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후 체인점 2곳 운영… 철저한 시장 분석 덕분”[은퇴 레시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8월 1일 01시 40분


[은퇴 걱정 직장인 필독 레시피] 프랜차이즈 점주로 새 인생 김노진 씨
대기업 부장 때부터 노후 설계 고민
매장 4년 시험 운영 뒤 자신감 얻어… 코로나19 정점에 역발상 명퇴 결정
신규보다 ‘매출 안정’ 기존 매장 인수
초기투자비용 3억~4억 원, 적절 판단… 두 번째 점포는 임대료 싼 2층으로
두 곳 월 수익 1600만∼1800만 원

김노진 씨가 맘스터치 서울대입구점에서 홀 서빙하며 활짝 웃고 있다. LG생활건강 부장시절부터 ‘제2의 인생’으로 창업을 준비한 그는 2021년 명예퇴직한 뒤 프랜차이즈 체인점 2개를 운영하며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노진 씨가 맘스터치 서울대입구점에서 홀 서빙하며 활짝 웃고 있다. LG생활건강 부장시절부터 ‘제2의 인생’으로 창업을 준비한 그는 2021년 명예퇴직한 뒤 프랜차이즈 체인점 2개를 운영하며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LG생활건강에서 부장으로 일하며 안정적인 삶을 지내던 김노진 씨(56)가 명예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을 넘으면서부터였다. 대기업 특성상 일반 직장보다 은퇴 시기가 빠르다는 현실을 직시했고 ‘어차피 5∼7년 뒤에는 회사를 나가야 할 텐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움직여야 열정과 체력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을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는 현실에서 직장 생활만 하다 끝내면 그 이후 30년가량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제2의 직업’을 창업으로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 이유다.

● 우연히 찾아온 예행연습 기회

“사실 자격증을 따서 새 삶을 도전하는 방법도 생각했습니다. 가장 쉬운 것이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이었죠. 하지만 그것을 따서 ‘내가 경쟁력이 있을까’하는 고민도 생겼죠. 그래서 자격증보다는 개인 사업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즈음 지인이 ‘경기 김포시에 급하게 롯데리아 매장이 나왔는데 해 보겠느냐’고 제안을 해 왔어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2017년이었다. 김 씨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매장은 아내 석정화 씨(49)에게 맡겼다. 아내가 운영 전면에 나서고 김 씨가 뒤에서 도와 주는 식이었다. 김 씨는 주말마다 매장을 방문해 전반적인 운영 구조를 익히고 사업성 분석도 했다. 이 매장은 김 씨 부부가 운영한 뒤 인수 당시보다 매출이 약 100% 성장했다.

특히 LG생활건강에서 해 오던 업무가 단기간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1990년대 말 LG화학에 입사한 뒤 LG생활건강으로 옮겨 선물세트를 기획해 판매하는 마케팅 부서에서 오래 일했다.

“마케팅 부서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사업 설계와 기획 같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또 인구 변화, 미래 성장 가능성, 지역 상권 분석까지 해 볼 수 있었죠. 그래서 이 매장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좋은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약 4년간 운영하자 아내가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이 매장은 지인에게 매각했다. 롯데리아 매장을 해 보며 개인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 정도 얻은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막 절정을 지나던 2021년 3월 회사를 떠났다. 퇴사도 전략적으로 결정했다. 코로나19가 얼마 안 가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 판단한 시점이었다. ‘시장이 가장 어려울 때 오히려 매장 매물 가격이 낮고 기회가 많다’는 역발상으로 명예퇴직 타이밍을 잡았다.

● 성장 가능성 높은 프랜차이즈 선택

김 씨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운데 치킨 대신 햄버거 전문점을 선택했다. 그는 “롯데리아 매점을 운영할 때 치킨보다는 햄버거가 매출에 기복이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했다.

퇴사 후 네댓 달 동안 롯데리아, 맘스터치, 버거킹 같은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자세히 비교하고 분석했다. 최종 선택은 맘스터치였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초기 창업 비용이 경쟁 브랜드보다 현저히 낮았다. 롯데리아 매점 신규 창업 비용은 5억∼7억 원, 버거킹은 8억∼10억 원 수준인 데 반해 맘스터치는 3억∼4억 원 선에서 가능했다. 한곳에 자금을 몰아 넣었다가 실패했을 때의 위험을 분산하고 싶었다. 둘째, 상대적으로 더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로서 성장성이 높다고 봤다. 셋째,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 자체가 치킨처럼 창업과 폐업이 난무하지 않아 매출 기복이 적고 안정적이었다.

● 누적 데이터 있는 기존 매장 인수

김 씨는 신규 개장 대신 기존 매장 인수를 택했다. 신규 오픈은 매장이 깔끔해 보인다는 장점은 있지만 안정적인 매출에 대한 보장이 없다. 그동안 운영되던 매장은 누적 매출 데이터가 있어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특히 매장 주인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운영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거나, 상권이 추가로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는 매장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매물 가격이 낮아진 시기를 활용한 것도 인수 비용을 낮추는 데 유효했다.

