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기업’ 수백여곳 동원해 혜택
설탕은 통관절차 후 다시 사들여
소유권 안 바뀐 ‘가장거래’ 판단
할당관세 적용 실태를 조사 중인 관세청이 위법 행위가 적발된 설탕 수입업체들로부터 280여억원을 추징할 방침인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세관당국은 할당관세가 일부 수입업체의 유통이익 창출 수단으로 변질돼 물가 안정이라는 제도 취지가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은 조만간 설탕 수입업체 3곳에게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통지하고 관세포탈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향후 과세 절차를 거쳐 확정될 추징세액은 약 280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지난 2월 ‘할당관세제도 악용 수입업체 특별 관세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설탕의 기본관세율은 30%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추천 요령에 따라 추천서를 발급받으면 회사별로 배정된 물량에 5%의 할당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각 회사는 배정받은 물량만큼만 설탕을 수입한 뒤 제빵업체 등 수요처에 판매한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회사들은 배정량보다 많은 설탕을 낮은 관세율로 수입하기 위해 실제 수입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는 이른바 ‘바지업체’ 수백여곳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선하증권(B/L) 허위 양수도’ 방식이 활용됐다. 선하증권은 배에 실린 화물의 소유권을 보여주는 서류다. 수입업체가 선하증권을 바지업체에 넘기면, 추천서를 가진 바지업체가 할당관세율을 적용받아 통관한 뒤 설탕을 원래 수입업체에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붙으면서 실수요업체는 더 비싼 값에 설탕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관세청의 시각이다.
관세청은 이를 서류상으로만 소유권이 바뀐 것처럼 꾸민 ‘가장거래’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 관계자는 “추천서를 받은 기업이 실제 수입 주체가 아닌 만큼 할당관세 적용을 배제하고 탈루세액을 추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이번 사례가 과거 남양유업이 차명으로 분유를 무관세 수입한 사건과 유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남양유업은 선하증권을 다른 업체에 넘긴 뒤 이들 명의로 자유무역협정(FTA) 추천세율 0%를 적용받았다가 세관당국에 적발됐다. 이후 남양유업 법인과 관계자 등은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24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일각에선 할당량 배정 방식을 실수요업체 중심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는 10%를 균등하게 나누고 나머지 90%는 과거 수입실적에 비례해 배정한다. 문제는 일부 수입업체가 바지업체를 동원해 할당물량을 사실상 독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수입업체로부터 구매하는 가격이 실수요업체가 직접 수입할 때보다 비싸 물가 안정이라는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바지업체들이 추천서를 통해 수수료를 챙기고, 설탕을 직접 수입할 능력을 갖춘 수입업체가 바지업체들에 할당된 물량까지 수입하는 거래가 오랜 관행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은 농식품부에 “해외 물량 확보의 어려움은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이를 이유로 위법한 거래 관행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