다.
문제는 하반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아래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10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했다. 정부 기준인 6억원의 절반이며, 비규제지역에도 처음으로 3억원 상한이 생겼다. 5대 은행이 올해 증가 목표로 제출한 규모를 상반기에 이미 넘어서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보수적인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정한 한도보다 은행 창구의 기준이 더 낮아진 것이다.
한도가 줄면 매수자는 자기자본을 더 채우거나 대출 재원을 바꿔야 한다. 상반기 15억원 이하로 수요가 몰린 것은 그 구간에서 대출을 최대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6억원이 3억원으로 줄었다고 해서 부족분을 곧바로 메울 수 있는 매수자는 많지 않다. 결국 현실적인 선택은 재원을 바꾸는 쪽이고, 그 대안은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대출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 될 수 있다.
정책자금 대출은 상품마다 매수할 수 있는 주택가격이 다르다. 그 폭이 가장 넓은 것은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이다. 주택가격 상한이 9억원으로, 전용 85㎡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4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단 2023년 이후 출생아를 둔 무주택 가구여야 하고 부부합산 소득은 1억3000만원(맞벌이 2억원) 이하, 순자산은 5억1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일반 디딤돌대출은 주택가격 5억원 이하, 부부합산 소득 6000만원 이하가 기준이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6억원 이하에 소득 7000만원 이하면 3억6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두 상품 모두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구라면 기준이 완화된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상한선이다. 9억원, 6억원, 5억원. 대출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인 15억원과 견주면 한참 아래에 있는 숫자들이다. 물론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가구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 선들이 의미를 갖는 것은 은행 한도가 줄어든 자리를 메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재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반기 시장의 허들도 15억원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책자금 요건을 충족하는 가구라면 9억원 이하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매수자도 줄어든 한도에 맞춰 예산을 다시 짜야 한다. 상반기 수요가 '대출을 최대로 쓸 수 있는 15억원 이하'를 좇았다면, 하반기 수요는 그보다 아래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 중 9억원 이하 비중은 48.5%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5%에서 9%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25억원 초과 비중은 9.1%에서 7.3%로 줄었다. 대출 규제의 무게가 아래쪽으로 실리면서 거래의 중심축이 이동한 것이다.
중저가 아파트 매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서울 자치구는 강북구(-36.5%)였고 중랑구(-34.4%), 구로구(-28.3%), 금천구(-27.9%), 노원구(-27.8%)가 뒤를 이었다. 상반기에 거래가 몰렸던 바로 그 지역들이다. 서울 안에서 요건을 충족하는 물건이 줄어들면 수요는 경계를 넘는다.
조짐은 경기권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7월 이후 매매 물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구리(-18.0%), 용인 기흥(-16.6%), 수원 권선(-16.2%), 화성 병점(-15.1%), 의왕(-12.4%) 순이다. 6월 대비 7월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늘어난 지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신청이 늘고 매물이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물량이 소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권 거래량 상위 단지의 얼굴도 바뀌고 있다. 상반기에는 수원 권선·팔달, 안양 만안 등 역세권 신축 단지가 상위권을 채웠다. 반면 7월 이후에는 군포 금정, 수원 영통, 화성 병점 등 구축과 외곽 단지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대출 한도가 줄면서 매수 가능한 가격대가 함께 내려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렇다면 봐야 할 곳도 달라진다. 거래가 몰리는 구간이 내려오면 매물이 먼저 줄고, 가격은 뒤따라 움직인다. 상반기 서울 외곽이 그랬고, 지금 경기에서 반복되고 있다. 타이밍이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호가가 아직 오르지 않았더라도 매물이 빠지고 있다면 곧 가격이 움직일 수 있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