2021년 7월 서울 관악구 봉천점을 인수했다. 인수 비용을 비롯한 초기 투자 비용으로 약 4억 원이 들었다. 헷지용으로 아내에게는 그전에 인수했던 강남 커피숍 운영을 맡겼다. 투자 업종을 나눠 혹시 모를 위험을 분산시켰다.

봉천점 운영이 잘 돼서 약 2년 뒤에는 같은 브랜드 서울대입구점도 인수했다. 봉천점은 동네 상권이라 1층이었지만, 서울대입구점은 2층을 선택해 임차 비용을 낮췄다. 김 씨는 “장사가 잘된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1층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비싼 임대료까지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맘스터치에 집중하기 위해 운영이 잘 되던 커피숍은 최근 매각했다.

김 씨가 매장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기존 매장 인수의 장점이 하나 더 있다.

“잘되는 매장은 오히려 기회를 만들어 내기 쉽지 않습니다. 잘된다는 이유만으로 인수하면 곤란할 수 있습니다. 기존 매출이 크면 매장 인수 비용도 올라가니까요.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 근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제가 볼 때는 성장 가능성이 더 중요합니다.”

● 두 매장 월 평균 1600만∼1800만 원 수익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경상비 가운데 재료비 비중이 47∼50%로 여타 업종보다 높은 편이다. 대신 매출 기복이 거의 없다는 것은 강점이다. 인건비는 매출의 15% 이내로 관리하고 있으며 임차료와 관리비는 합해서 매출 10% 이내를 유지한다. 매장별 월 매출은 약 8000만∼9000만 원이다. 프랜차이즈 버거 업계 평균 수익률 약 10%를 적용하면 매장당 월 순수익은 대략 800만∼900만 원이고, 두 매장 수익을 합치면 1600만∼1800만 원 수준이다.

매출 구조를 분석해 보면 매장 식사와 포장 주문이 약 50%, 배달이 약 50%다. 다른 매장의 배달 비중이 대개 60∼70%인 것과 비교하면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 덕분에 매장을 직접 찾는 고객 비중이 높은 편이다.

과거엔 배달 매출에서 배달 앱 수수료와 배달비가 34∼37% 빠져나갔지만 최근 소비자가 배달비를 일부 부담하는 구조로 바뀐 뒤 부담이 적어졌다. 김 씨는 매장에서 먹거나 직접 포장 주문을 하면 더 싸게 파는 방식으로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이원화해 수익성 손실을 방어하고 있다.

점주가 직접 매장 운영에 관여한다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부부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매니저와 점장에게 실무 운영을 위임하고 있다. 김 씨는 각 매장에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머물며 식자재 발주를 비롯한 기본 업무를 처리한 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 6시경 퇴근한다. 만약 한 매장에 오전에 들렀다면 점심 전에는 매장에서 나온다.

서울대입구점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 봉천점은 오전 10시 반에서 오후 10시 반까지 12시간 문을 연다. 30분 시간차를 두는 것은 시작과 마감을 관리할 때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다. 각 매장은 한 번에 종업원 3명씩 2교대제로 운영한다.

● “창업, 절대 쉽게 판단하지 말라”

김 씨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3가지를 강조한다.

첫째는 절대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잘못된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기회비용을 낳는다. 사실상 아무것도 모른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둘째, 충분히 알아보고 확신이 생긴 다음에 결정하라. 창업 컨설턴트의 달콤한 말만 믿어서는 안 된다. 직접 데이터를 검토하고 현장을 발로 뛰어 검증해야 한다. 개인 창업 성공률이 3∼5%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김 씨는 “창업 컨설턴트 말만 들어 잘된다면 다 부자가 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셋째로 매출, 초기 투자비, 월세, 인건비 균형을 반드시 따져야 한다. “상가 1층이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듯 매출이 높더라도 고정비가 그 이상으로 높다면 수익성이 무너진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매장 운영이 안정적 궤도에 오른 김 씨의 장기 목표는 무엇일까. 그의 생각은 단순한 수익 추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간은 많은데 아직 뭘 할지 찾지 못했습니다.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겠다는 계획은 있었는데 말이죠. 현재는 아내와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제가 여유 있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랜차이즈 매장 운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노하우를 젊은 세대에게 전달해 주고 싶습니다.”

그는 현재 LG생활건강에서 24년간 쌓은 마케팅 및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자신의 두 매장의 20∼30대 종업원 중 창업 의지가 있는 이들을 재능 기부 형태로 기르고 있다. 학벌이나 스펙보다 현장 감각을 익혀 자립하는 ‘청년 사장’을 키워내는 것은 그가 조기 은퇴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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