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최고점을 찍었던 금값이 안정화된 모습을 보이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수에 나섰다. 금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은 금 보유량을 대폭 늘리는 한편, 한국도 13년 만에 금을 사들이기로 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7544만온스로 전월 보다 48만온스 증가했다. 2023년 10월(74만온스) 이후 약 2년8개월여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인민은행은 2024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금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당시 금값은 온스당 2000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가 시작되면서 금 매입량을 점차 줄여갔지만 최근 금값이 하향 안정화되자 다시 매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글로벌 불확실성, 달러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이 전세계 금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은 탈달러 가속화 및 위안화 입지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금 보유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민은행의 준비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 수준으로 글로벌 중앙은행 평균(27%) 보다 한참 못 미친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중국이 금 보유량을 추가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정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금 매입은 가격 조정이 있을 때마다 빨라졌는데, 올해도 1~2월 고점을 형성한 금 가격이 하락함과 동시에 매입 속도가 가속화됐다”며 “전략자산 비축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은 명확하다”고 했다.
그간 금 매입에 소극적이었던 한국도 13년 만에 금을 사들이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2분기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소규모로 금을 사들였고, 향후 금 보유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금 매입을 위해 생산업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금 생산업체가 해외로 수출하려는 물량과 희망 거래 시기를 한국은행에 제시하면, 한국은행이 운용계획과 시장 상황 등을 검토해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금 생산은 대부분 LS MnM, 고려아연이 담당한다. 두 업체의 연간 생산량은 40~45톤인데, 이중 수출량은 대략 4~5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LS MnM은 구리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금을 생산한다.
한국은행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금을 매입하면 외화를 사용하지 않고 원화를 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에서 매입한 금을 국내에 보관하면 보관 장소를 분산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다.
금은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불리하며, 과거 장기 수익률이 해외 주식보다 낮았던 기간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그간 금 매입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상시화되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어서 13년 만에 금 매입을 결정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과거 실물 금을 중심으로 보유했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ETF 등 여러 수단을 활용해 안전하게 금을 확보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금 협회(WGC)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 관계자의 89%는 향후 1년 동안 중앙은행 금 보유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자흐스탄 등 신흥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금 보유량을 늘렸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