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이래라도 와주니 숨통 트인다”
농업용수 저수율 34.1%…작년 대비 반토막
경남의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업용수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일부 도서·산간지역에서는 제한급수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비 소식도 없어 가뭄이 계속될 경우 농업은 물론 생활용수 부족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오후 3시께 함안 칠북면 가연리는폭염 속에서도 분주했다. 마을 공동 이용 웅덩이 옆으로 소방장비들이 줄지어 늘어섰고, 급수차 호스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바싹 마른 논두렁을 적셨다. 웅덩이 바닥은 이미 갈라져 있었고, 인근 농가들은 물이 채워지는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봤다.
이날 현장에는 급수차 2대(16t·5t)와 산불진화차 6대 등 장비 8대가 투입돼 인근 15농가, 2.3㏊에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마을 한 주민은 “저수지 물이 다 말라 웅덩이 물마저 바닥을 보이던 참이었다”며 “이렇게라도 물을 대주니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함안군은 도내에서 가뭄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농업용수 저수율이 26.2%까지 떨어져 밀양·거제와 함께 ‘심각’ 단계에 진입했다. 평년 저수율 71.3%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근 함안군 칠원읍 운곡리에서는 운곡천 바닥을 파헤치는 굴삭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상을 굴착해 물길을 모으고, 수중펌프 3대(7.5마력)를 설치해 운곡저수지 수혜 구역에 추가 수원을 공급하는 작업이다. 함안군은 하상 굴착을, 한국농어촌공사는 수중펌프 설치를 각각 맡아 간이양수장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도내 누적 강수량은 586.7㎜로 평년 962.8㎜의 60.3%에 그쳤다. 특히 6월 강수량은 평년의 50%, 7월은 23% 수준에 머물러 가뭄을 키웠다. 오는 14일 경남에는 약간의 비가 예보돼 있으나 해갈에는 역부족이라는 예측이다.
가뭄은 도내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도내 농업용수 저수율은 34.1%로 평년 71.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밀양(25.9%)·거제(29.8%)·함안(26.2%)은 ‘심각’ 단계에 들어섰다. 창원·진주·김해·양산·의령·창녕·하동·산청·합천 등 9개 시·군은 ‘경계’, 통영·사천·고성·남해·거창은 ‘주의’ 단계다. 17개 시·군이 가뭄 영향권에 놓였다.
농작물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단감·사과·배 등 과수 피해가 1,302.8㏊, 벼·콩 등 작물 피해가 652.8㏊로 집계돼 전체 피해 면적은 1,955.6㏊에 달한다. 피해 농가만 5,422곳에 이른다. 특히 단감 피해가 1,225.2㏊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벼 피해도 562.9㏊에 이르러 가을 수확기를 앞둔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생활용수 사정도 예사롭지 않다. 광역·지방상수도는 아직 정상 공급되고 있지만, 밀양·양산·창녕 등 42만3,000여 명에게 물을 대는 밀양댐 저수율이 31.8%까지 떨어져 지난 2일부터 ‘경계’ 단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통영 도서지역 6곳, 밀양 9곳, 거제 4곳, 양산 1곳, 하동 6곳 등 26개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가 시행 중이다. 일부 주민들은 새벽 시간대에만 물을 받는 등 일상에서부터 가뭄을 체감하고 있다.
경남도는 이달 말까지 무강우 상황을 가정해 급수차·관정·보조수원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저수율이 낮은 저수지 170곳에 비상급수대책을 마련했고, 이 가운데 85곳에서는 양수저류와 직접급수, 대체수원 확보가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장비만 급수차 435대, 굴삭기 237대, 양수기 1,891대에 달한다.
도는 가뭄 대책비로 이미 63억5,000만원을 지원한 데 이어 3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정부에 국비 98억원을 요청했다. 특별교부세 48억9,400만원도 추가 확보해 투입할 계획이다.
이날 박완수 경남지사도 가뭄이 심각한 지역을 분류된 함안군 현장을 찾아 급수 지원과 간이양수장 설치 상황을 점검했다.
박 지사는 “가뭄이 장기화될수록 필요한 곳에 농업용수를 제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군과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