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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보는 순간 수집된다, AI 글라스의 법적 쟁점 [지평 테크레이더]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기자
입력 : 
2026-08-06 07:00:00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안경이 카메라와 AI가 될 때

인공지능(AI)이 스마트폰 화면을 벗어나 사람의 시선 위로 올라오고 있다. 메타는 지난 5월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생성형 AI를 탑재한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를 국내에 출시했고, 삼성전자와 구글, 애플도 연내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이용자는 손을 쓰지 않고 눈앞의 장면을 촬영하고, 간판을 번역하거나 사물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물류ㆍ제조 현장에서 작업 순서를 안내받거나 원격으로 설비 점검을 지원받는 등 기업의 활용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착용자에게 편리한 눈은 주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카메라가 된다. 지난 5월 국내 토익 정기시험에서는 AI 글라스를 착용한 응시자 2명이 잇달아 적발돼 성적이 무효 처리됐다. 공인어학시험에서 처음 확인된 사례다. 해외에서는 2024년 하버드대 학생들이 레이밴 메타로 촬영한 얼굴을 얼굴 검색 서비스와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 길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1분여 만에 찾아내는 ‘아이엑스레이(I-XRAY)’를 시연했다. 안경 자체에 얼굴인식 기능이 없더라도 카메라와 외부 AI, 공개정보를 결합하면 거리의 익명성은 쉽게 무너진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촬영 표시등만으로 충분한가

우리 개인정보 보호법은 안경처럼 신체에 착용해 영상을 촬영ㆍ수집ㆍ저장ㆍ전송하는 장치를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규율한다. 업무를 목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의 영상을 촬영하려면 법률상 처리 근거가 있거나, 촬영 사실을 명확히 표시했음에도 정보주체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부당한 권리 침해 우려가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해야 하며, 촬영할 때에는 불빛이나 소리 등으로 그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문제는 표시의 실효성이다. 메타의 제품은 촬영 중 흰색 LED가 점멸하고, 지난 7월에는 표시등이 훼손되면 카메라가 아예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업데이트까지 이루어졌다. 그런데 곧이어 해외 매체가 실험한 결과, 개당 2달러가 채 되지 않는 스티커로 이 장치가 우회됐다. 스티커가 표시등은 가리면서도 센서에는 빛을 일부 통과시켜 경고 없이 카메라가 계속 작동했고, 야외에서는 주변 사람이 불빛을 알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기술적 보호조치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어느 하나의 장치에만 기대서는 안 되며 새로운 우회 방식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미나이]

해외에서는 이미 법적 대응이 시작됐다. 미국 뉴욕주 법원은 최근 카메라가 달린 안경의 법정 반입을 금지했다. 또한 올해 초 레이밴 메타 글라스가 촬영한 영상이 AI 학습을 위해 해외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검수되는 과정에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되었고, 이에 ‘프라이버시를 위해 설계됐다’는 광고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메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촬영 표시 장치뿐 아니라 광고 문구와 데이터 처리 실태까지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과제는 촬영 이후의 AI 분석이다. AI 글라스는 얼굴을 식별하고 명찰이나 문서를 읽으며, 대화를 전사·요약하고 위치와 행동을 분석할 수 있다. 원본 영상이 즉시 삭제되더라도 얼굴 특징값, 문자정보, 대화 기록 같은 파생정보가 남을 수 있다. 또한 영상이나 음성이 제조사 또는 AI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로 전송되는 순간, 해당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 근거와 국외 이전, 보유기간과 안전조치라는 별도의 쟁점이 발생한다. 일반 소비자의 사적 촬영에는 업무 목적을 전제로 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규정이 곧바로 적용되기 어려운 공백도 있다.

제도 변화에 앞선 기업의 준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스마트 글라스 등 신기술 기기에 적용할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마련해 영상·음성의 수집부터 저장·전송·삭제까지 처리 전반의 준수사항을 제시하겠다고 밝혔고, 영상정보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법률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영상정보 규율을 정비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제도를 설계할 때에는 AI 글라스 자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기능과 이용 목적, 장소와 위험 수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 설비 유지보수, 장애인 지원처럼 사회적 편익이 큰 활용은 촉진하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얼굴검색이나 민감한 특성의 추론, 시험장ㆍ의료공간ㆍ회의실 등 위험이 큰 장소에서의 이용에는 명확한 기준을 두는 방식이다. 촬영ㆍ분석 사실의 표시 방법도 우회 가능성과 기술 발전을 반영하되, 특정 기술을 법률에 고정해 유용한 서비스의 출시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위험에 비례하면서도 예측 가능하고 기술 중립적인 기준이 요구된다.

기업은 법률이나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기를 기다리기보다 기획 단계부터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제조ㆍ서비스 기업이라면 영상과 음성이 언제 작동하고 어디로 전송되며 어떤 파생정보가 생성되는지 데이터 흐름부터 파악해야 한다. 가능한 처리는 기기 안에서 수행하고, 원본 데이터의 서버 전송과 보유기간을 최소화하며, 표시등 변조 탐지와 주변인의 얼굴ㆍ차량번호 비식별 기능을 기본값으로 검토할 수 있다. 모델 학습 이용 여부와 국외 이전 사실도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게 알려야 한다. 업무에 AI 글라스를 도입하는 기업은 사용 목적과 허용 기능, 사용 금지 장소, 촬영 거부 절차, 접근권한과 삭제 기준을 내부 정책으로 정하고, 영업비밀이나 고객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회의실ㆍ연구소ㆍ생산시설에는 별도의 반입ㆍ사용 기준을 두어야 한다.

AI 글라스의 확산은 기술의 편익과 개인정보 보호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용 목적과 위험 수준에 맞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이 이를 제품과 운영체계에 선제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AI 글라스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더 많이 보는 기술이 아니라, 보이는 사람의 권리까지 헤아리는 신뢰의 설계에서 나올 것이다.

[지평 테크레이더]에서는 ­AI, 데이터,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급변하는 법·제도 환경을 기업ㆍ기관 실무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신용우 변호사는 행정부ㆍ입법부를 두루 거치고 정보통신 및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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