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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계획 안 된 적자’…한 번으로 끝?

상반기 적자만 1조2000억원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26.08.14 15:45:08  
상반기 적자만 1조2000억원

‘계획된 적자.’

과거 쿠팡이 스스로 성장전략을 설명할 때 즐겨 썼던 표현이다. 매년 천문학적인 손실을 거듭 기록하던 쿠팡을 향해 회의적인 평가가 쏟아질 때면, 그때마다 쿠팡은 미래 성장과 수익 실현을 위한 계획된 적자라며 안심시켰다.

결국 쿠팡은 보란 듯 증명에 성공했다. 쿠팡은 2022년, 역사적인 첫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한 뒤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투자 → 적자 → 성장 → 흑자’라는 쿠팡식 성공 방정식이 완성되는 듯했다.

그랬던 쿠팡이 2026년 다시 대규모 적자 늪에 빠졌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만 약 1조2600억원(8억3600만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이번 적자가 과거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과징금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손익계산서를 덮쳤다. 말하자면 ‘전혀 계획 안 된 적자’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또 있다. 과징금이라는 일회성 비용 외에, 본업 성장 속도와 수익성 면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인천 물류센터 화재 손실이라는 또 다른 ‘계획되지 않은 비용’도 대기 중이다. 쿠팡에 새로운 시험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쿠팡이 올해 다시 대규모 적자 늪에 빠졌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과징금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 상반기 영업손실만 약 1조2600억원(8억3600만달러)에 달한다. (연합뉴스)
쿠팡이 올해 다시 대규모 적자 늪에 빠졌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과징금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 상반기 영업손실만 약 1조2600억원(8억3600만달러)에 달한다. (연합뉴스)

2분기 8350억원 영업적자

과징금 제외해도 ‘마이너스’

최근 발표한 실적에서 쿠팡이 직면한 악재가 잘 드러난다.

쿠팡 올 2분기 매출은 약 13조3000억원(88억5600만달러)이다.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약 10% 늘었다. 매출만 보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손익이다. 영업손실은 약 8350억원(5억5600만달러), 순손실은 약 8560억원(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약 1조2600억원까지 불어났다.

가장 큰 원인은 과징금이다. 쿠팡은 2분기에만 약 6246억원(4억1000만달러)을 과징금 관련 비용으로 반영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과징금(2억7800만달러)과 제3자 광고 프로그램 개인정보 수집·보관 문제(1억3200만달러) 반영 비용을 더한 액수다.

눈에 띄는 대목은 거액의 일회성 과징금을 빼고 보더라도 쿠팡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징금을 뺀 손실도 약 1억4600만달러(약 2190억원)에 달한다.

본업에서 수익성 악화가 나타났다. 로켓배송·직매입·마켓플레이스·로켓프레시 등 쿠팡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커머스(Product Commerce)’ 부문 2분기 매출은 74억2500만달러(약 11조15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약 1% 늘긴 했다.

반면, 같은 기간 조정 EBITDA는 6억6300만달러에서 3억8200만달러로 약 42% 급감했다.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실질 영업 현금 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이를 매출로 나눈 값인 조정 EBITDA 마진은 9%에서 5.1%로 떨어졌다. 2023년 6.5%, 2024년 7.5%, 2025년 8.4%로 꾸준히 개선됐던 수익성이 꺾인 모습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쿠팡은 “개인정보 사고 여파가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공급망 관리비용이 늘고 고객 할인율이 오르며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 사고 발생 이후 기업이 치르는 비용은 과징금이 전부가 아니다. 고객 보상과 할인, 신뢰 회복을 위한 마케팅 등 여러 경로를 거쳐 영업비용으로 전이될 수 있다. 단기 수요 충격이 물류망 효율을 깨뜨리며 수익성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평소 예측이 빗나가며 유휴 시설 비용과 재고 비용 등이 늘어나는 식이다.

사진설명

‘탈팡’ 진정됐지만 고객 증가 둔화

돈 쓸 곳은 많은데…현금 창출력↓

고객 지표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올 2분기 프로덕트커머스 활성고객은 약 2470만명이다. 고객 수 자체는 개인정보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문제는 증가 속도다. 2024년에는 분기별 활성고객 증가율이 대체로 두 자릿수였다. 올해 1분기엔 약 2%, 2분기엔 약 3%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고객 기반이 크게 늘어난 만큼 과거처럼 신규 고객을 두 자릿수씩 계속 늘리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성장 무게중심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고객을 몇 명 더 데려올 것인가’보다 ‘기존 고객에게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팔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셈이다.

2분기 고객당 프로덕트커머스 매출은 약 301달러다. 달러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약 2% 줄었지만,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약 5% 증가했다. 1분기 환율 영향 제외 증가율 약 3%보다 개선됐다. 고객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고객당 매출이 소폭 늘며 그나마 한숨 돌린 모습이다. 하지만 예전 같은 성장 속도를 내기 위해선 충분치 못하다.

약해진 현금 창출력도 리스크다.

쿠팡은 현재 대만·쿠팡이츠·쿠팡플레이·일본 로켓나우 등 성장 사업(Developing Offerings)에 공격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성장 사업 조정 EBITDA 손실은 약 8230억원(5억48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보다 2000억원 이상 늘었다.

적자 자체를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과거 한국에서 쿠팡이 성공했던 방식만 보더라도 그렇다.

관건은 이를 뒷받침하는 본업 현금 창출력이다. 쿠팡 잉여현금흐름(FCF)은 2023년 약 17억7500만달러에서 2026년 6월 말 최근 12개월 기준 약 1억500만달러까지 감소했다.

FCF 감소를 ‘당장 현금 부족’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다만 새로운 투자 재원을 창출하는 힘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본업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성장 사업 손실까지 확대된다면 여러 성장 사업에 지금 같은 속도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다.

리스크 비용, 더 늘어날 수도

집단소송·가산세·공정위 조사 남아

앞으로 반영될 ‘계획 안 된 비용’도 남았다.

지난 7월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 화재가 대표적이다. 화재 전 해당 시설 재고와 고정자산 등 장부가액이 약 3690억원(2억4600만달러) 규모다. 실제 손실은 피해 규모와 보험금 회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3분기 이후 손실로 잡힐 예정이다.

남은 잠재 리스크도 여럿이다. 개인정보 사고에 따른 미국 집단소송과 주주대표소송, 이전가격 등을 둘러싼 약 2억8000만달러 규모 국세청과 세무 분쟁, 공정거래위원회가 와우멤버십과 쿠팡이츠 혜택 결합 등을 문제 삼은 ‘끼워팔기’ 의혹 조사도 진행형이다. 결과에 따라 또 다른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는 사항들이다.

과거 쿠팡이 물류센터와 배송망이라는 ‘성장 인프라’에 돈을 쏟았다면 이제는 투자 범위를 ‘리스크 인프라’까지 넓혀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고 한 번이 수천억원의 비용으로 돌아오는 만큼 성장투자 못지않게 중요한 경영 인프라가 됐다. 보안·안전·규제·세무 같은 변수가 당장 전체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다는 점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증명됐다. 앞으로는 ‘계획되지 않은 적자’를 막기 위한 투자도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리스크 관리 실패로 수천억원 예상 밖 비용이 반복된다면 본업에서 번 돈을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자하는 선순환에도 균열이 생긴다”며 “반대로 이번 비용을 일회성 충격으로 끝내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또 다른 성장 스토리를 이어갈 여지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3호(2026.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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