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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뱃길 반, 꿈길 반 … 내 인생 '레전드'로 남을 크루즈

이한나 기자
입력 : 
2026-08-09 15:58:04
"내 나이 오십에 서핑에 도전해볼 줄은 몰랐다."

7월 1일 '레전드 오브 더 시즈'에서 만난 미국인 소피아(51)는 얼얼한 본인 무릎을 연신 매만지면서도 뿌듯한 듯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다른 스릴을 즐기기 위해 카테고리6 슬라이드의 고강도 코스로 갔다.

글로벌 크루즈 선사 로얄캐리비안이 세계 최대 규모 크루즈선 '레전드 오브 더 시즈(Legend of the Seas)'로 7월부터 지중해 크루즈를 개시했다. 미디어와 여행업계 사람들을 초대해 새로운 선박의 다양한 시설과 콘텐츠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페인 해변 도시 말라가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로마까지 가는 4박 크루즈 여행이다. 로열캐리비안은 초대형 선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크루즈 비용 문턱을 낮추고 젊은 MZ세대로 고객군을 확장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스타링크를 통해 끊김이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니 바다에 있다는 실감이 잘 안 난다.

◆ 바다에 떠 있는 미니 도시

이번에 탄 레전드 오브 더 시즈는 로얄캐리비안이 2024년 처음 띄운 '아이콘 오브 더 시즈', 2025년 '스타 오브 더 시즈'에 이어 세계 최대 크루즈선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체 길이가 무려 364m, 폭도 66m로 넓다. 부피도 무려 24만8663그로스톤(GT)에 달한다. 총 20층 갑판(데크)에 2805개 객실, 최대 5610명 승객과 2350명 승무원을 태울 수 있다. 거대한 도시 하나가 물에 떠다니는 셈이다. 올해 2월 핀란드 투르쿠 조선소에서 건조된 후 곧장 스페인 말라가 해변에 도착해 승객들을 맞이했다.

새로운 배는 캐리비언 예술가들의 개성 강한 조형물로 세련된 분위기까지 배가됐다. 8층 센트럴파크엔 초록 식물과 화려한 생화 장식이 가득하다. 실제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는 것처럼 파크카페에서 나만의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노트북 작업을 해본다. 나른한 오후께 현악 4중주와 기타 연주자가 등장하며 한결 평안해진다. 특히 저녁이 되면 광장 격인 5층 로열프로메네이드(산책로)에서 그날의 드레스 코드에 맞는 파티가 벌어진다.







레전드 오브 더 시즈에서 처음 선보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한 장면.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
◆ 최고 수준의 뮤지컬과 신나는 파티

특히 첫날엔 출항을 기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승객들이 풀장 데크가 있는 옥상으로 몰려와 축제 분위기였다. '마카레나'처럼 익숙하고 신명 나는 DJ 선곡에 맞춰 눈치 볼 것 없이 몸을 흔드니 내향인 기자도 본격 휴가 기분이 들었다.

둘째 날 저녁 때는 대형 광장에서 요즘 MZ세대에게 인기라는 무음 댄스파티가 펼쳐져 참여해봤다. 헤드셋을 받아 끼니 녹색불이 켜지고 스웨덴 밴드 아바의 '맘마미아'가 흘러나왔다. 채널을 바꾸니 파란불에 캐리비언풍 댄스음악으로 전환한다. 각자 자기만의 음악에 맞춰 흔든다. 낯선 이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의 휴가를 즐기는 것이 크루즈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한 장면 같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워터파크 수영에 신났고 그 밖에도 암벽등반과 3대3 농구, 레이저 태그 게임 등 놀거리가 가득하다. 한 지인의 경험이 떠올랐다. 어머니 팔순 기념 크루즈 여행에서 초등학생 딸이 외국 애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싱가포르에 파견을 가게 된 남편과 딸을 함께 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글로벌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 반응을 보기도 좋다. 인공 서핑장(플로 라이더)에 10대 남매와 함께 온 프랑스인 아버지는 아들이 첫 서핑에서 선 모습에 감탄했다.



레전드 오브 더 시즈 아쿠아시어터에서 펼쳐진 아쿠아쇼 '쇼크웨이브(Shockwave)' 공연 장면.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
◆ '돌봄에서 해방' 모든 세대가 만족



돌봄에서 해방된 30·40대는 오랜만에 자유다. 댄스 교습이나 건강 세미나, 매일 다른 주제의 파티, 재즈바 공연, 가라오케(노래방) 등 선택지가 넓다. 새로운 인연을 찾는 싱글족이나 LGBTQ(성소수자)를 위한 모임도 일정에 맞춰 참여할 수 있다. 새로운 배의 출항에 맞춰 선보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신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다채롭고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최고 인기였다.

로얄캐리비안은 엔터테인먼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선사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뛰어난 기량의 공연자들이 인상적인 아이스스케이트 쇼 '퓨전'과 아쿠아 쇼 '쇼크웨이브' 모두 서커스 요소가 강해 연신 관객들 탄성을 자아냈다.

어르신들은 스파에서 다양한 마사지 코스를 경험하고 풀장 곳곳 월풀(Whirlpool)에서 혼자 물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다. 물놀이하는 손주들 인근에서 즐기는 미니 골프도 꿀맛이다. 1980년대 인기 밴드나 재즈 공연은 젊은 시절 추억을 소환한다.



스케이트쇼 '퓨전(Fusion)'의 한 장면.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
◆ '물멍'의 평안함 누리며 사색의 시간도

테라스 객실에 머물면 수평선 너머 해 뜨는 장면이나 해 지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잔잔한 바다 물결을 바라보는 '물멍'은 무념무상의 경지다. 바다에서 아침 룸서비스로 식사하는 경험은 그 어떤 특급 호텔을 능가할 호사였다. 초대형 크루즈선은 마치 잘 구성된 종합선물세트 같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만 골라 누리면 된다. 팁이나 메뉴 선택 등 고민할 필요 없이 최고 친절한 직원들 서비스만 누리면 된다.



이번 여름 유럽에서 비상사태에 가까운 폭염과 비행기 연착으로 지치기 쉬운 상황이었지만 크루즈를 탄 덕분에 스트레스 절반은 덜어낸 것 같다. 넷째 날 기항지 투어로 자연의 아쉬움도 채운다. 이탈리아 항구도시 라스페치아에 내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아름다운 해변마을 친케테레를 동네 마실 가듯 둘러봤다.



◆ 가벼운 산책 같은 기항지 여행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좋은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 짜증으로 변하긴 너무 쉽다. 최고급 호텔에 묵는 호캉스처럼 여유 있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갖기 좋다. '경험소비'의 최고봉이다. 개별 여행의 모험을 꺼리거나 단체여행의 규칙이 거슬리는 이들에게 크루즈 여행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크루즈선 덕분에 비싼 선택지란 편견도 벗게 됐다. 최근 치솟은 유럽의 외식 물가와 숙박비를 고려한다면 말이다.



※취재협조 = 로얄캐리비안

▶ 크루즈 즐기고 싶다면 = 예약 정보는 로얄캐리비안 홈페이지 참고.



※ 크루즈 여행 체험 영상과 기사 전문은 매일경제 프리미엄 재테크 플랫폼 매경플러스 '슬기로운 소비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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