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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맛있는 순간 즐기세요"…과자·음료도 '제철'에 뜬다

박윤균 기자
입력 : 
2026-08-12 16:02:37
사계절 내내 원하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시대에 오히려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저장 기술과 품종 개량의 발달로 제철과 비제철의 경계가 흐려졌지만, 가장 맛있는 시기에 수확한 원재료의 신선함과 풍미에 가치를 두는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유통업계도 단순히 계절 한정 제품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재료의 수확 시기와 산지, 신선도를 앞세워 '맛의 타이밍'을 상품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철이라는 시간적 희소성에 더해 '가장 맛있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소비 가치가 새로운 프리미엄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감자칩이다. 오리온은 매년 6월부터 국내산 햇감자가 수확되는 시기에 맞춰 '포카칩'과 '스윙칩'을 생산한다. 감자가 가장 맛있는 시기에 수확한 원물을 바로 제품 생산에 투입해 '제철 과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11월 국내산 햇감자로 생산한 포카칩 매출은 '제철 과자' 열풍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특히 감자 수확이 집중되는 6~8월 평균 매출은 2025년 연평균보다 1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원재료의 제철을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감자칩도 제철에 먹어야 맛있다'는 인식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햇감자 포카칩과 스윙칩은 6월부터 10월까지 전남 보성, 충남 당진·예산, 강원 양구 등에서 수확한 감자를 원료로 사용한다. 올해는 전국 24개 지역 300여 곳의 감자 재배 우수 농가와 계약을 맺고 약 1만5000t의 국내산 감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수확한 감자는 생산기지인 청주공장과 감자저장소로 이동해 제품 생산에 투입된다. 햇감자는 장기간 저장한 감자보다 수분 함량이 높고 조직이 단단해 감자칩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담백한 풍미를 살리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오리온이 햇감자를 앞세울 수 있는 배경에는 단순한 원재료 조달을 넘어선 장기간의 감자 연구개발 역량도 있다. 오리온은 1988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감자연구소를 설립하고 감자칩에 적합한 품종과 재배 기술 등을 연구해왔다.

현재 오리온은 국내에서 30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연간 1만5000t 규모의 국산 감자를 조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베트남 현지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연간 약 1만7000t의 감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내몽골 직영농장을 운영하는 동시에 감자 플레이크 공장을 구축해 원재료부터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췄다.



오리온이 사용하는 감자는 국내외를 합쳐 연간 약 23만t에 달한다. 국내 연간 감자 생산량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 세계 제과기업 가운데 자체 감자연구소를 운영하는 기업은 미국 펩시코와 일본 가루비 등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장에 진열된 오!감자를 고객이 살펴보고 있다. 오리온
제철 감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오리온의 글로벌 감자스낵 사업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오리온의 글로벌 감자스낵 매출은 8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은 73%에 달한다.

오리온은 포카칩·오!감자·스윙칩·예감 등 감자스낵 4종을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성장시키고 있다.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글로벌 메가브랜드 9개 가운데 4개가 감자스낵 브랜드일 정도다.



특히 중국에서는 '오!감자'가 지난해 매출 2565억원을 기록했고, 스윙칩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하며 처음으로 초코파이를 제치고 중국 법인 매출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베트남에서는 포카칩이 현지명 '오스타'로 2017년부터 생감자스낵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리온은 감자스낵 사업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 청주공장에 포카칩 생산라인을 추가해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최대 50% 확대할 계획이다.

제철 소비는 신선식품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여름철 대표 제철 농산물인 초당옥수수와 복숭아, 수박, 참외 등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유통업계는 산지 직송과 제철 먹거리 기획전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초당옥수수는 올해 이른 더위가 예고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일찍부터 높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는 제주 초당옥수수 농가나 산지 직거래 정보를 공유하거나 대량 구매처를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는 등 산지에서 직접 제철 농산물을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외식업계 역시 제철 원재료를 활용한 시즌 메뉴를 잇달아 선보이며 '맛의 타이밍'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복숭아와 수박, 자두 등을 활용한 시즌 음료를 출시해 제철 과일 특유의 신선한 맛과 향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수박 음료 시장에서는 대량의 원물을 활용한 제품들이 등장하며 제철 과일을 활용한 시즌 마케팅이 하나의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음료 프랜차이즈들도 복숭아·수박·자두 등 여름 과일을 앞세워 시즌 메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제철 소비'가 단순한 계절 마케팅을 넘어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사계절 내내 대부분의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단순한 희소성보다 '가장 맛있는 시기에 먹는다'는 경험 자체가 차별화된 소비 가치가 된다는 것이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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