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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나 치매 걸려도, 요양원 보내지 말아줘” 엄마가 말했다 [매경데스크]

신찬옥 기자
입력 : 
2026-06-26 15:39:24
수정 : 
2026-06-26 15:58:13
조기 치매 6개월 늦춰주는
5000만원 치료제에 긴 줄
치매머니 정책 환영하지만
간병·돌봄·치료대책 필요
치매대책 공모라도 해보라
치매머니는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간병과 돌봄대책을 보완하지 않고 치매머니만 이야기하는 건 ‘불효 마인드’ 같아 찜찜하다. 치료는 언감생심, 국가 차원의 치매연구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사진은 가족 간병을 키워드로 생성 AI가 만든 이미지. [제미나이]

“혹시 치매에 걸려도, 요양원에는 보내지 말아줘. 아빠도….”

통도사 다녀오는 길, 엄마가 말했다. “테레비에서 보니 스위스인가에 안락사를 시켜주는 곳이 있다던데…” 말 끝을 자꾸 흐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엄마 손을 잡고 뛰면서 말했다. “둘이 맨날 그렇게 고스톱을 치는데, 치매가 올 리 있어?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마.”

5000만원으로 치매를 6개월 늦출 수 있다면 어떤가. 운이 좋으면 1년, 어쩌면 몇 년을 버틸 수 있을 지 모른다. 뇌출혈이나 뇌부종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지만, 지금으로선 치매 진행을 늦춰주는 유일한 약이란다.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 ‘도나네맙(상품명 키순라)’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예약 전화가 쇄도하는 이유다.

70대 환자 164명을 임상 시험한 강성훈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단계 알츠하이머병은 보통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데, (치료제 덕에) 악화 속도가 27% 가량 늦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3년 만에 나빠질 상황을 4년 걸리도록 약 1년을 더 벌어준 셈”이라고 했다.

치매 명의 나덕렬 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2022년부터 개인 의원에서 치매 치료(아밀로이드 면역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이곳에서 치료받은 330여 명 중 ‘아밀로이드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들이 속속 나오면서, 의료진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나 교수는 “우리는 몇 년치 예약이 끝나서 환자를 더 받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언론에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다른 병원들도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1년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대가로 5000만원, 누군가에겐 합당하고 누군가에겐 꿈도 못꿀 가격이다. 비만치료제를 맞을 여유 있는 사람들이 날씬해지는 ‘위고비 디바이드’에 이어, 자산에 따라 치매 진행마저 격차가 벌어지는 ‘레켐비 디바이드’가 생길 판이다. 비싼 치료제를 선택하지 않아도, 치매만큼 가계 자산을 갉아먹는 질환도 없다. 긴 세월 약값과 간병비, 요양원비에 허덕이다 보면 누군가는 경제활동을 접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온 가족이 서서히, 몰락하게 만드는 악몽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뉴스에 ‘치매머니’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현재 65세 이상 치매환자 124만명이 보유한 자산이 154조라고 하고, 2050년에는 500조원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가 직접 치매머니를 무료로 관리해주겠다고 나서고, 금융권도 앞다퉈 관련 상품을 만들겠다고 한다. 일본도 그랬고 옳은 방향이라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이야기는 딱 거기까지다.

최근 논의들은 ‘치매머니보다 중요한 것’을 빠뜨린 느낌이다. 환자도 보호자도 요양병원과 요양원까지 고통받는데, 짐을 덜어줄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간병과 돌봄은 개인의 몫으로 짐지워 놓고, 지난한 치료제 개발 여정은 개별 기업들의 몫으로 남겨 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에서, 국가 차원의 치매연구소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세계가 치매 정복을 위해 장기 플랜을 세우고 뭐라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뭔가 손을 놓아버린 느낌이다.

물론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열심히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알지 못한다면, 결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치매라는 거대한 인류의 적 앞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렇다고 해도 대재앙이 닥쳐오는데 이렇게까지 조용해선 안된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치매가 대한민국을 먹어 치우기 전에 최소한의 진지라도 마련해야 한다. ‘모두의 치매극복 챌린지’라도 해보시라.

[신찬옥 과학기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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