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이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쓰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 얘기다. 올여름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연기가 맞물린 결과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가계대출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폭 증가한 이후 당국은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연내에 많게는 수조 원까지 줄여야 하는 금융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중은행에선 대출을 상환하는 고객에 대해선 다양한 명목으로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혜택까지 챙겨주는 유인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해당 은행에선 “대출 규모가 생각만큼 줄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수요자들도 당황스럽다. 대표적 사례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대출이다. 대출을 줄이자며 시중은행에 디딤돌 일괄 축소를 요청했다가가 수요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서 사과했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현 정부의 금융 우수 사례로 내세운 대출 갈아타기는 막상 이용이 쉽지 않다. 대출 금융사를 바꿔서 금리가 낮아져야 갈아타기의 이점이 있는데 갈아타는 금리가 대출 금리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높다 보니 선택할 유인이 줄었다.
1만2000가구 이상이 입주를 시작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는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오픈런이 일상이다. 시중은행은 연내 가능한 대출 규모가 매우 작다. 새마을금고나 지역농협 등이 틈새를 파고들려 했으나 당국이나 중앙회에서 대출 규모, 금리 등에 제동을 걸고 있다. 수요자들 중에선 대출 축소 제한 등이 풀리는 내년 초로 입주를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출 고삐를 연말까지는 더 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대출 한시 중단 등의 보도자료가 쏟아져나온다. 사실상 연내엔 대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준비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을 정도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는데 대출 금리는 꿈쩍을 하지 않다 보니 예금과 대출 금리 사이의 차이도 날로 커진다. 가뜩이나 ‘이자 장사’ 비판에 난감한 은행들 입장에선 이자수익이 더 늘어나서 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3분기 실적 발표 때도 쉬쉬하며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모든 사례가 매일경제 지면에 지난 한 달간 보도된 내용들이다.
대출을 조이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서민과 중소기업이다. 경기 상황이 악화되는데 자금 융통도 어려워지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1%에 육박할 정도(10월 말 기준)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은 3조원이나 증가했다. 작년 말에 10조원이던 것을 생각하면 증가 속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시중은행장들에게 가장 신경 쓰는 지표를 물을 때마다 ‘연체율’이란 단어가 나오는 것도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수개월간의 가계대출 축소 총력전을 보면 파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가계대출 축소라는 목표와 함께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민 지원과 실수요자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장면이 자주 발견된다.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당선 이후 원화값을 비롯한 경제 환경의 급변에 ‘트럼프 스톰’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초기의 과도한 반응이 포함돼 있겠지만 앞으로 한동안 내외부 변수들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점은 자명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선이 없다. 다음 중간선거(2026년 11월)까지 성과를 내기 위해 몰아칠 것이다. 정책,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정책을 더 세밀하게 짜야만 할 것이다.

매일경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