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붕괴로 144명 참사 英
위원회 구성해 체계적 대응
40년 걸려 '안전 선진국'에
중대재해법은 예고된 실패
근로자도 안전대책 책임을
위원회 구성해 체계적 대응
40년 걸려 '안전 선진국'에
중대재해법은 예고된 실패
근로자도 안전대책 책임을
지난해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는 827명이다. '안전 선진국' 영국은 124명 수준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는 한국이 1.59명으로, 영국(0.24명)의 6배에 달한다. 그러나 영국도 한때 산업재해가 심각했다. 1966년 웨일스 애버밴 탄광 붕괴 사고에서는 144명이 목숨을 잃었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까지 연간 800~1000명이 산업재해로 숨졌다.
결국 문제 해결과 개선은 사회의 역량에 달려 있다. 3년 전 한국은 '중대재해법'을 도입했지만, 처음부터 사고 예방보다 처벌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많았다. 시행 3년째임에도 산재 감소 효과가 미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반면 영국은 1970년 로벤스 위원회를 꾸려 원인 분석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위원회는 2년 후 '로벤스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부처별로 분산된 안전 규제를 통합하고,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과 노동자가 스스로 책임지는 자율 규제 원칙을 제시했다. 법은 최소 기준만 명시하고, 실제 안전 수준 향상은 현장의 협의와 참여에 맡기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1975년 산업안전보건청이 설립됐고, 건설 분야 안전 규정인 CDM(Construction Design and Management Regulations) 제정으로 건설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은 이 CDM을 모델로 한 듯하다. 건설공사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각 주체에 안전 관리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강력한 행정 제재와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법안에는 CDM에서 빠진 대목이 있다. CDM은 '위험 예방'이 원칙이다. 위험을 먼저 제거하고 불가피한 위험은 공사 단계별로 지속적으로 평가·통제하는 접근법이다. 발주자와 설계자·시공자에게 각각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되, 근로자도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수동적 위치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위험을 발견하면 즉시 보고해야 한다. 또한 안전 대책 수립에 직접 참여하도록 규정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근로자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 건설 현장의 산재 원인으로 다단계 하도급, 저가 수주, 공기 압박, 고령·외국인 노동자 증가 등이 지적된다. 영국은 외국인 근로자가 약 20%로 한국(15%)보다 많지만, 고령 근로자 비율은 한국이 3분의 2로 영국(3분의 1)보다 훨씬 높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산재 사망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선진국 한국이 여전히 산재 다발국이라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사회 전체의 최소한의 의무다. 40~50년에 걸쳐 영국이 '안전 선진국'으로 거듭났듯, 우리도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작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 현장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건설 주체가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산재를 줄일 수 있다. 한국도 '한 명의 죽음도 많다(One Death is Too Many)'는 결연한 각오가 절실하다.
[서찬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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